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뭐, 좋다. 아무리 힘이 있다지만 너도 사춘기 소녀. 여러 가지가 있겠지."
사소한 일에 일희일비하는 민감한 나이라는 것으로 어떻게든 무사히 넘어가는 데 성공한 모양이다.
대면하는 상대가 갑자기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푹푹 흔들면, 사춘기라서 감정이 불안정한가 보다 하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 그리 틀린 말은 아닐지도.
이 몸이 되고 나서 왠지 가끔씩 생각이 소녀처럼 되는 것 같기도 하고 ...... 뇌뿐만 아니라 몸이 통째로 달라진 이상, 내면이 그쪽으로 끌려가는 부분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나는 보통 또래의 여자아이들과는 달리 패션이나 그런 것에는 별로 관심이 없고, 취미와 취향은 예전과 변함없기 때문에 그 가설도 좀 의심스러운 부분이긴 하지만.
"자, 이것으로 아모르에 대한 처우는 정해졌다. 그럼 다음은 너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네가 지불해야 할 대가에 대한 이야기다."
그 말과 함께 소파다의 눈빛을 받자 자연스레 긴장이 든다.
확실히 소파다라면 내가 실현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만 요구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것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소 힘들고 고된 행위가 많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단순히 금전적인 것을 건네고 끝나는 정도의 일은 아닌 것은 확실하다.
어물쩡하게 말을 이어나가길 기다리자, 그녀는 잠시 생각에 잠긴 듯 턱에 손을 얹은 채 입을 열었다.
"그래. 우선, 너한테는 먼저 두 가지 일을 먼저 해줘야 할 것이 있다. 하나는 너라면 한 번에 끝낼 수 있을 간단한 일이지."
"나라면이라는 뜻은, 마법 관련?"
"그래. 노예 계약의 마법은 알고 있나? 노예나 마물을 조교할 때 쓰는 마법이다."
"그건 물론 알고 있지만 ......"
왜냐면 우리 필리아의 목덜미에 새겨져 있는 것이니까. 잘 알고 있다.
노예 계약. 등록한 타인의 명령에 억지로 따르게 하는, 말하자면 인권을 완전히 무시하는 마법이다.
단, 그만큼 발동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워서 적어도 양측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 게다가 술식이 굉장히 허점이 많아서 잘못하면 노예 쪽에서 쉽게 풀어버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한 생물을 타인에게 복종시킨다는 어처구니없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는 그 정도로 무리하게 술식끼리를 연결시켜야만 했던 것도 있겠지만 .......
적어도 그런 마법으로는 1급에 해당하는 강력한 마물을 굴복시킬 수는 없다.
예를 들어, 음녀라면 마의 눈을 자신에게 걸면 노예계약의 마법을 덮어쓰거나 중첩에 의한 붕괴를 일으켜 쉽게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 외의 일급 위험 생물들도 대부분 힘으로 술식을 파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사정도 있어서, 사람의 손에 닿지 않는 1급 위험 생물은 어떠한 마물 조련사도 사육이 금지되어 있다.
"그렇다면 이야기는 빠르군. 한 달 안에 그것을 너의 손으로 개량하고, 그 마법의 세부 사항을 모두 자료로 정리해서 모험가 길드에 기증하라. 그게 첫 번째 대가다."
"......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는데, 어디에 쓸 셈이지?"
내가 보기에 노예계약 마법은 허점투성이라서 개선하는 것은 간단하다.
다만, 마법의 내용이 내용인 만큼 용도에 관해서는 물어볼 수밖에 없다.
소파다에 대해서는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지만 ...... 만일의 경우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