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01 이세계 전이2021년 02월 22일 23시 23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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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에 누가 있는 느낌이 든다.
반쯤 잠든 상태에서도 왠지 그런 기척을 느꼈다.
"저기, 주인님...?"
약간의 두려움이 담긴, 낮고 청아한 여자의 목소리가 났다.
"예....? 응? 어, 뭐지?"
잠이 덜 깬 채로 대답을 해줬지만, 문득 자기가 혼자 살고 있다는 것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들었다.
"아, 다행이다."
그런 목소리가 고막을 진동시켰지만, 내 머리에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눈앞에는 내가 만들어 낸 캐릭터인 엘레노아가 있었다.
문제는 그게 아니다. 내가 절규하는 이유는, 엘레노아가 표정 가득히, 마치 진짜 인간인 것처럼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기 때문이다.
"주무셨나보네요. 일어나게 해서, 죄송해요."
놀라서 눈을 꿈뻑거리는 날 보고는, 엘레노아가 그런 말을 하였다.
"어? 어? 새로운 버전으로 업데이트했나? 어느 사이에...아니, 그보다도 뭐야 이 고기능은..."
난 고개를 숙이는 엘레노아의 정수리를 보며 혼란의 도가니 속에 빠졌다.
왜냐 하면, 에인헤랴르 내의 캐릭터는 기본적으로 표정의 변화가 없다. 있는 것은 이벤트 캐릭터 등의, 게임회사 측이 마련한 캐릭터 뿐이다.
대사도, 일정 조건을 채웠을 때 플레이어가 정한 대사를 말하는 정도일 터였다.
"......죄송해요, 주인님. 무지한 절 용서해주세요...업데이트라니 뭔가요?"
"또 말했다..."
"아, 죄, 죄송해요! 제멋대로 발언해선 안될 자리인 것도 눈치 못 채고...!"
"당황해서 목소리가 커지다니...설마, 이런 바보같은...."
난 당황해서 쩔쩔매는 엘레노아의 모습을 보고 눈썹을 찌푸렸다.
갑자기 게임이 너무 진화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나와 엘레노아가 혼란스러워 하고 있자, 갑자기 미닫이문이 열렸다.
"아, 엘레노아. 마스터는?"
얼굴을 내민 자는 5번째로 만들었던 캐릭터인 드워프 소녀, 미라였다.
미라는 140cm가 되지 않을 정도의 낮은 키인 것이 특징인 귀여운 소녀다. 작고 까무잡잡한 피부와 검은 머리, 검은 눈동자의 커다란 눈, 그리고 그 가느다란 몸 탓에 완전히 소학생으로만 보인다.
"아, 미라. 마스터는 쉬게 두고..."
미라의 소리를 듣고, 엘레노아는 허둥지둥 등 뒤를 돌아보며 미라를 보았다.
"앗, 죄, 죄송해요, 마스터."
엘레노아가 움직인 뒤로 내가 있는 걸 눈치채었는지, 미라는 처음으로 내 얼굴을 보고 당황하기 시작했다.
"아니, 딱히 상관없지만...좋아, 둘 다 거기에 앉아봐."
난 방에서 나오려는 미라와, 아직 고개를 숙이고 있는 엘레노아에게 그리 말했다.
""네.""
왠지 내 말에 굳어버린 두 사람을 보고, 난 테이블 반대편을 가리켰다.
두 사람은 내가 가리킨 테이블, 그리고 내 얼굴을 순서대로 보면서 표정을 굳혔고, 결심을 한 듯 나의 반대편에 나란히 앉았다.
갑자기 긴장하는 두 사람을 보고, 오히려 난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 건지 냉정하게 생각했다.
아니, 애초에, 왜 내가 만든 캐릭터인데 둘은 날 두려워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는가.
캐릭터메이킹에 그런 설정은 없다. 뒷설정같은 것을 멋대로 해주는 서비스는 있었지만, 둘 다 강적 상대로 스스로 덤비려는 기센 성격으로 만들었을 터였다.
난 내심 머리를 짜내면서도, 등을 봉처럼 펴고 있는 두 사람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두 사람에게 질문이 있는데, 괜찮지?"
""아, 예!""
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이는 두 사람을 보고 눈썹을 찌푸리며 질문했다.
"자기 이름, 나이, 종족을 말할 수 있겠어?"
내가 그렇게 묻자, 두 사람은 한번 얼굴을 마주 보며 정지하다가, 다시 내 쪽을 보았다.
"엘레노아, 20세, 하이휴먼이에요."
"미라, 17세, 다크드워프에요."
"흐음, 너무 평범한가? 그럼, 두 사람의 취미라도 들어볼까."
내가 그렇게 묻자 두 사람은 눈이 휘둥그레져서는 깜빡거렸다.
