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화 멜로디의 근사한 점심시간(1)
    2024년 06월 08일 18시 43분 0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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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리비아 님은 공정하고 자존심이 강한 분이세요. 속으로는 어떻게 생각하시든 상대방을 시기하거나 나쁘게 말씀하지 않는 분이랍니다."



     글로리아나의 말에 멜로디는 납득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세실리아로서 반에 있었던 짧은 기간에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부정행위를 의심하는 학생에게 따끔하게 꾸짖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그 올리비아 님이 봄의 무도회 이후로 루틀버그 백작영애한테 상당한 불만을 품고 있는 것 같았어요. 그렇게 감정을 드러내는 모습은 시중을 든 이후 처음 보는 모습이라서 무척 놀랐지 뭐예요."



    "그런 일이......."



    "하지만 무도회 댄스 및 습격 사건에서 왕세자 전하를 감싼 일은, 다과회를 열면 어떻게든 화제가 되지 않겠어요? 그럴 때마다 올리비아 님의 표정이 험악해졌기 때문에 저희들은 학원에서 루틀버그 가문과 관계를 맺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다고 의논했어요. 주인께서 좋지 않게 생각하시는 분과 친분을 쌓아 올리비아 님께 불쾌감을 드리고 싶지 않았어요."



    "그랬군요."



    "하지만 그것은 올리비아 님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는 행위였던 것 같아요. 상황을 알아차리신 올리비아 님은 저희들을 혼내셨답니다. 게다가 자신의 태도도 좋지 않아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행동이었다며 저희들에게 사과를 하셨습니다....... 주인께서 그렇게까지 하셨는데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할 수는 없잖아요. 저는 여러분에게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글로리아나는 멜로디와 시선을 맞추며 부드럽게 고개를 숙였다.



    "불쾌감을 준 것에 대해 사과드립니다."



    "저, 저기, 고개를 들어주세요. 딱히 해를 끼친 것도 아니고, 저는 신경 쓰지 않으니까요!"



    "...... 그런가요, 당신은 마음이 강하군요. 저 같으면 그런 태도를 보았다면 적지 않은 상처를 받을 것 같다요. 제가 당하고 싶지 않은 일을 남에게 하지 말아야 했다고 반성하고 있어요."



    "아, 알겠습니다. 사과를 받아들일 테니 고개를 들어주세요!"



     글로리아나는 이제야 고개를 들었다.

     당혹스러운 표정의 멜로디를 보며 쓴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뭔가 사과를 하고 싶은데, 원하는 게 있으신가요?"



    "네? 사과라고 해도 ...... 사샤, 어떻게 해?"



    "나한테 그런 말을 해도 곤란해."



    "사과, 사과라......"



     멜로디는 팔짱을 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공작가의 메이드에게 사과를 받을 수 있는데도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 것을 무욕으로 봐야 할지, 아니면 너무 많이 생각해서 욕심이 지나치다고 봐야 할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하지만 멜로디는 정말로 희망사항이 떠오르지 않아 고민만 하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글로리아나는 한 가지 제안을 한다.



    "그럼 이렇게 하요. 당신에게 곤란한 일이 있을 때 한 번만 저희들이 도와드릴게요."



    "...... 저희들이요?"



     글로리아나는 자신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멜로디가 그에 따라 고개를 돌리자, 조금 떨어진 테이블에서 공작가의 메이드들이 이쪽을 살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 모든 사람이 몰려들면 폐가 되니까요. 저희들이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가능하지만, 혹시 희망사항이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해 주세요. 그럼 잘 부탁드려요?"



    "그럼 한 가지 희망사항이 있어요!"



     멜로디는 무슨 생각이 났는지 손뼉을 치며 활짝 웃었다.



    "뭐, 뭔가요......."



    "저기, ...... 괜찮으시다면 점심을 같이 할 수 있을까요?"



    "점심을?"



    "네! 여러분과 함께 점심을 먹으면서 메이드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어요!"



     멜로디의 제안에 글로리아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며 깜짝 놀랐다. 그리고 눈꼬리를 내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네, 괜찮아요. 하지만 곤란하네요. 이건 도무지 사과라고 할 수 없네요. 오히려 신세를 더 진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사샤 씨."



    "원래 이런 아이니까 포기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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