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로. 벌써 잠들었어 ......?"
"...... 아니. 아직 깨어 있어."
방 안에 시계 소리만 울려 퍼진 지 몇 분쯤 지났을 때, 리자가 작게 중얼거렸다.
닫혀있던 눈꺼풀을 살짝 열어보니, 리자가 조금 슬픈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 무슨 일이야?"
"기억나? ...... 내가 말했잖아. 내가 할로와 함께 있고 싶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에 할로를 찾았다고."
"그래. 그랬었지."
오늘 아침, 필리아가 아침 식사 후의 뒷정리를 떠맡고서 둘만의 시간을 만들어 주었을 때 리자가 들려준 이야기 중 하나였다.
"사실은 그게 다가 아니야. 사실은, 꼭 ...... 너에게 이렇게 사과하고 싶었어."
"사과? 나에게? ...... 무엇을?"
"그날 ...... 그날, 나는 너에게 나의 모든 것을 짊어지게 했어. 고통을, 절망을, 운명을 ...... 너 하나한테 떠넘겨 버렸어. 그 일을 계속 사과하고 싶었어......"
그날 ......?
리자가 내게 무언가를 짊어지게 한 날이라고 하면 ...... 처음 만났던 날인가?
리자와 처음 만났던 날, 내가 그녀에게 마법을 배우기로 결심했을 때 그녀는 내게 말했다.
언젠가 마법을 마스터하게 되면 나라는 존재를 끝장내라는 것을.
그때는 그 의미와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다. 리자가 불사의 저주에 시달리고 있다는 사실을 아직 몰랐기 때문이다.
다만, 아무것도 모르더라도 나에게 마법을 배우지 않는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런 선택 앞에는 죽음의 미래밖에 없다는 것을 뻔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리자의 그 요구를 받아들이기로 했다. 약속을 했다.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은 나에게 반강제적으로 짐을 지운 것이 리자는 내내 마음에 걸렸는지도 모르겠다.
"...... 리자, 조금만 만져볼게."
"뭐......? ...... 응. 할로라면 괜찮아."
리자에게 손을 뻗어서, 손가락 끝으로 그녀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할로......?"
"난 리자를 만난 것을 한 번도 후회한 적이 없어. 리자를 만난 덕분에 나는 언제나 혼자가 아니었어. 하루하루가 즐거웠어. 외롭지 않았어. 힘들지 않았어."
"...... 할로......"
"지금의 내가 있는 것도, 이렇게 웃을 수 있는 것도 모두 리자가 있었기 때문이야. 리자가 없었면 좋았을 거라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 그러니까 리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돼. 설령 신경 쓰인다 해도, 나는 리자를 몇 번이고 용서할 테니까."
"......"
"리자. 넌 행복해져도 괜찮아. 지금까지 누구보다도 많이 고생한 만큼, 이제부터는 웃으면서 지내자."
"......무디네, 하로는. 여전히 무뎌. 연약하고 ...... 나약하고 ...... 마음을 허락하는 상대에게는 언제나 빈틈이 많아."
"음.......혹시 ...... 욕하고 있어 ......?"
"아니, 칭찬하는 거야. 그 무딤이, 연약함이, 나약함이 ...... 예전 나는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을 텐데, 지금은 아주 따스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리자는 자신의 머리 위에 있던 내 손가락에 손을 뻗어 사랑스럽게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대로 조용히 눈꺼풀을 감았다.
"잘 자, 리자. 내일 보자."
"그래. 잘 자, 할로 ...... 언젠가 이 몸이 사라질 때까지 ...... 아니. 이 몸이 사라져도 이번만큼은, 계속 영원히 함께 있을게."
중얼거리듯 그렇게 말하고서, 잠시 후 리자는 잠이 들기 시작했다.
만 년을 살았다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어린아이처럼 순진무구한 표정이었다.
"...... 이제 그만 나도 자야지."
더 이상 밤을 새우다 보면 잠이 부족해질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눈꺼풀을 감는다.
편안한 온기에 싸여 있기 때문일까. 잠은 금방 찾아왔다.
그렇게 나 또한 아모르와 리자와 마찬가지로 잠에 빠져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