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9. 너는 나의 포로가 된다(3)
    2024년 05월 06일 20시 24분 5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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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후, 그럼 서둘러 점심을 만들어야겠네요. 완성되면 스승님의 방으로 들고 가면 되죠?"
    "응, 그렇게 해. 하지만 빈손으로 돌아가는 것도 뭣하니 ...... 샌드위치 하나쯤은 갖고 방으로 돌아가야겠어."
    "그쪽도 도와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필리아."

     필리아와 분담하여 간단한 샌드위치를 만들어 접시에 담는다.
     이후에 점심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소량으로 배를 채울 수 있는 정도의 작은 샌드위치다.
     필리아가 점심을 만드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며 나는 부엌을 나섰다.

    "그러고 보니, 필리아한테 혼자 부엌을 맡기는 건 처음이네 ......"

     걱정이 들어 잠시 멈칫했지만, 괜찮겠지 싶어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필리아는 매일 같이 부엌에 나온다. 처음엔 우유를 흘리거나 칼을 잘못 잡는 등 서툴고 위험한 부분이 많았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요리 중 작업을 분담할 정도로 필리아의 요리 실력이 늘었다.
     애초에 필리아는 의외로 요령이 좋은 편이다. 마법도 점점 실력을 쌓아가고 있고, 노예가 되기 전에도 혼자서 공부를 계속하여 글을 읽고 쓸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나한테서 많은 것을 배워서, 언젠가는 내 상위호환처럼 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마법도 잘하고, 요리도 잘하고, 부지런하고 남을 잘 돌보고, ...... 그리고 성장이 아주 잘 된다고나 할까.

     음, 성장적인 면에서는 이미 나보다 한참 앞서고 있네 .......
     나, 키도 가슴도 거의 없으니까.
     하지만 작은 것도 작은 대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이 부분에 있어 상위호환이라는 단어는 적절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뭐, 나는 큰 것을 더 좋아하지만.

    "음. 제대로 안에 있는 걸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어느새 내 방 앞까지 왔다.
     접시를 안 든 쪽의 손으로 문을 노크한다.

    "들어간다."

     대답은 없다. 하지만 살짝 소리가 났다.
     도망가지 않았다는 사실에 조금 안도하면서 문고리를 비틀었다.

     안으로 들어가자, 그 소녀는 내가 방을 나가기 전과 거의 같은 옷차림과 자세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여전히 이불을 방패 삼아 경계심 가득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이거, 샌드위치야. 지금 우리 가족이 따뜻한 식사를 준비하고 있으니 그때까지는 이것으로 참아."
    "......샌드, 위치?"
    "빵 두 장 사이에 고기나 야채를 끼워 넣은 간단한 음식이야. 물론 독극물 같은 건 들어있지 않아. 자."

     끝부분을 살짝 떼어내어 입에 넣어 본다. 소녀가 가만히 지켜보는 가운데 먹는 것이 조금 쑥스러웠다.
     침대에 다가서자 조금 경계심이 강해진 것 같아서, 조금 느린 동작으로 접시를 침대 위에 내려놓았다.
     그러고 나서 내가 자리를 뜨자, 소녀는 내게서 시선을 떼고는 접시 위의 샌드위치를 흥미롭게 쳐다보기 시작했다.

    "먹어도 돼."
    "............ 으, 응"

     배가 고픈 것은 확실했던 것 같다.
     소녀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고서, 주춤거리며 샌드위치에 손을 뻗었다.

    "...... 맛있, 어."

     한 입 베어 물고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뜬 후, 정신없이 입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책상에서 의자를 가져와 침대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놓고 앉는다.
     작은 입으로 샌드위치를 몇 번이고 입에 넣는 소녀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나자, 보고 있는 나도 배가 고파질 것 같았다.
     여러 가게를 돌아다니며 빵은 부드럽고 폭신폭신한 것으로 골라 온 터라, 저렇게 열심히 먹는 모습을 보면 이상하게도 조금은 흐뭇한 기분이 든다.

    "마음에 든 모양이네."

     다 먹은 후, 때를 봐서 말을 걸자 소녀는 깜짝 놀라 몸을 떨었다.
     밥을 먹는 동안 이불도 내려놓고 나에게 눈길도 주지 않던 그녀는, 내 존재를 다시 느꼈는지 이불로 몸을 감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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