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003 제 1 마을사람 발견
    2021년 02월 23일 13시 15분 4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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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9795dx/4/

     

     

     

     꽤 강한 바람소리가 들려왔는데도, 난 머리카락조차 흔들리는 일 없이 땅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발 밑에는 날개를 편 10m정도 크기의 검은 용이 있다. 수인 중에서 최강종족인 용인 라그레이드다. 용의 모습이 될 수 있는 종족임에도 불구하고, 라그레이드가 사람의 모습이 되면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자그마한 미소년이 된다.

     

     라그레이드는 날면서 등에 탄 우리들의 주변에만 바람을 막는 마법을 써주고 있다.

     

     난 공기를 가르는 듯 하늘을 나는 라그레이드의 위에서, 눈 밑에 펼쳐진 삼림이 끊어진 것을 확인했다.

     

     ".....초원은 있지만, 마을은 보이지 않는구나."

     

     내가 그렇게 혼잣말을 하자, 나누어서 주변을 보고 있던 멤버 중 한 명이 다가왔다.

     

     "이쪽도 아무것도 없어, 대장."

     

     어딘가 가벼운 분위기로 그런 말을 하는 자는 키가 상당히 큰 여성이었다. 키가 크게 만든 나보다도 머리 하나 정도는 더욱 컸고, 가슴도 상당한 볼륨을 자랑하는 다크엘프인 세디아다. 엘프인데도 여러가지로 큰데 더해 복장은 검정을 기조로 한 금속제 경갑이라는 갭이 특징이다.

     

     "네 눈으로도 안 보이는 거냐......."

     

     난 탄식을 섞어서 그렇게 중얼거리고서 얼굴을 들었다.

     

     "뭐, 그렇게 신경쓰지 마, 대장. 아직 10km정도 밖에 오지 않았잖아?"

     

     세디아는 나에게 그리 말하고 쾌활히 웃으며 나의 등을 쳤다.

     

     오오, 이 녀석이 제일 겁먹지 않는 성격이었구나. 등이 약간 아프지만, 지금은 거리낌없는 세디아의 성격 덕분에 살았구나.

     

     "뭐, 그건 그런가. 목재가 아닌, 말을 써서 사냥하는 마을이라면 초원의 정중앙에 있을지도 모르겠어. 가까운 수원이 있다면 농촌도 있겠는데."

     

     내가 무심코 그렇게 말하자, 세디아는 턱을 손으로 만지면서 몇 번인가 끄덕였다.

     

     "오, 역시 대장. 확실히, 말한 곳 옆에서 마을이 보였다고."

     

     "뭐?"

     

     감탄의 목소리를 내는 세디아의 말을 듣고, 난 놀라서 눈을 대지로 향했다. 그러자, 오른쪽 대각선 전방에 마을같은 것이 보였다.

     

     초원의 안, 2~30채 정도의 민가와, 그걸 둘러싸듯이 목조 울타리가 세워져 있었다.

     

     문제는, 그 마을 안에 갑옷을 입은 사람이 수십 명이나 서 있었다는 것이다.

     

     "상태가 이상하네요."

     

     마을의 모습을 관찰하고 있던 나와 세리아의 대각선 뒤에서 엘레노아가 그렇게 말했다.

     

     "일단, 발견되기 전에 내려가서 정찰하자. 라그레이드, 내려줘."

     

     내가 그렇게 말하자 검은 용은 작게 울고는 바로 강하하기 시작했다. 아직 마을까지는 상당히 멀다.

     

     지면에 내려와서, 우리들이 라그레이드의 등에서 내리자 라그레이드의 몸이 희뿌연 빛이 되어 점점 작아졌다.

     

     보는 사이에 용의 모습은 사라졌고, 그곳에는 가죽 옷을 입은 금발적안의 소년의 모습이 보였다.

     

     "후우. 역시 요즘은 이 몸만으로 지냈더니 위화감이 있네."

     

     "라그레이드, 수고했어."

     

     그렇게 말하며 라그레이드가 몸을 풀고 있자, 라그레이드와 마찬가지로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짧은 금발을 드리운 소녀가 다가와서 그렇게 격려했다.

     

     보기에 따라선 형제로 보일 수도 있지만, 소녀는 엘프족이다. 자그마한 몸을 흰 로브로 두른 하이엘프, 서니다.

     

     "살았어, 라그레이드. 내려서 바로라서 미안하지만, 저 마을까지 걸어가자. 괜찮지?"

     

     내가 두 사람 쪽을 보며 그렇게 말하자, 라그레이드는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며 인사해보였다.

