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로 잠입하는 것은 생각보다 쉬웠다. 이래 뵈어도 음마다. 순진한 문지기를 속이고, 방심하게 만들고, 매료시키는 것 정도는 쉽게 할 수 있다.
문제는 내 정체와 내가 이곳에 잠입한 것이 발각되어 밖으로 나갈 수 없게 되었다는 것.......
나를 찾는 모험가들로부터 도망치다가, 이제 한계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폭풍이 몰아쳤다.
그 폭풍을 무사히 넘길 수 있을 것 같은 커다란 집이 있었다. 그곳에 몰래 들어가려다 함정에 걸려 기절하고 ...... 그렇게 나는 너를 만났다.
아주 어리석고 아주 안이한 너를.
"이것이 나의 전부 ...... 나는 네가 생각하는 그런 애가 아니야. 이렇게 보여도 성숙한 음마야."
음마 소녀는 가끔씩 힘들어하면서도, 마지막에는 진지한 표정으로 이렇게 마무리했다.
밝은 이야기가 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지만, 생각보다 무거운 이야기였다.
상처받고 감금당하고, 죽고 싶을 만큼 열등감과 외로움에 시달리면서도 희망을 버리지 못한다.
부모에게 애정을 요구해도 자식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친구라 부를 수 있는 동료들에게도 버림받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했다.
무심코 안아주고 싶어 진다.
...... 그런데 왜 내 주변에는 무거운 과거를 가진 아이들만 모여드는 걸까?
필리아는 부모에게 팔려갔다고 했고, 시이나는 실제로 들어본 적은 없지만 분명 가혹한 경험을 한 게 분명하다.
왜 이런 애들만 ...... 아, 아니. 그러고 보니 필리아는 내가 내 의지로 산 거였지.
10대 소녀가 노예가 되었다는 건 뭔가 심각한 사정이 있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나는 아무 생각 없이 성욕에 몸을 맡겼다.
시이나도 안 좋은 소문이 무수히 떠돌았지만, 모닥불에 뛰어드는 벌레처럼 내가 먼저 다가갔기 때문에 지금의 관계가 있는 거다.
내 주변에 무거운 과거를 가진 아이들이 모여드는 건, 혹시 내 안일한 행동 때문이 아닐까 ......?
아니, 괜찮긴 하지만? 필리아도 시이나도 근본은 착한 아이고, 또 너무 귀엽다. 정말 귀엽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 그래. 알았어 ...... 말해줘서 고마워."
일단 앞으로 해야 할 일은 정해졌다.
혹시 이 아이가 나쁜 마물이라면 어쩌나 하는 걱정도 조금은 있었지만, 이제 그럴 필요도 없을 것 같다.
이 아이를 도시 밖으로 몰래 내보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모험가나 마물에게 죽임을 당할 것이 뻔하다.
이 집에 숨겨두자. 역시 그게 가장 좋은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렇게 되면 길드 측에 어떻게 보고할지가 문제가 된다.
...... 방심해서 놓쳤다고 해둘까?
아니, 나는 이래 뵈어도 S랭크 모험가다. 음마 한 마리 정도에게 방심했다 해도 믿어줄지 어떨지 .......
뭐, 진짜로 방심했지만 ...... 시이나가 없었다면 어떻게 되었을지 모를 일이다.
보고하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가만히 있으면 한동안은 확실히 음마 소녀를 찾을 수 없겠지만, 그렇게 잘 숨어있다고 가정하여 조사의 인력이 점점 더 커질 것이 뻔하다.
다른 도시에도 구조 요청을 하여 대대적인 수색이 시작된다. 그렇게 규모가 커지면 언제까지 숨길 수 있을지, 발견되었을 때 얼마나 비난을 받을지 알 수 없다.
나만 비난받는다면 좋겠지만, 그 피해가 필리아나 시이나, 음마 소녀에게까지 미치게 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
아까는 존재를 지울 수도 있다고 말했었지만, 사실 그건 허세나 마찬가지다.
일단 그에 상응하는 영향력이 있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음마의 존재를 감추기는 그리 쉬운 일이 아닌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