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돌아갈 곳도, 갈 곳도 없고 옛 동료들도 사라진 오크는 죽기를 원했다.
반면 오크가 잃어버린 모든 것을 가진 여기사.
이 음마 소녀가 죽기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상황적으로는 꽤 가깝다.
여기사가 했던 그 대사라면, 분명 내 마음도 전달될 것 같다!
...... 으, 음........
아니 근데 ...... 이거 혹시 내가 책에 나오는 대사를 인용하고 싶어서 그런 거 아닐지 ......?
진지하게 자신의 과거를 고백해 준 이 아이에게 그런 어중간한 마음으로 대하는 건 실례인 것 같아 .......
으으으...... 하지만 뭐랄까...... 한 번 책을 떠올린 탓인지, 그 외에는 내 마음을 전할 수 있는 수단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대로 침묵을 지키고 있으면 분명 이 아이는 불안해할 것이다.
좋아, 좋아 ...... 말하자.
말해보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
내가 다시 한번 말을 걸자, 음마 소녀는 깜짝 놀라 몸을 떨며 나를 올려다보았다.
"뭐, 를 ......?"
"너는 나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니?"
"...... 대체할 수 없는, 사람. 처음으로 나를 제대로 봐준 ...... 따스한 사람."
"...... 그래? 그럼 미안해. 나로서는 네가 원하는 걸 이뤄줄 수 없어."
자조 섞인 웃음을 지으며, 먼 곳을 바라보는 듯한 눈빛으로 말했다.
"나는 네가 생각하는 것만큼 강하지 않아. 상냥하지도 않아. 그냥 남들보다 외로움을 많이 타는 것뿐이야."
"외, 외롭다니 ......?"
"혼자가 싫은 거야. 그래서 누군가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곁에 있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버려."
"혼자가 ...... 싫어 ......"
"실망했어?"
"그, 그렇지 않아 ......!"
강하게 부정하는 소녀에게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내 손을 그녀의 손에 얹었다.
"나는 약해서 지켜줄 것이 없으면 안심이 안 돼. 왜냐면, 지켜줄 수만 있다면 나는 계속 그 사람 곁에 있을 수 있으니까. 혼자가 되지 않아도 되는 ...... 그 본질은 타인이 아니라 자기 자신만 지키고 싶어 하는 비겁한 녀석이야."
"그건......비겁하지 않아."
"비겁해. 보호한다느니 뭐니 하면서 거짓말을 해놓고, 정작 의존하고 있는 건 나인걸."
"......"
나를 바라보는 어딘지 모르게 슬픈 그녀의 눈빛은, 그렇게 자신을 비하하지 말라는 것 같았다.
"미안해. 너는 나를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말해줬으니, 그런 네가 더 이상 울지 않았으면 좋겠어. 설령 너 스스로가 자신이 상처받기를 원했더라도 ...... 그것을 보고 아무렇지도 않게 웃을 수 있을 만큼 나는 강하지 않아."
"그건."
"그러니, 만약 네가 정말 나를 생각해 준다면 ...... 제발 부탁할게."
겹쳐진 손을 꼭 쥐고 그녀의 눈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미소를 지었다.
"내가 너를 지키게 해 줘. 약한 내 마음을 네가 지켜주었으면 좋겠어. 네 곁에 내가 있게 해 줘."
"ㅡㅡㅡㅡ"
"안 돼 ......?"
정말이지, 나는 비겁하다.
비겁한 사람이라고 자조하고서, 상대방이 그렇지 않다고 말하게 한 다음 이런 식으로 자신의 마음을 전하는 것이니 말이다.
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 거절할 수 없다. 거절할 수 없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ㅡㅡㅡ보다, 그런 독백이 책에 있었다.
여기가 정말 좋은 장면이었어.
여기사가 하나의 여자로서 호의를, 그리고 기사로서 지키고 싶은 마음을 오크에게 직설적으로 전하는 장면 ......!
후후후.......설마 이 대사를 말하는 날이 올 줄이야....... 불성실하지만, 왠지 조금 감개무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