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11장 250화 한발 앞서, 최종결전의 땅에서(3)
    2024년 05월 25일 19시 08분 5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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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곳에 날아든 소식은 술기운을 조금 깨우는 계기가 되었다.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 진두지휘로 인해 적들은 점점 지쳐가고 있습니다."

    "역시 내가 눈여겨 본 남자다. 대체될만한 실수를 범하지 마. 남작만 믿고 조금 무리해서 발탁한 거니까."

    "아이고 감사합니다. 당신께서 등용한 장수는 은혜에 보답하는 사람이고 말고요."

    "그런 것 같군."



     백작은 현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며칠만 더 참으면, 그리고 예정된 날 아침부터 낮까지 ............ 그 시간만 버티면 엔제교단의 승리가 될 것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부하였던 '코몰리 퍼터' 남작을 강제로 현장 지휘관으로 임명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엔제교단를 신봉함에도, 신앙심은 없고 충성심만 강한 남작이 적임자였다.



    "어느새인가 쿠쟈로로부터, 조정해놓았다는 그 '용'도 도착하였다. 베네딕트 님의 아이인 마파엘 님이 사용하게 될 테지만, 최악의 경우 한 마리를 남겨두고 사용하려 생각하고 있다. 필요하다면 허락을 구하게."



     자신도 모르게 성전 내 지하 창고로 취급 방법이 적힌 문서와 함께 배달된 커다란 철창. 격자형의 철창은 비정상적으로 두껍고, 여러 겹으로 겹겹이 쌓인 우리 안에는 조용히 분노를 불태우는 용들이 있었다.



     특히 강력하다고 알려진 개체는 창백하고 작은 종이지만, 다른 용들을 기척만으로 제압하는 모습에서 상위 종을 연상케 한다. 백작도 조심스럽게 그 모습을 확인했는데, 정교하고 날렵한 형태의 아름다운 용이었다.



     자연 속에서 평온한 삶을 살던 중 포획되어 끌려가고, 아이도 남겨둔 용은 피눈물을 흘릴 정도로 격분했다.



     게다가 몸을 우롱당하고, 불필요한 강화 수술을 받고서 낯선 땅에 버려졌다. 용은 인간을 증오하고 자식을 걱정했다.



    "어쨌든 전선을 유지할 수만 있다면 베네딕트님의 <성역>에 따라 승부가 결정될 것이다. 선대의 부하들도 사라지고, 그 뒤는 우리들의 천하가 될 것이다."

    "함께 가겠습니다."

    "자네는 영리하구나 ...... 봐라"



     기란 백작은 각 테이블에서 탐욕스럽게 술잔을 기울이는 동포들을 향해 냉소적인 시선을 보내며, 작은 목소리로 경멸의 감정을 담아 코몰리에게 말했다. 그들은 귀족파이며 경건한 엔제교도였다.



    "이기든 지든 패배인데도 큰 의미 없이 욕망에 맡기는 짐승 같은 놈들을 봐둬라. 생명체로서 이토록 타락한 모습을 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니."

    "선견지명이 없는 ...... 그 이전의 문제군요"

    "그래. 우리들은 결전의 끝에서 베네딕트님과 함께 마리아ㅡㅡ릴리스 님을 유일하게 섬기는 간부가 될 것이다."

    "저희가 남들보다 더 맛있는 꿀을 빨아먹을 수 있게 되는 거군요"

    "알았다면 실수로라도 기도하지 마. [하얀 천녀]님에게 목숨을 바치게 된다는 이야기는 사실인 것 같으니까."



     냅킨으로 입을 닦은 기란 백작은, 와인잔을 들고 동포들에게 말을 건넨다.



     이후에도 술잔을 기울이는 연회가 시작된다. 그 말을 듣고 많은 간부들이 얼굴에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기란이 일어나 저녁 식사를 마치고 나서야 도박 대회가 시작된다.



    "어이쿠, 랜디 씨, 벌써 술에 취하셨습니까? 당신 정도의 사람이 그렇다니, 나쁜 농담이겠죠?"

    "무슨 소리인가, 기란 군 ...... 나는 아직 현역이라고~?"

    "그럼 오늘 밤도?"

    "물론이지, 자네......"



     일제히 "하하하하하!" 라며 웃음을 터뜨리며, 세상 물정을 잘 아는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



     배웅하는 코몰리 남작은 솔직한 감탄을 가슴에 품고서 그 방을 떠났다. 직접 망원경으로 확인한 흑기사단을 생각하며 다시 전선의 지휘관으로 돌아간다.



     코몰리 퍼터, 자타가 공인하는 비열하고도 비굴한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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