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3. ......책에 대해 말하지 못했어(1)
    2024년 05월 07일 22시 15분 1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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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나의 아이, 너의 탄생을 축하해. 그 고귀한 마안의 힘 ...... 언젠가 네가 마음껏 발휘할 날을 고대하고 있단다]

     가장 오래된 기억.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어머니의 그 말이었다.

     성숙한 음마는 이성을 매혹하는 육체와 완성된 마안으로 타인을 쉽게 지배하고 먹잇감으로 삼을 수 있다.
     하지만 갓 태어난 어린 시절에는 그렇게 잘 되지 않는다.
     음마는 인간과 달리 태어나서 몇 년이 지나면 성숙해진다. 그러나 그 성숙할 때까지의 지식도 힘도 없는 그 몇 년 동안은 그냥 살아가기도 힘들다.
     단순히 힘이 없기 때문에 다른 마물에게 당연하게 패배하고 잡아먹힌다. 인간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에 잘 속일 수 없다. 마찬가지로 사람의 삶에 녹아들려 해도 쉽게 정체를 들키고 잡힌다.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래서 음마는 기본적으로 무리를 지어 움직인다.
     성숙한 음마는 무리를 위해 먹이를 구해오거나 어린아이에게 사람을 속여 이성을 유혹하는 방법을 가르친다.
     그리고 어린 아이는 한 발자국도 밖으로 나가지 않으며 지식과 힘을 축적하고, 성숙해지면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아이에게 힘과 지식을 물려준다.

     나도 그랬다.
     한때 큰 재난으로 폐허가 된 작은 도시. 그 교회 잔해의 지하에 거처를 만들고, 나는 성숙한 음마의 가호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었다.

    [너는 조금 성장이 느린 것 같구나]

     그 말을 자주 들었던 것 같다.
     성장이 느리다. 작다. 커지지 않는다.
     같은 시기에 태어난 다른 아이들은 이미 인간으로 치면 10대 초반 정도의 나이에 접어들었는데, 나만 한 자릿수 정도의 몸에서 멈춰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안만은 다른 아이들과 똑같이 성장해 간다.

     이런 일은 가끔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음마는 인간이나 엘프 같은 인류부터 개나 고양이 같은 짐승, 그리고 마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종족과 번식이 가능한 몸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태어난 아이는 대부분 음마의 특징이 반영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만큼 음녀의 유전자가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드물게도 다른 특징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나는 아마도 내 아버지인 드워프족의 특징을 반쯤은 물려받은 것 같다고 성숙한 음마들이 이야기했다.
     드워프족은 평생 동안 작은 체구를 유지한다. 어린아이 같은 체격과 겉모습과는 달리 강인한 육체와 정신력이 특징인 종족.
     나에게는 그런 힘도 정신이 없었고, 단지 몸이 작다는 요소만 남아있어서ㅡㅡ

     나는, 못난이 낙오자였다.

     이런 몸으로는 이성을 매료시킬 수도 없고, 사람을 속일 수도 없다. 무리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윽고 다른 아이들이 성숙해지자, 나를 키워준 음마들로부터 쓸모없다는 욕을 듣게 되었다.
     친하게 지내던 동료들에게도 점차 멸시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마음대로 밖으로 도망치면 잡혀간 나에게서 정보가 유출되어 주거지가 무너질 위험이 있기 때문에, 마치 감금하듯 나를 지하 깊숙이 밀어 넣었다.

     다행인 것은 동족을 죽이지 않을 정도로 음마라는 마물에게 정이 있었던 점이랄까.
     몇 번이나 죽는 게 낫다고 생각했는지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다.

    [이렇게 ...... 소녀는 왕자님과 인연을 맺어 ......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

     그런 나의 유일한 즐거움은, 동료들이 마안으로 지배하여 집으로 데려온 한 인간 여성이 가지고 있던 책 한 권을 읽는 것이었다.
     모두에게 미움을 받던 소녀가 몰래 마을로 내려온 왕자를 만나 고난 끝에 맺어지는 그런 동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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