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뻐요. 스승님 ......"
"뭐......"
경멸당한다. 그런 나의 예상과 달리, 의외로 그 목소리는 기쁨으로 가득 차 있었다.
무심코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여전히 눈물을 흘리는 필리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촉촉한 눈물이 아까와는 조금 다른 것 같았다.
"어쩌면 스승님께 제가 별다른 존재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무서웠지만, 들어서 다행이에요 ......"
부드럽게 내 머리 뒤로 손을 돌린다.
처음 만난 필리아가 그날 식당에서 안아주었을 때와 비슷했다.
내가 의자에 앉은 상태에서, 필리아는 서 있는 상태에서.
그런 자세로 안기면 당연히 필리아의 풍만한 가슴에 내 머리가 푹 파묻히게 된다.
가슴 사이로 얼굴을 밀착시켜 그 부드러움과 녹아내리는 듯한 느낌에, 생각이 진전되지 않는다.
기, 기분 좋아. 어, 이거 뭐야, 이거 너무 좋은 냄새가 나는데, 이게 천국이야? 나 죽었어? 저거 필리아 천사였나? 마시멜로 먹고 싶어.
"스승님은 최악이 아니에요 ...... 기억하세요? 처음 만났던 날, 스승님을 이렇게 하면서 ...... 제가 했던 말."
"어 ...... 음, 그거 ......?"
스승님이라면 당연히 기억하고 계시죠? 같은 말투로 내뱉는 말에, 나는 마음속으로 정말 조바심이 났다.
아니, 그, 미안. 아까는 필리아의 가슴에 정신이 팔려서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어.......
뭐, 뭐라고 했어, 필리아? 뭐라 말했더라? ...... 마, 마시멜로 먹고 싶어.
"후훗, 당황하시네 ...... 귀여워요, 스승님"
"귀, 귀엽지는 않은데 ......"
아무래도 갑작스러운 일로 혼란스러워 과거의 일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필리아는 요염한 미소를 지으며 괜찮다며 내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어, 어라? 피, 필리아는 이렇게 섹시했었나?
아니, 원래부터 굉장히 야한 몸이었지만, 그런 게 아니라.
좀 더 순수하고 풋풋한 느낌이었는데 ......?
"스승님. 저는 그때 이렇게 말했어요. 이렇게 스승님과 마주 보며......"
양 볼에 손을 대어 얼굴을 위로 향하게 했다.
필리아의 가슴에 내 얼굴이 닿자, 그 감촉이 너무 좋아서 머리가 점점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기억이 되살아난다. 그날 같은 일을 당했을 때와 광경이 겹쳐진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점은 필리아의 뺨이 선홍빛으로 물들어 있고, 입가에 행복한 호를 그리며 웃고 있다는 것이다.
그저 순수하기만 했던 그때와 달리, 왠지 모르게 섹시함마저 느껴지는 그녀의 표정에 숨이 막히고 눈이 휘둥그레진다.
"부디 저를 믿어주세요. 왜냐하면 나는 당신을 위해 ...... 여기 있으니까요."
그 말이 귓가를 스치듯 내 안으로 들어오자, 등골이 오싹하게 떨렸다.
"...... 제 모든 것이 스승님의 것이에요. 이 손도, 몸도, 마음도요. 저는 스승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어요. 스승님께서 원하신다면 어떤 일이든, 무엇이든 해드리고 싶어요."
"뭐, 뭐든지 ......"
"네, 뭐든지요."
침을 꿀꺽 삼킨다.
여기서 야한 방향으로 망상을 펼치는 것은, 내 마음이 더럽혀져 있기 때문이 틀림없다.
하, 하지만 뭐지?
뭐, 뭔가 이상하다. 왜 나는 아직도 필리아에게 경멸당하지 않았을까?
어라? 왜 ...... 응? 잠깐만 ...... 어라?
"피, 필리아 ......!?"
서서히 필리아의 얼굴이 다가온다. 그 의미를 모를 정도로 나는 둔감하지 않다.
왜냐면 이전에도 두 번 정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 하지만 그렇다면, 이번이 세 번째인 것일까.
여기까지 오면 더 이상 의심할 수 없다.
필리아는. 지금 눈앞에 있는 이 아이는.
나와 키스를 하고 싶어 한다.
"스승님 ...... 스승님께서 저에게 그렇게 느껴주신 것처럼 ...... 저도 ......"
"...... 필, 리아 ......"
"...... 스승님을 ............ 좋아해요."
"ㅡㅡㅡㅡ"
눈을 크게 뜨며 경직된다.
그런 내 눈앞 몇 센티미터 남지 않은 곳에 필리아의 입술이 다가와서, 그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