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들이 있는 위치를 지정해 주지 않으면 《대공의 왕좌》를 발동할 때 실수로 죽여 버릴 수도 있어. 그건 나도 피하고 싶거든."
"그럼 내가 계획을 제시하고, 그쪽에서 그 지점을 피하면 되는 것 아닐까?"
"아, 그래도 괜찮겠어? 다만, 꼭 변경해야 하는 곳이 몇 군데 있는데, 그곳을 지정했을 때 바꿔줄 수 있겠어?"
"좋아. 한 시간만 시간을 내지."
"오늘 오전 중이라면 언제든 상관없으니까~"
부하 직원과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등을 돌리는 엘든에게 손을 흔들며, 테라는 미소를 지었다.
"............"
그리고 문이 닫히고 3초 후,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긁으며 한숨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재미있네 ...... 지휘관이 된 것처럼 거들먹거리고 있어. 베네딕트의 그 신전에서 멀어진 순간부터 흔들림의 장식품이 되었는데 말이야."
"ㅡㅡ끝났어?"
테이블 너머 ............ 게임룸에서 기다리게 했던 귀족파들이 술과 휴식을 위해 방으로 몰려든다.
선두는 언제나처럼 이졸데 마돈나였다. 화려한 붉은 드레스를 입고 물결치는 붉은 머리를 흔들며 들어온다.
어린 시절부터 여성용 화장품 브랜드를 론칭해 귀족과 부호부터 서민까지 폭넓은 계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왕국 내에서는 그 유명한 스칼렛 상회를 제치고 가장 큰 규모의 브랜드가 되었다.
본인 역시 미모가 확실하여, 쉰다섯 살이 넘은 나이에도 그 외모는 변함없이 눈에 띈다.
재력, 인맥, 지식 ............ 테라로서도 이졸데는 꼭 곁에 두고 싶은 협력자였다.
"응, 끝났어. 저 녀석은......."
"의미심장하네."
각자 편하게 소파에 앉아 술을 따르고 과일을 따먹으며 여유를 즐긴다.
스무 살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젊은 외모의 스타코트 후작과 함께, 연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역시 어린애한테는 술이 빠른 모양이네. 너를 위해 찬물도 가져왔어."
어깨를 으쓱하며 이졸데의 농담을 받아넘긴 테라는, 앞으로 올 손님에 대한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하다.
"...... 그건 그렇고 정말 오려나?"
"올 거야. 셀레스티아 왕녀니까, 알트 왕자와 에리카 공주를 보낼 거야."
"뭐어? 왕족이 둘이서 적지에 ............ 그것도 디아 메이즈에 올 리가 없잖아?"
"난 알아. 셀레스티아 왕녀는 왕족이건 가족이건 간에 그냥 장기짝으로 취급해. 그렇기 때문에 확실히 목적을 달성하는 것이고. 호위병은 네 명 정도려나. 꽤 강할 테니 그들과 제대로 싸워서는 안 돼."
말문을 연 테라를 둘러싸듯 귀족들이 모여든다.
"너도 얼마 전 셀레스티아 왕녀와 밖에서 만나고 왔지?"
"저쪽에서 억지로. 역시 마음에 들지 않아 ......"
"어떤 이야기를 나눴는데?"
"후훗 ...... 신경 쓰였으면 처음부터 물어봤어야지."
"네가 공주를 진심으로 싫어하는 것 같아서 일부러 피하고 있었거든."
어깨를 움츠리는 테라 앞에서, 이졸데는 마음 가는 대로 노란 칵테일을 마신다.
"...... 그렇게는 말해도, 역시 잘 모르겠어."
"그게 무슨 뜻인데?"
"옥좌와 관련된 건 아무것도 묻지 않았어. 주로 물어본 건, 그래...... 굳이 말하자면 귀족파들에 관한 것이랄까? 내가 아니어도 알 수 있는 정보만 대답했어. 상관없겠지?"
테라에게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담담하게 던지는 질문에 대답할 뿐이다.
"그건 상관없지만 ............ 《대공의 왕좌》가 있는 곳이 아니라?"
"왕좌에 대해선 애초에 아무것도 몰라서 대답할 방법이 없었어. 아아...... 그래서 질문하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네."
"............"
테라 스타코트는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디아 메이즈 밖으로 나가본 적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바깥세상을 잘 알고, 사람을 잘 알고, 그 천재적인 재능으로 형들과 적대자들을 죽여왔다. 독살, 암살, 구타, 고문치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