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제3화 멜로디의 근사한 점심시간(2)
    2024년 06월 08일 18시 43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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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샤는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했다. 글로리아나는 뺨에 손을 얹으며 작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 표정은 왠지 모르게 기뻐 보였다. 그리고 다시 멜로디와 얼굴을 마주 했다.



    "그럼 잠깐 대화 좀 할까요?"



    "감사합니다."



     멜로디는 기쁜 듯이 활짝 웃었다.

     글로리아나 역시 미소로 화답했다.

     이렇게 해서 멜로디는 새로운 메이드 친구를 얻게 된 것이다.























    ◆◆◆


     딸랑거리는 종소리가 하인 식당에 울려 퍼진다. 왕립학교의 점심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신호다.

     그것은 하인들에게도 같은 신호였다. 물론 하인들의 식사 시간은 일의 흐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점심시간의 틀에 불과하지만.



    "어? 벌써 시간인가요?"



     종소리가 귀에 닿자 멜로디는 아쉬운 듯 눈썹을 찡그리며 고개를 숙였다. 즐거운 시간은 순식간에 지나가는 법이다.



    "아쉽지만, 이제 일하러 돌아가야 할 것 같네요."



    "......네, 정말 아쉽지만 어쩔 수 없겠어요."



    "응, 정말. 안타깝지만 어쩔 수 없지."



    "그래, 맞아."



    "정말 아쉽네 ......"



     글로리아나, 사샤, 브리쉬, 워렌 네 사람은 내심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 드디어 끝났다))))



     네 사람의 마음은 일치했다. 글로리아나는 멜로디의 부탁을 순순히 승낙한 것을 조금 후회했다.



    (설마 멜로디가 이렇게 메이드에 대해 이야기하는 아이였을 줄은......)



     점심시간 내내 끝없이 메이드 토크를 이어간 것이다.

     거의 멜로디의 혼잣말이었다. 내용도 세세한 청소 방법이나 요리법 등의 마니아적이고 틈새적인 내용이 많아서 글로리아나도 사샤도 '그렇구나', '그건 어떨까' 등의 애매한 대답밖에 할 수 없었고, 메이드도 아닌 브리쉬나 워렌도 시종일관 애매한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 멜로디는 기쁜 듯이 계속 이야기하는 바람에, 네 사람은 점심시간이 끝날 때까지 어울려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럼 먼저 실례할게요. 다음에 또 점심 같이 먹도록 해요."



    "아, 네. 잘 부탁드려요."



     글로리아나는 약간 찡그린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멜로디는 눈치채지 못한 채 하인 식당을 빠져나갔다.

     멜로디가 떠난 후 남은 네 사람은 의자에 몸을 맡기며 크게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멜로디가 이런 아이였을 줄이야. 1학기 때는 몰랐어."



     워렌이 중얼거리자 사샤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메이드 일을 좋아한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지금까지는 스스로를 자중하고 있었나 봐."



    "...... 그래도 기쁘게 말하는 모습은 정말 귀여웠어."



    "귀여웠던 건 인정하지만."



     첫 만남 때부터 멜로디를 귀엽다고 말하는 브리쉬의 모습에, 워렌은 웃음을 터뜨렸다.



    "...... 저, 앞으로 저 아이랑 잘 지낼 수 있을까요."



     곤혹스러운 듯 볼에 손을 얹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글로리아나를 보며, 사샤는 씁쓸한 웃음을 지었다.













    "후후후, 오늘은 정말 멋진 날이야."



     멜로디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걸어서 기숙사로 돌아왔다. 메이드 복귀 첫날부터 새로운 메이드 친구를 사귀게 되어 기쁘기 그지없었다. 멜로디는 기쁨으로 넘쳐났다.



     기숙사에 도착한 멜로디는 작업 진행 상황을 확인했다. 청소와 빨래 등은 오전에 끝냈고, 이제 루시아나의 저녁 식사 준비만 남았다. 즉, 오후는 매우 한가한 시간이다.



      1학기 동안은 너무 한가해서 임시 강사로 학교에 온 렉트의 보조 업무를 맡을 정도였지만, 오늘 멜로디는 우울한 분위기가 아니다.



    "아가씨와 제대로 상의해서 다행이야...... 열려라 봉사의 문 [오븐쿠에포-타]"



     멜로디의 눈앞에 소박한 나무 문이 나타났다. 문을 열자, 그 너머는 왕도 루틀버그 백작 저택의 현관 홀과 연결되어 있었다.



    "자자, 루틀버그 왕도 저택으로"



     멜로디는 문을 통과해 왕도의 저택으로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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