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면 괜찮으니까. 나라면 언제든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으니까. 나 같으면, 나 라면 ...... 그렇게 모든 것을 다 떠안고 ...... 그리고 언젠가 스승님도 혼자가 되겠죠 ...... 스승님은 다정하니까요."
"그건 ...... 과대평가하는 거야. 나는 그런 착한 사람이 아니야."
필리아도 원래는 몸을 원해서 샀다. 시이나도 처음에는 오해해서 멀리하려고 했다.
아모르를 도와주기로 한 것도, 결국은 동정심에서였다.
언젠가의 리자 때도 그랬다. 리자는 누구보다 죽음을 갈망하고 있었는데, 나는 그저 그녀와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에 내 멋대로 살기를 원했다.
하지만 그런 나를, 필리아는 부드럽게 안아주었다.
피부의 온기와 부드러움이 내 온몸을 감싸 안았다.
"좋아해요, 스승님"
"...... 엣!?"
"스승님의 부드러운 미소가 마음에 들어요. 스승님의 당당한 목소리가 좋아요. 스승님의 투명한 머리카락이 좋아요. 스승님의 작고 귀여운 모습이 좋아요. 스승님의 안심시키는 냄새를 좋아해요. 스승님과 이렇게 보내는 시간이 좋아요......"
"아, 아으 ...... 그 ...... 그, 그렇게 갑자기 많이, 말해도 ......"
"그렇게 금방 부끄러워하며 움츠러드는 귀여운 모습도 너무 좋아요."
"히익......"
뭐야, 뭐야, 이 갑작스러운 칭찬 타임은 .......
무, 물론 기쁘다. 기쁘고, 필리아의 가슴이 마시멜로 같아서 천국 같기도 하지만 ...... 아, 아직 본론은 끝나지 않았어 .......
불안해서 얼굴을 드는 나에게, 필리아는 안심시키듯 부드럽게 웃어준다.
"괜찮아요. 안심하세요, 스승님. 저는 반드시 스승님을 뛰어넘을 수 있어요. 그 때문에 리무자드 씨에게 부탁도 드렸어요."
"리, 리자에게? 대체 뭘 ......?"
"개별적으로 마법 수행을 할 수 있게 해 달라고요. 죄송해요, 스승님 ...... 저는 스승님의 제자인데 제멋대로 행동하고 ...... 그래도 스승님을 넘어서기 위해서는 필요한 일이라 생각해서요."
"물론 리자가 나보다 잘 가르치는 건 맞지만 ...... 저기, 필리아. 그렇게까지 노력하지 않아도 나는......"
"안 돼요. 저 이미 결정했으니까요. 스승님께서 선택해 주신 제자로서, 스승님께서 처음에 원하셨던 것을 내가 이루겠다고요. 그 일을 위해서라면 저는 언제건 열심히 할 수 있어요."
"...... 처음, 원했던 것 ......"
이렇게 필리아의 따뜻함에 둘러싸여 있음을 실감할 수 있다.
필리아는 정말 진심으로 나를 생각해주고 있다.
내가 원하는 것을 준 좋아하는 사람에게 힘이 되고 싶다. 그 사람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 마음 하나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자신의 목숨까지 걸려고 한다.
그걸 알기에, 내 안에서 죄책감이 조금씩 올라오는 것 같다.
왜냐하면 내가 필리아에게 처음 바랐던 것은 그런 게 아니었으니까.
계속 말하지 못했다. 예전에 필리아에게 같은 고백을 받았을 때도 어중간한 말투로 전달한 적은 있었지만 ...... 명확하게 그 의도를 말하지 못했었다.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무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 안 된다. 단순한 착각으로 더 이상 필리아에게 짐을 지울 수는 없다.
그래서 ...... 이번만큼은 제대로 말하자. 모든 진실을, 필리아에게.
"...... 미안해. 아니야, 필리아. 내가 필리아에게 원했던 건 그런 게 아니야."
"...... 스승님?"
"사실은 말이지, 마법이 어떻고 저쩌고 하는 건 중요하지 않았어. 제자로 삼을 생각도 없었고 ......"
눈을 꾹 감는다.
"그날. 처음 필리아를 만났던 그날. 내가 필리아를 사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 내가 가장 먼저 원했던 것은 ......"
결심한 나는 ......쥐어짜내듯 그렇게 말했다.
"그냥, 필리아 같은 아이에게 ...... 어, 억지로 ...... 야한 짓을 하고 싶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