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4화 왕도 저택 순회 - 류크의 기억(2)
    2024년 06월 08일 19시 59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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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와줘서 고마워요, 렉트 씨. 류크도 열심히 해줘서 고마워. 정말 도움이 되고 있어."



     멜로디는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류크의 검술 실력은 어떤가요?"



     류크 자신은 잘 모르겠다는 듯 무표정으로 고개를 갸웃거린다. 렉트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전에 모의전을 했을 때도 생각했지만, 꽤 강해. 검술은 아류겠지. 낭비도 많고 더 정교하게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때를 보는 감각이 뛰어나서 그런지 나도 좀처럼 공격하지 못하겠더군."



    "와, 대단하잖아 류크."



    "...... 이 녀석은 진심이 아니야."



     류크의 말에 렉트는 쓴웃음을 지었다. 사실 렉토는 아직 진심을 드러내지 않았다. 류크의 검술이 예상보다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검술에 관해서는 기사인 렉트가 우세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마법이 있다. 마력량도 나보다 많다. 실제로 싸운다면 과연 이길 수 있을지)



     실제 전투가 벌어지면 서로 모든 패를 다 써버릴 것이다. 검술로는 자신이 이기고 있지만, 멜로디에는 미치지 못하더라도 류크의 마법은 상당히 강력하다. 얼마 전 하이더울프와의 전투에서 렉트는 깨달았다.



    (검술과 마법, 두 가지를 모두 구사하는 상대에게 과연 내가 이길 수 있을까....... ...... 게다가 류크의 검은 완전히 아류인 것도 아닌 듯하다).



     몇 번 검을 맞대결하는 동안, 렉트는 류크의 검술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었다.



    "류크의 검에는 제국의 검술이 조금 들어있는 것 같더군."



    "제국 ...... 로드피아 제국인가요?"



    "그래. 로드피아 제국 기사의 검술을 떠올리게 하는 순간이 있었다."



    "렉트 씨는 제국의 검술을 본 적이 있나요?"



     멜로디는 의아한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테오라스 왕국과 로드피아 제국은 약 백 년 전의 전쟁 이후 관계가 좋지 않아 교류가 많지 않았을 것이다. 제국의 검술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을까?



    "양국은 미묘한 관계지만 완전히 국경이 닫힌 것은 아니다. 제국에서 왕국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도 적지 않아. 그중에는 전직 제국 기사라는 인물이 있어 몇 번 모의전을 한 적이 있었지."



     당연히 제국의 검술을 익힌 인물이 그렇게 손쉽게 테오라스 왕국 내를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을 리 없다. 제국의 간첩일 가능성도 충분히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렉트는 그 인물이 잠시 구금되어 있는 동안 기회를 얻어 모의 전투에 참여하게 된 것이다.



    "류크의 검에서 가끔씩 그의 검과 비슷한 동작이 나올 때가 있었다. 어쩌면 류크는 제국 출신일지도 모르겠군."



    "그게 류크의 기억을 되찾을 수 있는 단서가 될지도 모르겠네요. 류크, 뭔가.......엥."



     멜로디가 류크를 바라보자, 그는 머리를 움켜쥐며 이를 악물고 있었다.



    (머리가 ...... 아파!)



     렉트한테서 제국 출신일지도 모른다는 말을 들은 순간, 류크는 심한 두통에 시달렸다. 너무 아파서 소리조차 낼 수 없었다.



     동시에 그의 머릿속에는 순간적으로 한 장면이 떠올랐다. 나무에 둘러싸인 작은 마을이 새빨간 불길에 휩싸여 있는 그런 광경.



     어린아이의 작은 손이 불타는 가옥을 향해 뻗어 있다. 그것이 누구의 것인지 뤼크는 판단할 수 없다. 자신인지, 아니면 전혀 다른 사람인지.



     단 한순간의 그 광경만으로는 아무것도 이해할 수 없었다.



    "하아, 하아, 하아 ......"



    "류크, 괜찮아!?"



     류크는 아까의 모의전보다 더 많은 양의 땀을 흘리며 무릎을 땅에 박고 있었다. 어떻게든 통증은 가라앉았지만, 흐트러진 호흡은 쉽게 안정되지 않았다.



    (방금 전은 ...... 내 과거 ...... 인 걸까?)



     순간적인 일이라 그런지, 어떤 장면이었는지는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새빨간 불길만 기억에 남아있지만, 통증이 가라앉는 동시에 기억은 흐릿하게 희미해져 버렸다.



    "...... 혹시 기억나는 게 있는가?"



     렉트의 물음에 류크는 고개를 저었다. 뭔가 기억이 난 것 같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도대체 그건 뭐였을까......?



    (정말 기억이 나지 않는 걸까, 아니면 말하고 싶지 않은 걸까. 표정이 잘 읽히지 않는 남자라서 잘 모르겠군 ...... 남자? 아니, 잠깐만. 그는 분명 ......)



     렉트는 기억이 났다. 지금은 키가 큰 청년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원래 류크는 어린이가 아니었을까. 분명 무언가에 조종당하듯 폭주하던 그를 구하기 위해 멜로디가 마법을 사용한 결과, 어째선지 어른의 모습으로 성장했던 것이었다.



     렉트는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원래 류크는 마이카와 비슷하거나 조금 위 정도의 외모였다. 그렇다면 그는 그 나이에 아류(我流)의 검을 익혔다는 뜻이 된다. 아류라는 것은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다는 뜻이다. 기억을 잃기 전의 류크는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을까?)



     렉트는 자신의 부주의한 발언이 류크의 마음에 그늘을 드리운 것은 아닌지 조금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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