     

     "물론입니다, 나의 주인. 오히려, 난 모두에게 자랑할 겁니다. 주인을 등에 태우고 하늘을 날았다고 말이죠."

     

     라그레이드는 그렇게 말하며 외모에 걸맞게 부끄러워하는 미소를 지었다. 서니는 옆에서 그걸 부럽다는 듯 쳐다보다가, 날 보았다.

     

     "마스터, 나도 마스터를 태우고 옮기고 싶은데."

     

     무슨 말하는 거냐, 너.

     

     "무슨 말하는 거냐, 너."

     

     "하으....미안합니다. 너무 나서고 말았습니다....."

     

     엉뚱한 서니의 대사에 무심코 생각난 그대로 말해버렸더니, 서니는 고개를 붉히며 숙이고 말았다.

     

     라그레이드는 서니를 곁눈질로 보며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일단, 주변을 경계하면서 따라와 줘."

     

     난 모두에게 향해 그러게 말하고서 마을 방향으로 걸어갔다

     

     마을까지는 아직 나름대로 거리가 있다. 뛰어가야 할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 금속이 마찰되는 소리를 내며 내 대각선 뒤에서 푸근한 적발의 여성이 얼굴을 내밀었다.

     

     투명한 프릴이 붙은 흰 블라우스에다, 스커트 부분이 바깥으로 퍼지는 형태의 붉은 발레용 스커트를 몸에 두른 인간족인 베롯사다.

     

     "보스, 괜찮으면 내가 춤출까?"

     

     여러 보조스킬을 가진 무용수라는 직업의 베롯사가 그렇게 말하자, 난 신체강화의 스킬이라면 이동속도도 늘어나는 걸 떠올렸다.

     

     "그래. 하지만, 가능한 한 눈에 띄지 않게 이동하자고. 직접 부딪히지 않는 한 몬스터와의 전투도 가급적 피하자."

     

     내가 그렇게 말하고 걸음을 멈추자, 베롯사가 그 자리에서 손발을 흔들며 한번 몸을 가로로 회전시키고, 사뿐히 인사했다.

     

     마력이 필요없는 좋은 스킬을 가진 무용수지만, 전투 중에서는 최소한 몇 초는 춤출시간이 필요한 것이 단점이다.

     문득, 몸이 붕 뜬 것처럼 가벼워지는 감각을 느꼈다. 현실에서 판타지의 세계를 맛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반대로 이게 꿈이 아니라는 걸 다시금 되새기는 계기가 되게도 했다.

     

     "좋아, 나아가자."

     

     나는 기분을 전환하고서, 마을을 향해 땅을 박차며 달려갔다.

     

     신체강화 덕분에 불과 1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들은 마을을 감싸는 울타리의 앞에 올 수 있었다.

     

     통나무를 짠 듯한 만듦새의 울타리를 둘러보았지만, 아무래도 이쪽에는 출입구같은 것은 없어보였다.

     

     울타리를 뛰어넘어 마을에 침입하면 틀림없이 적이라 판단될 거라 생각하여, 우리들은 마을을 빙 둘러 마을의 정면이라 생각되는 반대측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울타리의 그늘에 몸을 숨기고, 우리들은 마을의 앞에 진을 치고 있는 갑옷을 입은 집단의 모습을 들여다 보았다.

     

     "빨리 나오면 좋겠는데에."

     

     "진짜 그래. 아무리 생각해도 승산도 없고 도움도 안 올 텐데."

     

     "맞아! 핫핫하!"

     

     오래 쓴 갑옷을 입고 손에 검이나 창을 들어 무장한 남자들이 품위없는 얼굴로 박장대소하고 있었다.

     

     역시, 마을에 고마운 존재로는 안 보인다.

     

     이 녀석들을 쫓아낸다면, 마을의 주민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쌓을 수 있을까.

     

     내가 그런 일을 계획하고 있자, 마을 쪽에서 여러 사람이 나타났다.

     

     커다란 남자 두 명과 자그마한 소녀가 한 명이다.

     

     남자는 둘 다 촌스런 갑옷과 방패, 그리고 양날검을 들고 있다.

     

     소녀는 16,17 정도로 보이는 여자아이였다. 분명한 이목구비였지만 어딘가 어리게 보인다. 가지색의 머리카락을 묶고 있었고, 옷은 가죽 옷의 위에 검은 로브를 입고 있다. 손에는 금속제 지팡이를 들었다.

