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에 맞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왜?"
"응?"
"왜 너는 ...... 나를 잡지 ...... 않는 거야?"
"왜라는 말을 들어도 곤란한데 ......"
조금 생각했지만 일일이 생각해야만 떠오르는 정도의 이유라면 굳이 말할 필요도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본심을 그대로 말해보았다.
"작아서랄까?"
좀 더 거창한, 제대로 된 이유를 말해줄 줄 알았을까.
소녀는 눈을 깜빡이며 매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자, 작으니까 ......?"
"뭐, 그래. 네가 아직 나이가 어린 귀여운 여자애였으니까. 그게 다인 것 같아. 그 외에는, 딱히 ......"
아마 성인 남자였다면 적당히 묶어두고 나중에 위병에게 넘기거나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린아이라면, 그렇게 하기에는 꿈자리가 사나워서 주저된다.
뭐, 스트라이크 존에서 많이 벗어나기는 했지만.
왜냐면 이 아이, 겉으로 보기에는 10살 전후라고?
역시 너무 어려. 이런 귀여운 아이에게 정욕을 가질 만큼 타락하지는 않았다.
"...... 귀여워 ...... 내가?"
예쁘게 차려입지 않아서 잘 보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볼수록 그 아름다움을 알 수 있다.
기미도 잡티도 없는 갈색 피부와 더러워도 섬세함을 잃지 않는 복숭아빛 머리카락. 사랑스럽게 정돈된 얼굴에 떠 있는 흔들리는 눈동자는 왠지 모르게 요염한 깊이까지 느껴진다.
도톰한 입술은 어린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매우 매력적으로 보여서, 입이 움직일 때마다 시선이 그곳에 갇힐 것만 같다.
"응. 정말 귀여워. 귀엽다. 분명 장래에는 대단한 미인이 될 거야."
하지만 지금은 아직은 그저 귀여운 아이일 뿐이다.
요염하다는 눈동자도, 지금은 어른 흉내를 내는 어린아이 수준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필리아나 시이나처럼 손을 댈 생각은 안 든다.
아니, 생각했다면 그건 이미 변태라고 밖에 할 수 없다. 로리콘이다. 유죄 판결이다.
이 '귀엽다'라는 말은 아이나 작은 동물에게 하는 '귀엽다'는 말일뿐, 다른 의도는 전혀 없다. 정말로.
"...... 너는 ......"
소녀는 머리 뒤로 손을 돌리더니 거기에 있던 후드를 깊숙이 뒤집어썼다.
떨리는 양손으로 이불을 꽉 껴안고 자신의 몸을 껴안고 자신의 마음속에 갇히려는 듯 고개를 숙였다.
"...... 너는 분명 ...... 좋은 사람이야 ......"
"마물한테는 나쁜 사람이겠지만. 난 모험가로 돈을 벌고 있으니까."
"...... 그렇구나. 역시 ...... 그래, 모험가...... 응. 그럴 것 같았어 ...... 마물 도감 같은 게 책장에 있으니까."
"어라? 글자를 읽을 수 있어?"
"...... 역시, 모르나 보네. 만약에 알아차리고 그렇게 말해주었다면 나는 ............ 아니야. 그럴 리가 없어. 말도 안 돼......"
"...... 왜 그래?"
뭔가 이상하다.
역시 열이 아직 남아있는 걸까 하는 걱정이 들어, 소녀의 상태를 살피며 조심스럽게 침대에 다가가 보았다.
소녀는 내 행동을 눈치챘을 텐데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것을 궁금해하면서도, 나는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미안해, 잠시만 열을......."
그렇게 말하는 순간, 뻗은 손을 소녀가 잡아당겼다.
그리고 단숨에 끌려가는가 싶더니, 지근거리에서 바라보게 되었다.
이마와 이마가 맞닿아 눈과 눈이 정면으로 마주치자, 그 심연을 들여다보는 듯한 요염한 눈빛에 눈길을 빼앗겼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너는 나의 포로가 된다."
"뭐ㅡㅡ"
"너의 몸은 내 것. 네 마음은 내 것이다. 네 영혼은 내 것. 너는 더 이상 나를 거역할 수 없어."
소녀의 눈동자가 연하게 빛나자, 갑자기 알 수 없는 이물질이 내 안에 녹아드는 것 같았다.
죄책감을 억누르는 듯한 소녀의 얼굴. 당황스러움을 억누르듯 꽉 쥔 주먹. 갈 곳 없는 한을 삼키고 있는 듯한 입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