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아는 리자의 말에 일리가 있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아직 리자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하지만, 그런 자신의 감정은 접어두고 더 많은 마법을 연마하기를 원한다.
그런 필리아를 리자는 결코 무시하지 않고, 그녀에게 본격적인 마법을 지도하기 위해 천천히 내 어깨에서 날아올랐다.
"과제를 내줄게. 내가 지금 그리는 마법진의 술식을 40분 안에 최대한 효과적으로 개선해 봐. 물론, 마법으로 발현되는 결과의 열화는 절대 용납하지 않아."
그렇게 말하면서, 리자는 공중에 마법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보아하니 그것은 마법진을 기점으로 하여 전방으로 폭염을 발사하는 마법 같았다.
그 자체는 현재 필리아의 레벨에 맞는 중급 정도의 마법이기 때문에, 발동하라고 하면 필리아는 어렵지 않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마법을 발동할 수 있느냐 없느냐가 아니다.
폭염 마법을 구성하는 그 술식은 마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엉망진창으로 뒤죽박죽으로 뒤섞여 있었다.
"이, 이건 ......"
비유하자면, 마치 장난감 상자를 바닥에 마구잡이로 던져놓은 것 같은 난잡함이다.
게다가 그냥 흩어져 있는 것이 아니다. 바닥에 떨어졌을 때 충격으로 몇 개의 장난감들이 부서져 간신히 사용할 수 있을 정도까지 파손된 것 같다.
섣불리 장난감을 수리하려고 하면ㅡㅡ깨진 술식을 수리하려고 하면 반대로 모든 술식의 연결에 이상이 생겨서 마법이 불발 ...... 아니. 최악의 경우, 폭발까지 할 것이다.
"이, 이걸 개선해야 하나요......?"
너무 엉성하고 비효율적인 술식을 본 필리아의 뺨이 경련을 일으켰다.
지금까지 완벽하게 구축된 마법만을 눈으로 보고 익혀온 그녀는, 이토록 형편없는 마법을 본 것은 처음이었다.
"할로에게서 들었는데, 너, 하급 마법은 다 마스터했지? 중급도 꽤 쓸 줄 아는 수준까지 왔어. 그럼 어디가 부족한지, 어디를 고치면 좋을지, 지식은 부족해도 어느 정도 감으로 알 수 있잖아?"
"무, 물론 조금은 알겠지만요 ...... 아는 것은 정말 초급의 초급이고, 이런 식으로 술식을 뜯어본 적은 ......"
"안 해봐서 그런 거야. 누구나 처음엔 그래. 어물쩡거리지 말고 빨리 시작해. 아니면 뭐야? 언젠가 할로 옆에 나란히 서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오늘 아침 나한테 했던 그 뻔뻔한 말은 다 헛소리였다는 뜻이야?"
도발적인 리자의 말에, 필리아가 눈썹을 씰룩거린다.
"...... 거짓말이 아니에요! 설령 닿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포기는 절대 하지 않아요 ......!"
"흐음...... 그렇다면 증명해 봐. 마법이 폭발할 것 같으면 내가 얼마든지 지워줄게. 그러니 이 40분 동안 너는 네가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알겠습니다. 스승님 ...... 그리고 리무자드 씨! 지켜봐 주세요......!"
필리아는 열정적인 눈빛으로 나와 리자를 바라보며, 리자가 제어를 놓아버린 마법진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리자가 과격한 발언으로 필리아를 자극했을 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지만 ...... 그 덕분인지 지금의 필리아는 평소보다 더 의욕이 넘쳐났다고나 할까.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가장 집중력 있는 모습이었다.
"미안해, 할로. 내가 멋대로 지시해 버렸어......"
필리아에게 주의를 기울이며 내 쪽으로 돌아온 리자는, 혼나기 전의 아이처럼 고개를 푹 숙였다.
하지만 애초부터 사과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나는 천천히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아니, 애초에 내가 부탁한 일이니까. 오히려 고마워, 리자. 필리아에게 마법을 가르쳐줘서."
"에헤헤...... 응. 이래 뵈어도 나, 할로 이전에도 꽤 많은 마법사들을 키워 왔으니까. 이 정도는 맡겨도 돼!"
내가 고마워해서 그런 것일까. 리자는 우울한 표정에서 단번에 기분이 좋아져 내 주위를 빙글 돌았다.
그런 귀여운 리자와 가볍게 장난을 치면서, 나는 조심스럽게 마법진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필리아를 곁눈질로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