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표정을 짓는 순간, 이미 무조건 내 패배다.
"...... 어쩔 수 없지. 알았어. 그럼 같이 들어갈까?"
콰당!!
내가 승낙하는 순간, 엄청난 기세로 의자를 날려버리는 소리가 들렸다.
깜짝 놀라 소리 나는 방향을 바라보니,
뭔가를 강하게 호소하는 듯 시이나가 그 핏빛 눈동자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어어어. 갑자기 무슨 일이야?
무서운데요 .......
기뻐하던 아모르도 순식간에 움츠러들어서, 즉시 내 뒤로 숨어 몸을 움츠리기 시작할 만큼의 위압감이다.
그리고 이상한 반응을 보인 것은 시이나뿐만 아니라 필리아도 마찬가지였다.
"스스스스, 스승님 ......? 그, 그렇게 쉽게 승낙해 버려도...... 괜찮으세요?"
"..................(가......같이 목욕을? 무, 무슨 소리야? 목욕이라면 그거지? 그, 태어난 그대로의 모습으로 하는, 그 ......? 하, 할로짱과 함께 목욕 ......? 어......? 이해할 수 없어......)"
"어, 응. 모처럼 같이 들어가고 싶다고 했으니까, 그 희망에 따라주는 것 정도는 해도 괜찮을 것 같은데 ......"
왠지 내게로 다가와 입술을 부들부들 떨며 어색한 미소를 짓는 필리아.
그 이상한 반응에 조금 움츠러들면서 어떻게든 대답했지만 ......엥, 왜 이런 반응이야?
그야 나도 함께 들어가는 상대가 필리아나 시이나라면 긴장하거나, 잘 되길 바란다는 말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아모르 본인 말로는 성숙한 음마라고 하지만, 그 외모는 어디를 봐도 10대 전후의 어린 아이다.
아니, 실제로 말을 들어본 바로는 외모에 걸맞은 정신연령이지만.
계속 감금되어 사회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 정신성이 길러지지 않은 것 같다.
나는 로리콘이 아니니, 그런 미성숙한 어린 여자아이에게 욕정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는다.
필리아에게 음마의 액체 약을 먹이려 하거나, 시이나에게 슬라임을 묻게 하여 옷을 녹이려고 획책했던 나조차도 그렇게까지 타락하지는 않았다.
아니, 오히려 거기까지 타락하면 끝장이라고 생각한다.
그저 날 따르는 아이에게 목욕을 시켜준다는, 그냥 그런 이야기에 지나지 않는다.
"...... 저, 저기! 저 ...... 저도 ......!"
필리아가 우물쭈물하며 손을 번쩍 든다.
"저도?"
"............ 으, 으으...... 아뇨...... 아무것도 아니에요. ......"
필리아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결국은 허탈하게 어깨를 으쓱하며 물러섰다.
저도 ...... 아, 혹시 저도 같이 들어가고 싶어요! 라던가?
하하하. 아니겠지.
왜냐면 필리아는 예전에 내가 아무렇지 않은 척 초대했을 때, "스승님의 실오라기 하나 없는 모습을 저따위가 보려 하다니 주제넘은 짓이에요!" 라는 잘 알 수 없는 말을 했었으니까.
아, 어쩌면 그래서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자신은 함께 들어가지 않겠다고 결심했는데, 아모르의 부탁에 내가 쉽게 고개를 끄덕였기 때문에 필리아가 나에게 부탁하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것은 본래 자기가 먼저 말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에 물러선 것이다.
하지만 아모르는 아직 어린아이이니, 그 부분은 좀 참아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일단 가볼까? 필리아, 미안하지만 옷 갈아입을 것 좀 준비해 줄 수 있어?"
"...... 네 ...... 알겠습니다."
슬슬 아모르가 시이나의 시선을 견디기 힘들어졌기 때문에 재빨리 식당을 빠져나갔다.
모습이 보이지 않는 마지막 순간까지 시이나는 계속 나를 쳐다보고 있었지만 ...... 괜찮겠지? 나, 설마 나중에 시이나에게 찔리거나 하진 않겠지?
시이나의 저건 분명 얀데레니까 ...... 연애적인 의미는 아니더라도, 따르고 있는 건 확실해 .......
...... 다음에 시이나의 기분을 좋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이라도 생각해 두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