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30. 자기 몸인데도 몰라?(1)
    2024년 05월 06일 23시 11분 4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내가 이 소녀가 음마라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요인은 역시 이 소녀의 외모가 매우 어렸기 때문일 것이다.
     음마는 타인을 매료시켜 지배하는 특성상 타인, 특히 이성에게 매력적인 신체 부위를 가진 경우가 매우 많다.
     나올 곳은 나오고, 들어갈 곳은 들어간다. 마성의 극치를 달리는 미모는 이성을 현혹하는 섹시함을 항상 내뿜는다.

     마치 달콤한 향기로 벌레를 유혹하는 식충식물과도 같다.
     사람을 현혹하고, 동정심을 불러일으키고, 그리고 먹잇감으로 삼기 위해 음마는 그런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소녀는 그런 음마의 특징과는 정반대다.
     몸은 마치 발육이 덜 된 어린아이 같다. 섹시함이라고 해봤자 조금 어른스러워 보이는 정도에 불과하다.
     소질은 있지만, 음마 본연의 모습과는 거리가 멀다.

     음마는 겉모습은 인간과 같은 형태를 하고 있지만 본질적으로 마물이다.
     그 성장 속도는 인간과 전혀 다르다.
     불과 몇 년 만에 눈에 띄게 성장하여, 한 자릿수 나이에 어른과 다를 바 없는 체격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성숙할 때까지 음마는 절대로 사람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몸이 성장하지 않은 동안은 '매료의 마안' 역시 미완성이기 때문이다.
     만약 매료를 걸리지 않으면 손쉽게 음마라는 것을 들키고 만다.
     음마는 정신에 간섭하는 마법을 유별나게 잘하지만, 직접 전투 능력은 그리 높지 않다. 만약 매료에 실패한 상대가 전투에 익숙하다면 그 미숙함도 더해져 쉽게 당할 수 있다.

     그렇다.
     이런 작은 음마가 사용하는 '매료의 마력'은 미완성된 상태일 것이다.
     엄밀히 말해 마법은 아니지만, 미완성이라면 설령 술식에 묶여 있더라도 체내에서 약간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술식을 역산하고 분석하여 자신에게 걸려 있는 매혹의 효과를 지울 수 있어야 하는데......

    "으, 으음"

     ...... 그게 안 된다. 말 한마디로 완전히 마법을 봉인해 버렸다.
     즉, 이 소녀의 마력은 이미 완성된 상태라는 뜻이다.

    "...... 사실, 너를 매료시키는 건 불가능했어야 했어."

     가까이 있던 얼굴을 조금 떼어내자, 소녀는 고개를 숙이며 중얼거리듯 말했다.

    "밖은 폭우...... 원래라면 나는 밖에서 그대로 죽었을 거야. 하지만 너는 그런 나를 발견하고 도와줬어 ...... 그게 첫 번째 실수."
    "실수..."
    "그래. 만약 내가 음마가 아니었어도 분명 범죄자였으니까 그냥 내버려둬도 됐을 텐데........"
    "그런 거 ......"
    "친절은 연약함. 가장 허술하고 어리석은 감정. 친절한 사람일수록 다루기 쉽다 ...... 그것이 우리 음마들의 공통된 인식."

     내 팔을 잡고 있던 소녀의 손의 힘이 느슨해지며 손목 쪽으로 이동한다.

    "그리고 두 번째 실수는 ...... 당신이 마법사였다는 것."
    "그게 무슨 ......?"

     내 손등을 간지럽히듯 소녀의 손가락이 움직인다. 

    "밖에 쓰러져 있던 나는 흠뻑 젖어 있었을 거야. 그래서 보통은 옷을 갈아입혔겠지. 그러면 나는 금방 음마라는 걸 들켰을 텐데....... 하지만 너는 아마 나를 마법으로 말렸을 거야. 그래서 내 정체를 눈치채지 못했고."

     음...... 확실히 옷을 갈아입혔다면 음마의 문양을 금방 알아챘을 것 같다.......
     일단 마법으로 끝내지 말고 제대로 옷을 갈아입히는 게 좋을까도 생각했지만, 멋대로 피부를 보면 안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갈아입힐 옷도 없었고.

     하지만 역시 외모가 너무 어려서 음마라는 의심을 전혀 하지 않았던 것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다.
     만약 이 아이가 필리아처럼 훌륭한 과일을 가지고 있었다면, 나도 이 아이가 음마가 아닐까 의심하고 옷을 벗겼을 것 같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