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보다 폐하 부부가 급히 귀국했을 때는 이미 시간이 너무 지나서 어떻게 할 도리가 없었다는 게 맞다.
나도 왕도를 떠나버렸으니까.
자유로워졌다구, 야호!
왕도 근교의 마을인 라파에서 놀고 있는데, 성녀교회의 대주교 할아버지가 찾아왔다.
성녀교회를 그만뒀다고 하더라.
왜?
"할아버지가 가짜 성녀교회라고 말하면 안 돼?"
"문제는 없지. 우리나라는 종교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으니까."
"그래? 아니, 그건 그렇다 치고, 왜 가짜 성녀교회야?"
"네가 말씀하지 않았더냐. 성마력이나 마력 용량을 부여하는 것은 신이라고."
"말했지."
"즉, 신은 네게 성녀로 일하라고 능력을 부여한 게야. 인간의 사정으로 성녀를 해고했다면 가짜 성녀로서 일해야 하겠지."
"...... 그런가?"
역시 연륜이 느껴진다.
왠지 대주교 할아버지의 말이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성녀 교회만 있으면 충분하지 않아?"
"그럴 리가 없지. 니나가 몇 명분을 일했기 때문에 버티고 있는 거나 다름없었던 게야. 게다가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네가......"
"잠깐만! 신을 두려워하지 않는 건 아니야. 그렇게까지 벌을 받을 일은 아니라구."
"방약무인한 네가 있었기에 귀족 세력을 견제할 수 있었고, 성녀교회가 균형을 이룰 수 있었던 게야. 네가 빠지면 바로 문제가 터지겠지."
"뭐? 그걸 알면서도 수장을 그만두고 이쪽으로 온 거야?"
"나도 쓸데없는 고생은 하고 싶지 않았거든."
"이유는 알겠지만~ 가짜 성녀교회를 세우는 것은 쓸데없는 고생이 아니구나?"
한숨을 내쉬는 할아버지.
"그래. 니나가 여기 있다는 기치가 필요한 게야."
"응? 잘 모르겠는데."
"한 달만 지나면 알 수 있을 게다. 너도 이 라파 마을에 쓰지 않는 예배당이 있어서 온 게지?"
"그 예배당을 가짜 성녀교회의 본부로 삼겠다고? 아니, 나는 맛있어 보이는 멧돼지 떼를 가까이서 본 적이 있어서 왔을 뿐이야."
"이유는 무엇이든 상관없네. 라파 마을로 이끌려 온 것이 중요한 게지."
그래?
뭐, 할아버지가 만족하고 있다면 상관없어.
"나는 멧돼지 사냥을 하러 갈게. 멧돼지가 밭을 망가뜨려서 마을 사람들이 불편해하고 있어."
"나는 예배당을 둘러볼까. 쓸만하게 하는 건 힘들 것 같지만."
"마을 사람들에게 도와달라고 하면 돼. 멧돼지 전골 한 그릇을 배불리 먹여줄 테니 도와달라고 해."
"응? 멧돼지 사냥에 자신이 있는 게냐?"
"누구한테 하는 소리야?"
내가 쓸 수 있는 건 치유와 축복의 힘만이 아니야.
마술도 가르쳐 준 사람이 바로 할아버지잖아.
가끔 교회를 나가서 멧돼지나 사슴을 사냥하면 고맙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구.
"다녀올게!"
◇
대주교 할아버지 말대로 한 달 만에 정말 상황이 달라졌다.
성녀교회의, 특히 평민의 수도사 수녀들과 사제, 부제, 성녀들이 도망쳐 나온 것이다.
왜?
"니나 님이 떠나고 난 후의 성녀교회는 정말 끔찍했어요!"
"그래. 우리한테만 일을 시키고 귀족들은 놀고 있었다고!"
"응? 하지만 걔네는 원래 그런 식이었잖아?"
"어차피 귀족 출신은 아무것도 안 하지 않았더냐?"
"""맞아요!"""
"시키면 되잖아."
"니나 님 정도의 실력이나 테오도르 대주교 님의 권위가 없으면 불가능해요."
"성녀교회는 귀족 출신에게 맡기면 돼. 그 사람들만 있으면 싫어도 어떻게든 하겠지."
"저희도 가짜 성녀교회에 들어갈게요."
"그래? 하지만 이쪽은 월급이 안 나온다구? 음식은 있지만."
"""충분해요!""""
"그래? 도망치고 싶으면 도망쳐도 돼."
그런데 실무를 담당하던 인원이 꽤 많이 이쪽으로 왔는데, 왕도의 성녀교회는 제대로 돌아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