말할 수 있을 리 없을 것이다. 왜냐 하면, 내가 설정한 뒷설정에서는 성격의 밝은 정도만 지정되어 있다. 공통된 것으로 절대적인 충성과 자기희생정신, 종족특성 등은 있지만, 취미 따윈 기재하지 않은 것이다.
내가 승리를 확신하며 당황하는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자, 두 사람은 조심스러운 태도로 입을 열었다.
"저, 저는...다, 단것을 만들고 먹는 일을 좋아하는데요...."
".......응?"
"아, 저, 저는, 마스터와, 그 대화하는 것이 제일, 기뻐요."
"웃, 미라!? 저, 저저, 저도 사실은....!"
꺄악 거리며 시끄러운 두 사람을 보고, 난 이마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아무리 생각해도, 프로그램된 대답으로는 생각되지 않는다.
두 사람의 발그레하게 붉어진 얼굴, 표정의 세세한 변화를 보아도 역시....아니, 잠깐 기다려.
난 두 사람을 놔두고 시선을 내렸다.
그렇다, 일단 로그아웃하면 되는 거다.
"로그아웃."
하지만, 키워드를 입에 담아도 변화는 없다. 아니, 로그아웃을 시험하기 전부터 이럴 것 같은 느낌은 들었다.
내 중얼거림이 들렸는지, 괴이한 얼굴로 나의 모습을 지켜보는 두 사람을 보고, 그 안 좋은 예감이 점점 짙게 가슴 속에서 퍼져나갔다.
"....최상층의 전망대로 가자."
난 그렇게 고하고 일어서서, 급한 발걸음으로 문을 열고 알현실로 나왔다. 등 쪽에서 서둘러 쫓아오는 두 사람의 발걸음이 들렸다.
"오오, 경!"
내가 알현실로 나온 순간, 굵직한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보아하니, 의자의 저편, 계단 밑에는 몇몇 사람의 모습이 보였다.
"우하하하! 모두가 걱정했다네! 물론, 나는 경에게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는 조금도...."
"보스! 괜찮으십니까!? 만일 몸의 상태가 나쁘다면 엘릭서나 생명의 물을 드리겠습니다!"
나의 모습을 보고 꽤 듬직한 체구의 수염을 한 중년 남자와, 키가 크고 웨이브가 진 붉은 머리의 미녀가 앞으로 나왔다.
남자는 카르타스. 여자는 로자. 사람에 가까운 모습이지만 둘 다 마족이다. 둘 다 검은 가죽제의 옷을 입고 있다.
"문제없어. 전망대로 간다."
난 두 사람의 눈을 보며 그렇게 대답하고서 알현실의 중앙을 걸어 복도로 이어지는 문으로 향했다.
"오, 오오, 나도 같이 가도....."
"저도 갈게요!"
"그래, 알았다."
난 돌아보지 않은 채 그렇게 대답하고 문을 열자, 알현실 전체에 웅성거림이 일어났다.
상관하지 않고 내가 복도를 나가서 전망대가 있는 탑으로 향하자, 등 뒤에서는 분명하게 10명에 달할 것 같은 발걸음이 들려왔다.
나선형인 탑의 윗계단을 2단씩 걸어 올라가, 단번에 최상층의 전망대에 도착했다.
넓이는 조금 전의 일본식 방 정도의 넓이였지만, 벽을 크게 잘라낸 듯한 붙박이 창문에서는 성의 주변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하하하. 어디냐고, 여긴."
내가 자조를 섞어서 웃으며, 주변의 경치를 둘러보았다.
주변의 절반은 깎아지른 듯한 절벽. 그 뒤에는 수평선이 이어지는 바다가 있다.
그리고 절반은 산과 숲. 아득히 멀리에는 평야가 펼쳐진 것처럼 보인다.
게임 안에, 이런 맵은 존재하지 않는다.
내가 엉망진창이 된 머리로 멍하니 서 있자, 묘하가 사람 티가 나는 부하들이 전망대로 발을 디뎠다.
"여긴....새로운 땅, 인가요?"
"모르는 경치인 것은 틀림없구만."
"네게 묻지 않았어, 카르타스."
".....어, 어쩌죠, 마스터."
"미라, 두려워 할 일은 없습니다. 여기에는 주인님이 계시니까요."
왁자지껄하게 부하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오는 중, 마지막의 엘레노아의 한 마디에 모두가 찬성의 의견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바보같은 말 마라, 절찬리에 패닉 상태라고.
그렇게 생각하며 등 뒤로 돌아보자, 모두의 시선을 한 몸에 받고서 말문이 막혀버렸다.
신뢰감이 빛이 되어 나온다면, 모두의 두 눈에서 나오는 신뢰빔에 의해 난 타 죽었을 것이다.
난 모두의 얼굴을 순서대로 바라보면서, 얼굴에 경련을 일으키며 끄덕였다.
"맡겨줘."
전망대는 환성에 휩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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