으, 으으...... 요즘은 실수를 잘 안 한다고 은근히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실수는 쉽게 고쳐지지 않는 것 같네요 .......
이제 도망치기엔 늦었습니다.
마력의 팽창이 한계에 다다른 얼음창이 금이 가기 시작하는 것을 보고, 나는 재빨리 머리를 보호했습니다.
"뭐 하는 거야 너......"
"아 ......"
어딘지 모르게 낯익은, 거친 말투에 비해 꽤나 귀여운 목소리.
그 목소리가 방울처럼 울려 퍼지는 순간, 반투명한 마력의 장벽이 나타나 얼음창의 사방을 순식간에 감싸 안았습니다.
곧이어 장벽 안에서 얼음창이 폭발했지만, 장벽은 꿈쩍도 하지 않아서 부서진 얼음 파편만이 상자 안을 이리저리 날아다녔습니다.
목소리가 들린 방향을 돌아보니, 작은 요정 소녀가 허리에 손을 얹고서 어이없어하는 얼굴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습니다.
역시 그녀가 나를 도와준 것 같네요.
"가, 감사합니다 ...... 고마워요, 리무자드 씨."
일어선 나는 예의상 고개를 푹 숙여 감사의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자 리무자드 씨는 평소처럼 코웃음을 칩니다.
"감사는 필요 없어. 네가 다치면 할로가 슬퍼하니까 어쩔 수 없이 지켜줬을 뿐이야. 너를 생각해서 도와준 게 아니니 오해하지 말라구."
"그, 그런가요."
이 사람은 여전하네요.......
대사만 들으면 수줍어하며 부정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싫다는 듯이 얼굴을 찡그리는 걸 보면 진심인 것 같습니다.
만약 이것이 내가 아니라 스승님이었다면 '할로를 위한 것이니 당연하지! 내가 있는 한 할로에게 상처 하나도 입히지 않을 테니까!' 라며 칭찬해 달라는 듯한 목소리로 다가왔겠지만 ...... 음......
"그런데...... 리무자드 씨는 이렇게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신가요? 분명 스승님과 아모르짱과 함께 자고 있었을 텐데......"
솔직히 나와 리무자드 씨와의 궁합이 별로 좋지 않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조용히 있는 것도 성에 차지 않습니다.
일단은 궁금했던 것을 물어보기로 합니다.
스승님과 함께 잔다니 ...... 솔직히 말해 부러울 따름입니다.
함께 잔다는 것은 스승님의 땀이 배어있는 이불속에서 스승님의 온기를 직접 느끼며 스승님의 향기에 둘러싸여 하룻밤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니까요.
거리도 분명 서로의 숨결이 맞닿을 것 같은 가까운 거리에서 ...... 스승님의 그 부드러운 머리카락 냄새도 마음껏 맡을 수 있고 .......
조금 나쁜 아이가 되어 밤을 새우면, 스승님의 무방비 상태로 잠든 모습도 마음껏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으으, 나도 스승님과 같은 이불에서 자고 싶어요.......
"...... 아니, 그 탐욕스러운 표정은 뭐야. 딱히 별일 아냐. 단순히 내가 잠을 깊이 자는 타입이 아닐 뿐. 어제도 너와 이 정도의 시간에 만났잖아."
"아, 그러고 보니 그랬네요."
후드로 얼굴을 가린, 보기만 해도 수상한 사람이 갑자기 찾아온 것은 기억에 남습니다.
"게다가 어젯밤은 생각보다 일찍 잠자리에 들어서...... 일어나는 것도 빨랐지."
"생각보다 일찍 ......? 늦게 잘 생각이었나요?"
"뭐, 그런 느낌. 결국 그러지 않았지만."
흠흠. 그렇구나 ...... 저와 마찬가지로 리무자드 씨도 스승님의 사랑스러운 잠자는 모습을 훔쳐보려고 했던 거였군요.
스승님을 양보할 생각은 전혀 없지만, 그 점에 관해서는 의견이 일치하는 것 같습니다.
리무자드 씨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조금은 부러운 듯이 나를 바라보았습니다.
"아~아. 나도 너처럼 덩치가 컸다면 좋았을 텐데. 그러면 할로도 좀 더 적극적이었을지도 모르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