     

     소녀는 남자들 사이에 서서는, 갑옷의 집단을 향해 소리를 질렀다.

     

     "당신들에게 내놓을 것은 이 마을에 없어요! 포기하고 돌아가세요!"

     

     소녀가 생각 외로 큰 목소리로 그렇게 외치자, 갑옷의 집단에서 상스런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가씨를 내놓는 건가 하고 생각했지 뭐야!"

     

     "후하하하! 그거 좋아! 순서대로라고!"

     

     "설마 여자가 한 명이라고 말하지는 않겠지!? 소녀 한 명으로는 하루종일 지나도 돌아오지 않잖아!"

     

     갑옷의 집단에게서 계속 그런 볼품없는 말이 나오자, 소녀와 좌우의 남자는 몸을 긴장시켰다.

     

     소녀는 뜻을 굳힌 듯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서는, 작게 입을 움직여 지팡이를 들었다.

     

     "! 외우게 하지 마!"

     

     소녀의 행동에 당황한 듯 갑옷 집단의 안에서 그런 목소리가 들렸고, 소녀를 향해 몇 명의 남자들이 달려나갔다. 거기다 화살과 돌도 연속으로 소녀에게 날아갔다.

     

     "막자!"

     

     "오우!"

     

     날아오는 도구를 피하려고 하지 않는 소녀 대신, 좌우의 남자 두 명이 방패를 들어 소녀를 감쌌다.

     

     금속음과 둔한 타격음이 연속으로 울렸고, 두 남자 중 한 쪽의 남자가 지면에 무릎을 꿇었다.

     

     "지금이다! 덤벼!"

     

     순간, 갑옷의 남자들이 활기를 띄었다.

     

     하지만, 소녀를 덮치려는 갑옷의 손보다도 소녀의 행동 쪽이, 약간 빨랐다.

     

     "물이여! 어우러져 흘러라!"

     

     소녀가 그렇게 외치자, 소녀의 앞에 어렴풋한 반투명의 푸른 벽같은 것이 나타났다.

     소녀를 지키던 남자 두 명도 구르는 듯이 소녀의 앞에서 벗어났다.

     

     다음 순간, 소녀의 바로 앞까지 왔던 갑옷 남자 세 명이 파도같은 수류에 쓸려갔다.

     

     소녀가 불러낸 파도는 순식간에 갑옷 집단의 중심을 향해 내달렸고, 갑옷 집단의 절반 가까이를 휘말리게 하여 쓸어갔다.

     

     "....흐음, 저게 이 세계의 마술이라면 상당하지 않한데? 어느 정도의 강함으로 느껴지지?"

     

     처음으로 이세계의 마술을 목격한 나는 누구에게랄 것도 없이 그렇게 물어봤다.

     

     "예. 영창에 시간이 너무 시간이 걸렸지만, 마술의 마력, 규모에 관해서는 중급의 수계 마술, 블러드 레인 정도라고 생각해요."

     

     "저 정도의 마술이라면 상시결계도 부술 수 없는데."

     

     "아니아니, 저 여자애가 마술을 배운지 아직 1,2 정도라면 대단한 거잖아."

     

     "하지만, 이 마을에는 저 애 이상의 마술사가 없으니 저 아이가 나온 거잖아?"

     

     "작은 데도 어엿하네."

     

     "그런 이야기가 아니라고."

     

     조금 의견을 들어볼까 했더니 모두가 제멋대로 감상을 늘어놓았다.

     

     꽤나 긴장감의 온도 차가 있다고 생각하면서, 난 소녀들을 다시 보았다.

     

     갑옷의 집단은 사람 수가 많이 줄어들고 말았지만, 아직도 전의는 남아있는 모양이어서 노성을 지르며 소녀들에게 돌격하고 있었다.

     

     그리고, 소녀는 어깨를 격하게 들썩거리며 지면에 주저앉고 말았고, 호위였던 두 남자는 아직 서는 일도 쉽지 않아보인다.

     

     난 그 광경을 보고 깊은 한숨을 쉰 후, 등 뒤에 서 있는 부하들에게 말을 걸었다.

     

     "저 정도라면 문제 없겠지. 엘레노아, 처리하고 와. 갑옷을 입은 남자들 뿐이다. 그리고 라그레이드와 서니, 그 여자애를 보호와 호위의 치료를 해줘. 남은 자들은 날 따라와."

     

     나는 그렇게 지시하고서 난전의 현장으로 향했다.

     

     다음 순간에는, 상당한 중량일 터인 갑옷 남자들이 볼링핀처럼 튕겨져 날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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