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6. 마시멜로 먹고 싶어(1)
    2024년 05월 09일 02시 35분 5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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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슈레딩거의 목욕을 마친 나는, 일단 내 방으로 돌아왔다.
     책상 앞 의자에 앉아 팔짱을 끼고서 잠시 생각에 잠긴다.
     창밖의 폭풍은 더욱 거세지고 있으며, 아직 저녁 무렵인데도 밤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캄캄하다.

     참고로 지금 아모르는 근처에 없다.
     빈 방 하나를 그녀만의 방으로 내어주고 그곳에서 쉬게 하고 있다.
     그동안 많이 힘들었을 테고, 오늘 하루만 해도 여러 일이 있었다. 이제 제대로 쉬게 해주지 않으면 힘들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지금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아모르였다.
     나로서는 드물게도 조금 진지한 이야기지만 ...... 모험가 길드의 일원으로서 아모르에 대해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왜냐면 도시에 잠입한 음마를 찾는 것이 현재 최우선 과제로 되어 있다.

     신고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다. 그렇게 하면 일이 점점 커져서 결국 아모르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 들통날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퇴치한 것으로 처리하는 것이 가장 일을 크게 키우지 않는 방법이지만 ...... 그러면 아모르를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아모르가 거리 밖에서도 거리낌 없이 행동할 수 있는, 그런 편한 선택은 없을까.
     욕심인 건 알지만, 필리아나 시이나와 마찬가지로 힘든 경험만 해온 그녀에게 적어도 이후로는 자유로운 삶을 살게 해주고 싶다.

    "............ 역시 길드장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수밖에 없겠어."

     내가 아모르를 책임지고 보호할 것임을 전한 뒤, 어떤 대가를 제시하고서 요구를 들어주게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정도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나쁘게 표현하면 뇌물이다.

     나는 이래도 '지전의 마술사'로 불리는 대단한 마법사다.
     나의 요구를 거절하는 것은 곧 나라는 거대한 힘을 포기하고 적대시하는 것과 다름 없다.
     더 이상 해롭지 않은 작은 음마와 세계 최고의 S랭크 모험가. 어느 쪽을 택할 것인지는 생각할 필요도 없겠지.
     내가 하려는 것은 그런 협박의 일종이다.

     명성을 악용하는 것 같아서 별로 내키지 않지만 ...... 다른 방법이 없다면 할 수밖에 없다.
     아모르는 나를 언니라고 불러주었다. 당연하게도, 가족처럼.
     그런 아모르를 위해서라면 내가 다소 악명을 떨쳐도 괜찮다.

    "그렇게 결정했으니, 폭풍이 그치고 진정되면 아모르도 데리고 길드에 가야겠어.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

     ...... 역시 필리아, 시이나 두 사람과 아모르의 불화겠지.
     이대로라면 이곳은 아모르가 살기 힘든 집이 될 것 같다.

     식당에서 아모르가 했던 몇몇 발언을 통해, 두 사람은 이미 아모르가 과거에 얼마나 힘들게 살아왔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필리아도 부모에게 사랑받으려고 애썼지만 부모에게 노예로 팔려간 과거가 있고, 시이나 역시 피에 젖은 끔찍한 과거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래서 뭔가 계기만 있으면 사이좋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 ...... 으음, 어떻게 해야 할까?

    "...... 스승님, 계세요?"
    "음 ...... 필리아?"

     아모르가 이 집에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곰곰이 생각하고 있자, 누군가 문을 두드리더니 저쪽에서 필리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들어가도 좋다고 하자 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로 방으로 들어와 내가 앉은 의자 앞에 멈춰 섰다.

    "...... 무슨 일이야?"
    "...... 죄송해요, 스승님. 저는 ......"

     뭔가 후회하는 듯한, 자책하는 듯한 표정이다.
     뭐, 십중팔구 아모르 때문이겠지. 필리아는 상냥하기 때문에, 아모르를 조금 거칠게 대했던 것이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다.
     이 정도면 필리아와 아모르가 사이좋게 지내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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