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장 251화 협력자와 도전하는 난공불락의 대성채(2)
    2024년 05월 25일 20시 57분 2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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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다가 ...... 잠시 후 다시 힐데가르트가 일어섰다. 걸어가서 문을 열고, 어린아이처럼 얼굴을 반쯤 내밀어 왼쪽 통로를 바라본다.



     아무도 없다 ............ 다음엔 오른쪽 통로로 눈을 돌린다.



    "............

    "............



     ...... 눈을 돌리자, 자신과 똑같은 모습으로 열린 문을 통해 오른쪽을 바라보는 작은 그림자가 곁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

    "............ 응? 나 말고 다른 사람이 있어?"



     쿠죠에서 본 익숙한 아이가 거기 있었다.



     검은 머리의 아이를 내려다보며. 미간에 주름을 잡자마자 실내로 발걸음을 돌린다.



    "...... 아무것도 아니다. 그냥 배가 고팠을 뿐이다."

    "마침 잘 됐어. 왠지 힐데가 외로울 것 같아서 서둘러 왔는데, 같이 시내로 놀러 가자고 할 생각이었거든."



     아장아장 뒤를 따라오는 마왕에게 그리움을 느끼는 것은,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내고 있기 때문일까.


     
     아직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음에도.



    "뭔가 맛있는 면 요리가 있다며? 꼭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

    "아직 점심시간은 이르다. 거기서 조용히 있어."

    "그렇구나............ 뭐라도 준비해 줄까?"

    "............"



     한가한지 책상에 앉아 있는 자신의 앞에 세고는, 몸 뒤로 두 손을 모으며 태평하게 묻는다.



     처음 만났을 때와 변함없는 보폭으로 살아가는 이 남자에게, 곧장 책상을 부채로 두드려서 무언의 요구를 드러낸다.



    "...... 부채로 책상을 두드리고 있는데, 혹시 내 센스로 간식을 골라서 가져오라는 뜻이야?"

    "아니."

    "그럼 ............ 홍차나 뭐 그런 거?"

    "전혀 아니다."

    "어, 그럼 뭘까 ......"



     탐정의 얼굴로 팔짱을 끼고, 턱까지 쓰다듬으며 진지하게 고민하는 어린이의 모습을 한 마왕.



    "...... 이 마왕의 두뇌로도 모르겠어. 정답은?"

    "여기에 네놈의 얼굴을 박으라고 했다."

    "그런 말을 했어!? 왜 그런 심한 말을 하는 거야!?"



     평소처럼 시끄럽게 대들자, 참지 못하고 책상 네 귀퉁이를 부채로 두드리며 재촉한다.



    "가장 아픈 곳! 이 책상이 가장 자신감을 가진 곳!"

    "그게 어쨌다는 거지? 내가 다치는 것도 아!"

    "제일 안 좋은 생각이잖아......"



     주눅 드는 마왕을 아랑곳하지 않고 커피를 한 모금 마신다.



     몸을 숙여서, 잔에 맺힌 이슬에 젖은 손을 마왕의 옷으로 닦고 다시 서류 작업으로 돌아갔다.



    "......힐데는 남들이 생각지 못한 짓을 해내는구나. 그것도 재능일지도 몰라. 하지만 그래도 그런 말하고 싶은 마음은 이해한다고? 실제로 피해를 입힐 정도는 아니고, 뭐 금방 마를 것 같지만, 뭔가 조금 복잡한 기분이 들기도 하니까. 사람이란 그런 거야."



     업무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했는지, 약간의 불만을 토로한 마왕은 방 안을 둘러보며 돌아다녔다.



     때로는 쿠션을 만져보며 감촉을 확인하고, 때로는 선반 위에 손가락을 문질러 먼지가 남아있지 않은지 확인하거나.......



     다음에는 벽에 걸린 그림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누구야?"



     알 바 아니라고 말하고 싶지만, 누군가가 그려진 그림을 향해 혼자서 묻고 있다.



     당연히 돌아오는 대답은 없다. 그러자 다시 곧장 넓은 방을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

    "............"



     무슨 의미인지 이번에는 소파에 앉아 ............ 몇 초도 안 돼 일어나 다시 돌아다닌다.



    "...... 구운 과자네?"



     다음에는 테이블에 마련된 구운 과자로 추정되는 것을 집어 들고 아무 생각 없이 입에 넣었다.



    "............!"



     예상외로 맛있었는지 다른 것들도 마구잡이로 먹기 시작한다. 모조리 먹어치울 기세로 크래커에 치즈를 발라 입에 던져 넣었고, 빵에 햄을 끼워 입안에 던져 넣고는 부서질 듯이 먹어치운다.



    "...... 일일이 시끄럽게 떠들지 마."

    "맛있어, 이런 게 있으면 외출 안 해도 돼! 힐데도 빨리 이리 와서 먹어봐!"



     어쩔 수 없이 일어서서 다가가, 마왕의 옷깃을 잡고 끌어당긴다.



    "시끄러워서 일처리가 안 되잖아. 조용히 있어."

    "저거 내 거니까 치우지 말라고 말 좀 해줄래? 역시 힐데한테 나오는 물건은 다르구나."



     시끄럽고 좀처럼 가만히 있지를 않는 마왕을 무릎에 앉혀놓고, 나머지 서류를 살펴본다.



    "...... 저기, 나는 마왕인데......."

    "비하할 필요는 없다."

    "안 했는데? 자랑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마왕을 인형 대신으로 삼아 서류 작업을 마무리한다. 다시 보고서를 '문제없음' 쪽에 던져둔다. 한 장 한 장 마무리해 나간다.



    "............ 정말로 읽고 있는 거야? 내가 두 번째 줄을 읽을 즈음에 끝났는데......"

    "............"

    "그런데, 저건 뭐라고 적혀있었어?"

    "최근 동국 부근에서 채굴되는 희귀한 보석이 조금씩 매물로 나오고 있다. 그것을 사들이고 있다는 보고다."



     사람을 의심하는 마왕은, 던져진 서류를 다시 손에 쥐고서 천천히 시간을 들여 내용을 살폈다.



    "......제대로 보셨습니다."

    "그 모습인 것이 다행이었군. 너 같은 놈이라도 어린애라면 귀염성이 있다. 이번엔 그냥 넘어가 주마."

    "언제나 친절한 주제에~ 우웃!?"



     뒤에서 양손으로 뺨을 짓눌려 제재를 받는 마왕. 그리고 빙글빙글 문지르며 놀림을 당한다.



    "...... 쓸데없는 말 하지 마."

    "네에~"



     몸을 비틀며 수줍어하는 힐데가르트를 상대하며, 마왕은 오전의 시간을 알차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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