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3. ......책에 대해 말하지 못했어(6)
    2024년 05월 07일 22시 22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이제는 약간의 눈웃음을 지으며 "농담이야."라고 웃으면서, 책의 대사를 인용했다는 것을 이 아이에게 솔직하게 말해주자.
     그리고 비록 인용한 말이라 할지라도 방금 한 말은 내 진심이라는 것도 제대로 전달해야겠다.

    "안 돼.......지는, 않아."

     그렇게 내가 말을 이어가려던 찰나, 뭔가가 떨어지는 목소리가 방에 울려 퍼졌다.
     나는 무심코 그 음마 소녀의 얼굴을 보고 다음 말을 잇지 못했다.

     그녀는 눈을 뜬 채로 울고 있었다.
     연이어 흘러내리는 물방울이 이불에 얼룩을 만든다.
     그녀는 그것을 닦으려 하지 않았다. 다만 지금은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다는 듯, 순수한 눈빛을 내게 똑바로 쏟아부으며 떨리는 입술을 힘겹게 벌렸다.

    "싶어. 나도, 너랑 함께 있고 싶어 ......! 나를 찾아준 너랑 함께 ......!"

     내 쪽에서 겹쳤을 손이었지만, 어느새 그녀의 힘이 더 강해져 나를 놓아주지 않는다.

    "...... 함께 ...... 하고 싶어 ...... 앞으로 ...... 더욱, 계속! ......"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눈물을 흘리며 자신의 마음을 토해낸다.
     그런데 언제가 지나도 눈물을 닦아내려 하지 않길래, 왠지 모르게 내가 손가락으로 눈물을 받아내려 하자 음마 소녀는 양손으로 내 팔을 꽉 잡고 이불속으로 끌어당겼다.

    "앗......!"
    "함, 께...... 니까......"

     역시 피곤했던 모양이다. 오늘은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내 팔을 껴안고 울부짖던 그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졌다.
     천천히 눈꺼풀을 감자, 몇 초도 지나지 않아 잠이 들기 시작했다.
     그 잠든 얼굴은 시이나가 칼끝을 목에 들이대어 기절했을 때의 고통스러웠던 모습과는 달리, 진심으로 안도하는 듯한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왠지 흐뭇해져서, 안긴 쪽과 반대편 손으로 소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처음엔 엄청나게 경계심을 보였지만, 아무래도 나는 그녀의 신뢰를 얻는 데 성공한 것 같다.

     아직 여러 가지 문제가 남아있지만 ...... 일단 당면한 문제는 .......

    "...... 책에 대해 말하지 못했어 ......"

     ...... 이야기한 직후라면 몰라도, 이 안도하는 듯한 잠든 얼굴을 보고 이 아이가 깨어난 후에 "저거 사실 내가 한 말은 책에 나오는 대사였어!" ...... 라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단 그건 내 본심이기도 하니까 문제없을...... 테지만. 왠지 모를 죄책감이 .......

    "...... 왠지 이건 바람둥이의 생각에 가까운 것 같아 ......"

     그거다.
     이미 사귀는 애가 있는데 새로운 애에게 고백을 받자, 그 애를 슬프게 하고 싶지 않아서 이기적인 논리로 고백을 오케이 하고, 거짓말을 하면서 이중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은 느낌?
     그런 식의 거짓말을 하고 있는 거다, 이거.
     ...... 나 진짜 최악이네 ...... 그렇게 인기 있던 적은 없었지만 .......

     하지만 역시 이렇게 거짓말이 늘어나는 현상은 여러모로 안 좋은 것 같다.
     이대로 가면 오해에 오해가 겹쳐 언젠가 내가 의도하지 않은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갈 것 같은 예감이 .......
     아니, 그런 너무 안 좋은 우연은 없겠지만. 응, 없다. 없을 것이다. 아니었으면 좋겠다.

    "일단, 언젠가는 ...... 그래. 언젠가는 제대로 말해주자. 이 아이가 제대로 회복되고, 무슨 말을 해도 괜찮을 정도로 정신이 성장했을 때쯤 ...... 그래, 그때쯤 말하자."

     ...... 그때가 될 때까지 새로운 거짓말과 착각이 늘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