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달라붙어서 몸을 잘 움직일 수 없었지만, 목과 시선은 움직일 수 있었다.
그렇게 서둘러 이불속을 들여다보니 그 정체도 저절로 시야에 들어왔다.
촉수다.
까맣게 빛나는 가느다란 촉수가 옷 위에서 내 온몸을 휘감고 있다.
"뭐, 뭐야, 이거 ...... 새, 생물!?"
"생물이 아니야. 할로라면 금방 알아챌 줄 알았는데, 아직 잠이 덜 깬 것 같네. 그건 내 마법 ...... 골렘을 응용한 것 같은 거지. 원격으로 자유롭게 조작할 수 있어. 이런 식으로 말이야."
"앗, 잠깐만 ...... 가, 간지러워 ......"
촉수 끝이 손바닥을 간지럽힌다.
당장이라도 떨쳐버리고 싶었지만,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애초에 내 신체능력이 약하기 때문에 이렇게 묶여 있는 순간 거의 아웃이다.
그날도, 지붕 위에서 시이나가 좋아한다고 고백했던 날도 나는 전혀 저항할 수 없었다.
"이게 바로 할로의 몸의 감촉이구나...... 부드러워서 기분 좋아 ...... 계속 만지고 싶어지네."
"리, 리자 ......?"
리자는 황홀한 표정으로 자신의 뺨에 손을 대고 있다.
"후훗 ...... 그것과 내 감각은 연결되어 있어. 그래서 지금 할로가 어떤 상태인지 손에 잡힐 듯이 알 수 있어. 조금 떨고 있구나...... 이런 걸로 무서워하다니, 할로는 정말 귀여워."
"왜, 왜 이러는 거야 ......"
"왜냐니, 같이 잔다는 건 이런 거잖아? 아모르 은 작지만 성숙한 음마인데, 그런 애랑 매일 같이 잔다는 건 ..... 후후. 매일 밤 둘이서 음란하게 놀고 있다고 밖에 생각되잖아?"
"아, 아니야 ......! 아모르하고는 그런 관계가 ......! 꺅!?"
이번에는 발끝이 간지럽혀진다.
무심코 몸을 비틀고 있는 나를 내려다보며, 리자는 즐거워하며 입꼬리를 올렸다.
"알아. 아까 들었는걸. 하지만 적어도 나는 그럴 생각으로 왔으니 ...... 그 책임은 져야지."
"그런 말을 들어도 ......"
"괜찮아, 아픈 건 아무것도 안 할게. 제대로 기분 좋게 해 줄 테니까 ...... 후후..."
촉수가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내 몸의 윤곽을 확인하기라도 하듯, 옷 위를 기어 다니는 촉수가 본격적으로 움직인다.
"으, 큭 ......"
가, 간지러워. 간지럽지만 ...... 이 정도는 참을 수 있다.
스읍, 하아. 스읍, 하아~.......
괜찮아. 진정해 ...... 진정해. 의식을 집중해서 마법을 쓰는 거야.
지식은 그렇다 치더라도, 단순한 마법 실력이라면 내가 더 낫다.
오늘 아침 정원에서 싸웠을 때처럼 내가 리자의 마법을 장악하면 이 촉수는 작동을 멈출 거다.
그렇게 되면 리자는 내게 아무것도 할 수 없다.
그렇게 생각하고 마법을 사용하려 했다.
하지만 바로 그 직후, 이상 징후를 발견한다.
"어, 어라 ......?"
마력이 잘 나오지 않는다. 마법을 사용할 수 없다.
"아. 깜빡 잊고 있었는데, 그 촉수에는 마력의 흐름을 방해하는 기능을 달아 놓았거든. 순수한 마법사에게는 천적이지."
"어........"
"뭐, 그만큼 연약하고 약하고 녀석이라서, 잠잘 때 덮치지 않는 한 이런 녀석에게 잡힐 리가 없겠지만......."
그야말로 잠잘 때 당한 지금에 와서는 이미 늦어버린 발언이었다.
당황한 나에게, 리자는 마치 장난에 성공한 아이처럼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럼 이제 ...... 다음으로 넘어간다?"
"다음? ......! 자, 잠깐만 ......"
손끝과 발끝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옷 위에서 나를 만지던 촉수가 옷자락과 팔목 사이를 통해 안으로 들어온다.
옷자락에서 들어온 쪽은, 내 배를 감싸고 감촉을 확인하듯 신축과 수축을 반복하고 있다.
소매 쪽은 내 몸의 끝에서 내 몸 위로 올라왔다.
발목. 종아리. 허벅지. 내 몸의 모든 부위의 촉감을 구석구석 확인하려는 듯 조금씩 조금씩 기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