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리자"
어느 정도 열기가 가라앉은 후 리자 쪽으로 고개를 돌리자, 그녀는 고개를 푹 숙였다.
"미안해, 할로...... 나, 할로는 경험이 많다고 생각해서...... 싫어하는 것도 그런 척하는 건가 싶어서......"
"아니 ...... 응. 그건 괜찮지만 ...... 리자, 억지로 하는 건 좋지 않아."
"미안해 ......"
내가 주의를 주자, 리자는 변명 없이 사과를 했다.
좀 더 강하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의 잘못을 제대로 인식하고 낙담하고 있는 그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 음............. 이제 이런 일 하지 않을 거지?"
"응 ......이제 안 해. 할로가 싫어하는 일은 절대 안 할 거야. 약속할게."
"그래. 그럼 괜찮지만 ......"
"......"
"......"
...... 어색하다.
그런 일이 있었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하겠지만 .......
그리고 그 어색한 침묵은 나보다 리자가 먼저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그녀는 이 방의 입구 문을 한 번 흘끗 쳐다보고는 훌쩍 나와 멀어졌다.
"정말 미안해, 할로...... 나, 다른 데서 잘게......."
"어. 아니,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괜찮은데 ......?"
"하지만 내가 있으면 불안해서 잠을 못 자잖아? 또 같은 짓을 당할지도 몰라서 ......"
할로에게 미움을 받았을지도 .......
완전히 의기소침해진 리자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음은 상상하기 어렵지 않았다.
만약 여기서 리자를 이대로 내버려 두면 그녀는 밤새도록 자책할지도 모른다.
나는 그런 일은 원하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리자를 격려하기 위해, 그리고 어색한 분위기를 없애기 위해 미소를 지었다.
"리자가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약속했으니까, 그런 건 신경 안 써. 그보다 이번엔 정말로 같이 이불을 덮고 잤으면 좋겠어. 아모르는 ...... 아니. 아모르뿐만 아니라 나도 계속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할로 ......"
"어때? ...... 안 돼?"
아까 촉수로 몸을 더듬는 동안 그만해 달라고 애원했을 때는 전혀 귀를 기울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전달된 것 같다.
나에게 등을 돌리던 리자는 다시 이쪽으로 돌아서더니 눈가를 닦으며 꽃이 피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에헤헤 ...... 어쩔 수 없겠네. 하지만 할로. 그런 기대감을 갖게 하는 말을 너무 쉽게 하면 안 돼,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또 이번처럼 될 거야. 그렇지 않으면 언젠가 또다시 이번처럼 누군가에게 공격당할지도 몰라."
"뭐? ...... 으, 응. 조심할게 ......."
기대하게 만드는 일이라는 것이 어떤 것인지는 구체적이지 않았지만 ...... 습격당하는 것에 관해서는 아모르가 밤에 덮친 일이나 시이나에게 밀쳐 넘어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여 두었다.
리자는 침대 옆 램프를 끄고서, 이번에야말로 세 사람이 함께 자려고 내 옆 이불속으로 파고들었다.
참고로 아모르는 나를 가운데 두고 리자와 반대편에서 자고 있으니, 말하자면 양손에 꽃인 셈이다.
어둠 속에서 리자와 눈이 마주치자, 그녀는 조금 쑥스러운 듯이 웃었다.
방금 전과 달리 이번에는 정말 그냥 같이 자는 것뿐인데도 리자가 이렇게 풋풋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리자 자신도 이렇게 누군가와 함께 잠자리에 드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예전에 내가 그녀에게 마법을 가르치던 시절에도, 심지어 나에게도 그녀는 단 한 번도 무방비한 모습을 보인 적이 없었다.
물리적, 그리고 정신적 간섭을 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을 항상 펼쳐놓고 누구에게도 가까이 다가가지 않았다.
그런 그녀가 어느새 경계를 풀고 접근을 허용하고 있다.
그것은 상대가 나 때문일까, 아니면 그녀 자신이 변했기 때문일까.
어느 쪽이든 리자가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 것은 확실하고, 그것은 내게는 기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