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어색한 침묵을 깨뜨린 것은 '꼬르륵' 하는 귀여운 소리였다.
눈을 동그랗게 뜨며 소녀를 바라보니, 소녀는 순식간에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 후후. 계속 기절해 있었으니 배가 고픈 모양이네."
"따, 딱히...... 그렇지 않아."
"내가 여기 있어도 긴장하게 만들뿐이니 ...... 뭔가 먹을 것 좀 가져올게."
"피, 필요 없 ......"
거절하려고 했지만, 그 말은 중간에 끊어졌다.
반사적으로 거절하려고 했지만, 이 사람이 일단 여기서 사라질 거라면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라도 들었던 것일까.
무슨 핑계를 대고 싶다면 그래도 괜찮다. 지금처럼 침묵만 계속되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다만, 멋대로 사라지는 것은 좀 곤란하니, 그 점만큼은 일단 못을 박아두자.
"자유롭게 있어도 좋지만, 이 방에서 나가면 안 돼. 밖은 알다시피 천둥번개가 치고 있고 ...... 저택 안은 쓸데없이 넓어서 찾기가 힘드니까."
"......"
잠깐의 간격을 두고, 소녀는 확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을 확인한 나는 선언대로 먹을 것을 가져오기 위해 방을 나갔다.
정말 도망가지 않는지 그 자리에 남아서 귀를 쫑긋 세우고 확인해 볼까 하는 나쁜 생각도 잠시 떠올랐지만, 그런 귀찮은 짓은 하지 않고 순순히 부엌으로 향했다.
그리고 그곳에서 남은 재료를 확인한다. 이 재료로 금방 만들 수 있는 요리라면 .......
"스승님?"
생각에 잠겨 있을 때, 같은 시각에 부엌에 들어온 필리아가 나를 보고 목소리를 내었다.
"무슨 일이세요?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짓고 계신 것 같은데 ......"
"아, 간병하던 아이가 깨어나서 뭔가 먹을 수 있는 게 없을까 하고. 체력이 많이 소진된 것 같아."
"깨어났군요. 다행이네요."
필리아는 부드럽게 웃으며 내 옆에 서서 냉장고를 들여다보았다.
"일단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건 샌드위치 같은 건데 ......"
"글쎄요...... 그래도 가급적이면 따뜻한 것을 가져다주고 싶네요."
"그래. 계속 밖에서 비를 맞아서 몸이 차가워졌을 테니......"
하지만 수프를 만들려면 그만큼 시간이 걸린다.
지금은 아직 그 아이를 그렇게 오래 혼자 두는 것은 좋지 않다.
도망갈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 아니라 ...... 아니, 그런 걱정을 하고 있는 것일까?
저택 안이라면 그래도 괜찮지만, 밖으로 나가면 이 뇌우 속에서 찾기가 매우 어려울 것이다.
그 몸 상태로 이 폭풍우 속으로 뛰어나가는 것은 너무 위험하다. 한 번 집에 들인 이상 그러한 생명이 위험해지는 어리석은 짓을 하게 할 수는 없다.
게다가 장시간 자리를 비우면 '무슨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닐지'라는 의심을 살 수도 있다.
지금은 안정을 취해야 할 때이고, 가뜩이나 경계로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을 그녀에게 불필요한 심적 부담을 주고 싶지는 않다.
그런 내 마음을 조금이라도 읽은 것일까.
필리아는 단 몇 초 동안 말없이 나를 바라보다가 "그럼."이라며 당당하게 가슴을 내밀었다.
"제가 만들어서 가져갈 테니 괜찮아요. 마침 점심시간이라서 모두의 점심을 만들려고 했던 참이었으니까요."
"...... 괜찮겠어?"
"네! 스승님의 노예, 아니 ...... 어, 제자로서 이 정도는 당연한 일이에요! 스승님께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으니까요!"
그것이 진심이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눈부신 미소를 지었다.
나도 모르게 나도 모르게 살짝 미소가 터져 나왔다.
"그래. 필리아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이었지. 나한테는 아까울 정도야."
"아니요! 오히려 저한테는 스승님이 너무너무 아까울 정도예요!"
"아니, 필리아 쪽이."
"아니요, 스승님 쪽이!"
이런 묘한 이야기를 주고받은 후, 두 사람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