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할까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천천히 필리아가 손을 들었다.
"저기 ...... 스승님께서 이름을 지어주시는 건 어떨까요?"
"음. 그래. 이왕이면 그게 좋을까."
"어......하, 하지만 ......."
음마 소녀는 내 옷소매를 움켜쥐었다.
"나는 ...... 어엿한 음마가 아니니까. 이름을 붙여줄 만큼의 가치는 ......"
"그건 네가 자신을 잘 모르는 것뿐이야. 아무리 멸시받고 학대받아도 남을 생각하는 마음은 잊지 않는 너의 가치는 네 옛 동료들의 눈에 마지막까지 비치지 않았던 것이야."
"나의 가치 ......?"
"그리고 내 이름도 예전에 마법을 가르치던 스승이 지어준 거니까. 그때는 어찌저찌해도 기뻤었어."
"......"
"그러니 괜찮지? 내가 네 이름을 정해도 ......"
음마 소녀는 처음에 망설이는 듯 시선을 흘깃거리더니, 이내 나와 눈을 마주치자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사실은 이미 괜찮을 것 같은 이름이 하나 있는데 ......."
내가 조금 허세를 부리자, 음마 소녀는 계속 기다렸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그럴 가치가 없다고 비하하던 그녀가, 막상 그 순간이 되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는 것 같다.
과거를 이야기할 때 본인은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라고 했지만, 지금 그녀의 모습은 외모에 걸맞게 귀여운 소녀다.
왠지 모르게 흐뭇한 미소가 지어진다.
"아모르는 어때?"
"아모르 ......"
"사랑이라는 뜻이야. 조금은 소녀스럽지 않을 수도 있지만 ...... 다른 이름이 좋겠어?"
"아, 아니! 그렇지 않아! 이게 좋아! 아모르가 좋아!"
부정적으로 말하는 나에게, 음마 소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얼굴을 들이댔다.
소극적이었던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다른 강한 어필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자, 음마 소녀는 안도의 숨을 내쉬며 다시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가슴 앞에 손을 얹고서 아모르를 반복해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아모르 ...... 내 이름 ...... 나만의 ......"
"...... 좋아해 줘서 다행이야."
이렇게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진다.
그리고 다시 식사로 돌아왔지만, 음마 소녀 아모르의 기분이 좋아진 덕분에 필리아에 대한 거부감이나 시이나에 대한 두려움도 상대적으로 낮아진 것 같아서 조금이나마 분위기가 누그러진 것 같았다.
하지만 상황 자체는 거의 변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빨리 손을 써야 한다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아직 몸이 좋지 않은 탓인지 아모르의 식사 속도는 매우 느렸고, 식사를 마칠 즈음에는 욕조에 따스한 물을 붓게 했다.
붓는다고나 할까, 마법으로 따스한 물을 투입할 뿐이지만 .......
요즘은 이 작업을 수행 겸 필리아에게 부탁하고 있다. 따스한 물의 마법은 불의 마법과 물의 마법을 섞어야 하기 때문에, 사실 이것이 생각보다 어렵다. 게다가 사람이 기분 좋게 따뜻해지는 온도로 조절하는 것은 꽤 난도가 높다.
...... 뭐, 필리아는 일주일도 안 걸려서 할 수 있게 되었지만 .......
게다가 하루에 한 번씩 도전하니 횟수로는 일곱 번도 채 안 된다. 필리아를 산 것은 가슴이 90%의 이유일 텐데, 왜 이렇게 마법의 재능이 탁월한 걸까 .......
"욕조 ......?"
"응. 계속 비를 맞았으니 몸을 따뜻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아서. 조금 이른 시간이지만 필리아에게 부탁해서 들어갈 준비를 하게 했어."
"그거, 부잣집에만 있다는, 그거?"
"응, 그렇다고 할 수 있어. 갈아입을 옷은 내 옷이 될 텐데 괜찮지? 조금 큰 것 같지만 ......"
"스, 스승님의 옷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