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에 나는 왜 키스를 받기를 기다리고 있었지!? 분위기를 파악해서 내가 먼저 다가갔더라면, 시이나가 오기 전에 키스까지 갈 수 있었을 텐데!
그러면 분명 지금쯤 필리아와 함께 침대 위에서 ...... 위에서 .......
"읏......"
필리아와 그런 일을 하는 상상을 하려고 하면, 싫어도 생각난다.
선홍빛을 띤 뺨. 색기를 발산하는 옅은 미소, 숨소리.
필리아와 냥냥하는 망상은 지금까지도 여러 번 해왔다. 해왔지만 .......
내가 지금 떠올리는 필리아의 생생한 모습은, 내 상상의 산물이 아니다.
방금 전 나에게 향했던, 현실의 모습이다.
그것을 의식하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리고 위축된다.
얼굴뿐 아니라 귀까지 열이 나기 시작해 말이 잘 나오지 않는다.
으, 으으. 뭐야 이게.......
적어도 망상 속에서는 숙맥처럼 굴지 말자며, 망상 속 필리아를 몇 번이고 덮쳐 본다.
[스승님, 귀여워요 ......]
[후후. 여기가 약한가요?]
[괜찮아요 ...... 제가 뭐든지 해드릴게요.]
...... 덮쳐봤지만, 매번 손쉽게 격퇴당하고 오히려 역공을 당했다.
이, 이상하네 ...... 공격당하는 미래만 보이는데 .......
좀 더 힘내라 망상 속의 나! 더 밀어붙여! 왜 이렇게 당하고만 있는 거야!
"......호, 혹시 나는 ...... 숙맥 ......인가 ......?"
필리아를 산 그날부터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야한 짓을 싶다는 말을 꺼내지 못했다.
지금이야말로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인데도 한마디도 말하지 못했다.
현실의 필리아가 그런 행위를 하는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어지러워진다.
혹시, 아니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고 마음속 어딘가에서 아주 조금 의심하고 있었지만 .......
"아니,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그럴 리는 ......"
그렇다.
기회를 잡는 사람은, 자신이 서 있는 곳까지 기회가 떨어지기를 마냥 기다리는 것이 아니다.
기회가 떨어질 수 있는 곳을 파악하여 스스로가 그곳을 향해 나아가는 것이다.
그래, 수동적으로만 있으면 아무리 지나도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바뀌지 않아 ......!
계속 이런 상태라면, 아무리 빌어도 소원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필리아를 사는 행동부터 시작해서 ...... 두려움을 견디고, 시이나와 함께 사는 것을 스스로의 의지로 받아들였으며 .......
음마의 액체 약이라든가 슬라임 대작전처럼, 은밀하게 손을 써왔었다.
지금까지와 마찬가지로 행동으로 옮기면 된다.
다음에 필리아와 좋은 분위기로 둘만 남았을 때, "필리아를 한 명의 여자로서 좋아한다"라고 한마디만 하면 된다. 연애의 의미에서 좋아한다고 하면 된다.
그렇게만 하면, 나머지는 분명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이다!
그리고 내가 주도권을 쥐고 공격권을 얻는 것이다 ......!
"좋아 ......!"
뺨을 두드리며 다시 힘을 낸다.
나는 결코 숙맥이 아니다. 다음에 필리아와 단둘이 좋은 느낌으로 둘이 있을 때 반드시 증명해 보인다 ......!
"...... 하지만 ...... 나도 오늘은 좀 피곤하네 ......"
오늘 하루만 여러 가지 일이 있어서 많이 피곤하다.
나는 엘프이기 때문에 육체적으로 상당히 약하다.
방의 불을 끄고 침대에 발라당 누웠다.
아모르가 이 집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겠지만 ...... 필리아와의 사이는 그녀가 떠날 때 아모르와 잘 지낼 수 있도록 노력해 보겠다고 했으니, 그렇게까지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결같이 목표를 향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필리아의 매력이다. 그 필리아가 열심히 하겠다고 했으면 반드시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아모르와 시이나의 사이인데 ...... 음....... .......
시이나와 한 번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해 보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
솔직히 말해, 나는 최근 들어 어쩌면 내가 시이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까지는 끔찍한 과거로 인해 정신이 병든 얀데레 소녀라고 생각했다.
생물의 피를 좋아하고, 먹잇감을 보면 자기도 모르게 미친 듯한 미소를 짓고 만다.
애완동물이 주인을 따르는 것처럼 나를 따르며, 나나 그녀에게 해를 끼치는 자에게는 일체의 용서를 하지 않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