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9. 왠지...... 필리아짱의 냄새가 나(3)
    2024년 04월 15일 21시 01분 23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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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귀까지 빨갛게 물들이며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와 당황한 표정의 필리아 사이에 다시 어색한 침묵이 흐른다.

     ...... 모, 몸 둘 바를 모르겠어 .......

    "그...... 그래요! 아침 식사는 저한테 맡겨도 괜찮으니 스승님은 다른 분들을 깨워주시면 어때요?"

     자신의 실수는 자기가 만회한다! 그런 느낌으로 필리아가 기세 좋게 제안한다.

    "다른 분들, 어젯밤에 아무것도 먹지 않았을 테니 ...... 분명 다들 배가 고플 거라 생각해요."
    "그래 ...... 시이나와 아모르도 어제 필리아가 얘기해 준 걸 알고 있겠네?"

     어제 필리아가 말해 준 것.
     즉, 리자가 이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앓고 있던 불사의 저주와, 그에 따른 고통의 궤적.
     그리고 리자를 그런 불멸의 고통에서 해방시키기 위해 내가 그 저주를 리자에게서 내 안으로 옮겼다는 것.

     나의 물음에, 필리아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네, 알고 있어요. 저는 그저 마법을 익힐 각오만 하면 됐지만 ...... 길이 보였던 저와 달리 두 분은 고민이 많을 테니까요. 부디 스승님께서 직접 말씀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음...... 내 일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데 .......

     시이나도 아모르도 ...... 물론 필리아도, 리자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많은 고생을 했으니까.
     나 따위는 신경 쓰지 말고 그냥 이 집에서 즐겁게 지낼 수만 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할 텐데.

     하지만 그렇게 말 한마디 없이 내버려 두는 것은, 나를 생각해 주는 그녀들의 마음을 외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말 모두를 생각한다면, 어젯밤 필리아와 이야기한 것처럼 다른 사람들과도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구나......

    "알았어, 필리아. 나, 잠깐 다녀올게."
    "후훗. 네, 갔다 오세요! 맛있는 밥을 많이 만들어서 기다릴 테니까요!"

     과장되게 손을 흔드는 필리아의 배웅을 받으며, 나는 부엌을 나섰다.
     복도를 걸어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시이나의 방이다.

     문 앞에 서서 심호흡을 한 번 한다.
     그리고 노크를 하려고 손을 들었다.

    "아"
    "아 ...... (아......할로짱......)"

     문을 두드리기 전에 갑자기 열리더니, 마침 나오려고 했던 시이나와 마주쳤다.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시이나의 고양이 귀가 반갑게 쫑긋 선다.
     하지만 이내 무언가 생각난 듯, 시이나는 천천히 ...... 늘어졌다.
     아침 일찍 나와 만날 수 있다는 사실에 반사적으로 기뻐할 뻔했지만, 어제 리자의 이야기가 떠올려서 우울해진 느낌이다.

    "좋은 아침, 시이나"
    "......응......아, 안녕 ...... (으, 응.... 좋은 아침, 할로짱)"

     평상시 같으면 여기서도 그치지 않고 살갗이 닿을 정도로 다가와서 고양이처럼 뺨과 턱을 비비며 애교를 부릴 텐데 ...... 오늘은 아쉽게도 안 할 것 같다.

     열린 방 문을 사이에 두고 서 있는 두 사람의 시선이 교차한다.
     자세히 보니 시이나의 눈 밑은 약간이지만 다크서클이 있고, 고양이 귀와 꼬리털도 약간 거꾸로 나있다.
     분명 나 때문에 밤새도록 고민하고 있었을 것이다.
     불안하게 만든 것에 대해 미안한 마음과 동시에, 그만큼 내가 그녀에게 신경을 쓰고 있다는 생각에 약간은 미소가 지어지고 말았다.

    " ...... (아 ...... 할로짱, 방금 살짝 웃었어 ...... 귀여워 ......)"

     이야기를 하러 온 것은 좋은데, 막상 이렇게 마주하니 어디서부터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말이 잘 나오지 않았다.
     시이나도 같은 심정인지 서로 말없이 침묵을 지킨 채 벌써 십여 초의 시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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