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BonusTrack 415화 어른의 모에 돼지 전생의 잔해(1)
    2024년 06월 01일 15시 01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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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드캇코 왕국은 평화로운 나라였다. 온화하고 상냥한 태크 왕과 란 왕비가 다스리는 이 작은 나라는 밀의 명산지로도 유명하며, 일 년에 한 번 열리는 파이 던지기 축제 외에는 별다른 특징이 없는 평화로운 나라였다. 하지만 그런 평화로운 나라에도 전쟁은 가차 없이 닥쳐왔다. 지금 그 나라는 멸망의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전면 항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겠지."



    "진심이세요, 아버지!?"



     올드캇코 왕국의 공주인 유후 공주는 왕에게 소리쳤다. 아무리 공주라지만 현직 왕에게 소리를 지르는 것은 무례하기 짝이 없는 일이지만, 여기 있는 사람은 왕과 왕비, 공주 세 가족뿐이다.



    "마마이트 제국은 강력한 군사 국가다. 거스른다 해서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하나도 없지. 그렇다면 전쟁이 일어나기 전에 항복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황제 이그니스는 전쟁이 일어나면 누구보다 가혹하게 적을 공격하고 멸망시키는 악마지만, 공손한 상대에게는 관대한 사람이라고 들었다. 아마도 올드캇코 왕국은 마마이트 제국령 올드캇코 주로 개칭될 것이고, 나는 그 주지사 자리에 임명될 것이다. 다른 패전국처럼 말이야."



    "하지만! 싸우지도 않고 지는 건!"



    "그 싸움에서 죽는 건 누구라고 생각하느냐!"



     평소 온화한 태크 왕이 험상궂은 얼굴로 유후 공주에게 호통을 친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아버지에게 혼난 유후 공주는 풋내 나는 분노를 삭이며 입술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무혈입성하게 두면 우리를 포함해 아무도 죽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일단 전쟁이 시작되면 흑사자는 하룻밤 사이에 이 나라를 지옥으로 떨어뜨릴 거다. 알겠나, 유후. 절대 이길 수 없는 수만, 수십만 대군을 앞에서, 싸우지 않고 지는 것이 부끄러워 우리 병사들을 헛된 체면 때문에 죽으라고 할 테냐? 아무런 의미도 없이, 단지 그대의 풋내 나는 정의감만을 위해 개죽음당하라고 할 셈인가!"



    "그건 ......!"



    "병사도 백성임에는 변함이 없다. 만약 고집을 부려서 피를 흘릴 생각이라면, 나는 그대를 폐적시켜야만 한다."



    "아버지!"



    "닥쳐라! 이것은 왕의 결정이다! 불복한다면 우리를 죽이고 그대가 왕좌에 앉으라! 그리고 피투성이의 길을 걸어라! 그 길은 머지않아 마마이트 제국이라는 거대한 벽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나겠지만!"



     유후 공주는 평화로운 나라에서 정당한 사랑을 받으며 자란 소녀다. 꾸중을 듣기는 했지만, 단 한 번도 큰 소리로 혼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자상한 아버지가 주먹을 불끈 쥐고, 묻지도 따지지도 말라는 왕명을 내린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에게는 아버지를 배제할 배짱도 각오도 없다. 다가오는 압도적이고 절망적인 현실 앞에서는, 무슨 말을 해도 세상 물정 모르는 철부지 딸의 헛소리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마이트 제국의 황제, 이그니스 마마이트이니라."



    "올드캇코 왕국 국왕, 태크 러셀 올드캇코 5세다"



    "현명한 판단이로다, 말대의 왕이여."



    "그 비난은 달게 감수하도록 하지. 하지만 약속해 주었으면 한다. 내 목을 바치는 대신, 내 사랑하는 백성들에게는 관대한 처분을 내려달라."



    "훗. 그 각오는 좋구나."



     선전포고를 받기 전에 전면 항복하겠다는 특사를 보낸 것이 주효했다. 마마이트 제국 공군의 비행전함 30척이 올드캇코 왕국의 하늘을 새까맣게 물들이며 국민들의 마음을 짓눌렀다. 저런 상공에서 강철 전함으로 폭격을 퍼붓는다면 승산은커녕 반격할 수단조차 없는 압도적인 전력 차이 앞에서 모두가 허탈해했다. 화의장을 지키는 병사들조차도 저런 괴물 군단을 상대로 전쟁을 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안도할 뿐이었다.



     하지만 모두가 하늘을 나는 검은 배를 보며 포기하는 가운데 유후 공주만이 마음속에 반골의 불길을 계속 지피고 있었다. 분명 저 나라의 공군 전력은 위협적일 것이다. 하지만 녀석은 살아 있는 존재다. 조인식에 나타난 황제 이그니스만 찔러 죽이면 된다는 얄팍한 생각은, 곧 이그니스 마마이트의 압도적인 강자의 아우라에 의해 소진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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