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장! 기억해 둬라. 내가 마왕으로 돌아온다면 먼저 너...... 부...... 터)
"아, 잠이 들었네요."
"잘 먹고 잘 자는 강아지네. 역시 성장기인 거 아니야?"
"후후후, 그럴지도 몰라."
설교도 잠시, 그레일은 셀레나의 품에 안긴 채 잠이 들기 시작했다. 너무나 자유분방한 모습에 세 소녀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장난꾸러기 강아지지만 잠든 얼굴의 그 귀여움은 어쩔 수 없다.
"어쩔 수 없네요. 조금 더 많이 먹여야겠어요."
"과체중은 건강에 좋지 않으니 조심해, 셀레나."
"알고 있어요, 언니"
"좋겠다, 우리 나으리도 강아지 한 마리 정도는 키우지 않으시려나?"
폴라는 혀를 늘어뜨린 채 나른하게 잠들어 있는 그레일의 얼굴을 손가락으로 쿡쿡 찔렀다. 멜로디와 셀레나는 그것을 웃으며 바라보았다.
(음냐음냐...... 그러고 보니...... 배가 고프기 시작한 건 내 파편을 먹고 나서였던 것 같은데...... 음냐음냐..............)
그레일은 잠결에 무언가를 떠올린 듯했지만, 모든 것이 꿈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잠에 든 그레일을 바구니에 옮기고, 멜로디는 셀레나 일행의 저녁 식사 논의에 합류한다.
"셀레나, 아가씨의 저녁도 여기서 만들려고 하는데 괜찮겠니?"
"네, 괜찮아요, 언니. 함께 만들어요."
셀레나의 흔쾌한 승낙에, 멜로디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세 사람은 조리실에서 재료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마이카는 지금 뭐 하고 있어?"
잡담을 나누며 분주하게 작업을 해나가는 세 사람. 멜로디는 오늘 아직 만나지 못한 마이카에 대해 셀레나에게 물었다.
"식료품을 사러 갔어요. 몇 가지가 다 떨어져서요."
"평소에 가는 숲에서 식량을 꽤 많이 확보할 수 있지만, 모든 식량을 다 구할 수는 없으니까."
숲에서 고기나 산나물 등은 구할 수 있지만, 채소나 소금 등의 조미료는 어쩔 수 없이 시장에서 사야 한다. 이것만은 어쩔 수 없다는 말에 멜로디는 고개를 끄덕였다.
"...... 저기, 멜로디는 아직 그 숲을 모르고 있는 걸까?"
"아마도요. 언니는 그런 부분에 대해선 조금 어두워서요"
"멜로디는 정말 똑똑하지만 그런 부분에는 둔한 것 같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되겠어?"
"아가씨께서 전하지 않는 모양이라서, 조금 고민하고 있어요."
즐겁게 요리하는 멜로디의 옆에서 그런 대화가 오가는 것을 그녀는 눈치채지 못했다. 몇 번이나 눈치챌 법한 장면이 있었지만, 멜로디는 아직도 자신이 늘 다니는 숲이 세계 최대의 마경 '바나르간드 대삼림'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멜로디, 정말 이런 부분에선 둔한 소녀인 것 같다.
"돌아왔습니다~!"
"어서 와, 마이카."
음식 준비가 어느 정도 끝났을 때, 마이카가 장을 보고 돌아왔다.
"아, 멜로디 선배! 마침 잘 오셨어요. 상담하고 싶은 게 있어요!"
상담? 무슨 일인가 싶어 멜로디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한테 상담할 게 뭐니, 마이카?"
요리를 셀레나 일행에게 맡기고, 멜로디는 마이카를 바라보았다.
"이번 루틀버그령의 여행에 관한 건데, 가는 길만이 아니라 돌아오는 길도 멜로디 선배가 데려다줄 수 없을까요?"
마력 중독에 걸린 세실리아 맥머든이 레긴버스 백작 클라우드의 배웅을 받으며 요양을 위해 마차를 타고 루틀버그령으로 향했던 것이 어제 일이다.
원래 마차는 5일간의 여정을 거쳐 루시아나의 친가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여행에 익숙하지 않은 마이카의 제안으로 5일 후 전이하여 루틀버그 영지로 향하게 되었다. 그래서 여행의 멤버인 마이카, 류크, 렉트는 지금도 이 저택에 머물고 있다.
마이카는 돌아가는 길도 멜로디의 전이 마법으로 지름길로 갈 수 없냐고 물었지만, 멜로디는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