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가 시에스티나 님의 말인가요? 정말 예쁘네요."
"고마워. 칭찬받아서 좋겠네, 쉘탄테."
애마의 이름은 '쉘탄테'라고 한다.
시에스티나가 말의 이마를 쓰다듬어 주자, 말은 '부르르르' 하고 기쁘게 울어댔다.
(이 아이에게 올라탄 시에스티나 님 ...... 정말 백마 탄 왕자님 같아. 황녀님이지만)
시에스티나의 애마는 하얀 털이 아름다운 멋진 백마였다. 참고로 암말이다.
"세실리아 양이 타는 말은 어디 있지?"
"레긴버스 백작님께서 준비해 주신다고 하셔서, 아마 셀레디아 님과 함께 오실 것 같은데 ...... 아, 온 것 같네요."
멜로디가 주위를 둘러보니, 세 마리의 말과 세 명의 사람이 다가오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빨간 머리의 남자가 말을 타고서 빈 말의 고삐를 잡고 있다. 검은 머리를 포니테일로 묶은 남자는 은발 소녀를 앞에 앉히고 말을 걷게 하고 있다.
은발의 소녀는 셀레디아, 말을 타고 있는 것은 호위인 세브레 파프핀토스일 것이다.
"......라는 건 저 빨간 머리의 사람이 ...... 렉트 씨?"
셀레디아와 동행하고 있는 사람은 세브레와 렉트였다. 말에서 내린 셀레디아는 부드럽게 카테시를 하였다. 오늘의 그녀는 외출용의 활동하기 편한 드레스를 입고 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시에스티나 님, 오늘 하루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좋은 아침, 셀레디아 양."
셀레디아가 시에스티나와 인사를 나누는 동안, 멜로디는 렉트와 이야기를 나눴다.
"렉트 씨, 좋은 아침이에요."
"그래, 좋은 아침, 메, 세실리아."
"오늘은 왜 렉트 씨가 오셨어요? 셀레디아 님의 호위인가요?"
"아니, 네 호위."
"네? 저요? 저는, 평민인데요?
(사실은 백작영애지만 ......)
렉트만이 알고 있는 진실이지만, 이번에는 딱히 상관없다.
"만약 위험한 일이 발생했을 때, 평민이라고 해서 안전할 수는 없지. 이것은 백작 각하의 명령이다. 신경이 쓰일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받아들여 주었으면 좋겠다."
"알겠습니다. 오늘은 잘 부탁드려요, 렉트 씨."
"그래, 맡겨줘."
멜로디가 빙긋이 웃자, 렉트는 뺨을 살짝 붉히며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자, 이 녀석이 오늘 너에게 맡길 말이다. 이름은 레릭오르다."
멜로디에게 건넨 것은 아주 평범한 갈색 털을 가진 암말이었다.
"레릭오르는 성질이 온순한 말이니 다루기 쉬울 거라 생각한다."
"알겠습니다. 레릭오르, 나는 세실리아야. 오늘은 함께 즐겨보자."
"푸르르."
부드럽게 이마를 쓰다듬어 주자, 레릭오르는 눈을 가늘게 하며 멜로디를 받아들였다.
아무래도 문제없는 것 같다며 렉트는 내심 안도했다. 그리고 역시 임시 강사 건을 형에게 부탁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다시 한번 생각했다.
(만약 임시 강사였다면 오늘 멜로디의 호위를 맡을 수 없었을 테니까)
오늘은 정식으로 레긴버스 백작으로부터 멜로디의 호위를 부탁받았다. 단지 접점을 위해 임시 강사를 하는 것보다, 조금이라도 멜로디를 지키기 위해 행동할 수 있는 것이 훨씬 더 의미 있는 일이다.
렉트는 그렇게 스스로를 납득시키며, 그 시선을 슬쩍 셀레디아에게로 돌렸다. 시에스티나와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은 귀여운 소녀로만 보인다.
하지만 그 실체는 멜로디가 있어야 할 자리, 레긴버스 백작의 친딸이라는 지위를 빼앗아간 수수께끼의 존재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는 것은 렉트뿐이다.
렉트는 그녀의 정체를 밝혀내고 멜로디의 자리를 되찾아 주겠다며, 9월의 초반에는 의욕이 넘쳐났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애초에 그녀의 비밀을 어떻게 밝혀내야 할지)
안타깝게도 렉트는 계략에 능한 사람이 아니었다.
사실을 알고 있는 이상, 멜로디를 위해서라도 셀레디아를 어떻게든 처리하고 싶었지만, 현재로서는 아무런 성과도 얻지 못하고 있다.
(차라리 각하와 상의해서 ...... 아니, 왜 그런 생각을 했는지 물어보면 멜로디의 정체를 전해야만 해. 그렇게 되면 그녀의 정체가 들통나서 메이드를 할 수 없게 되지 ......크으으)
셀레디아의 비밀을 파헤치려면 그녀와 최대한 가까운 위치에 서야 한다. 그것은 다시 말해 호위기사이지만, 안타깝게도 그 자리는 세브레의 자리다. 셀레디아를 발견하고 보호한 것도 그였으니 당연한 수순이었다.
이제부터 렉트가 호위기사가 되려면 세브레를 쫓아내야만 한다. 하지만 친숙한 동료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을 리가 없어서, 렉트의 마음은 계속 허무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 ......"
"...... 레릭오르, 렉트 씨는 아까부터 왜 저럴까?"
"푸르르르릉?"
팔짱을 끼며 고민하는 렉토의 모습을, 멜로디와 레릭오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