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81 졸업 이벤트 -프레아의 처형-
    2021년 02월 16일 08시 26분 12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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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651eh/81/

     

     

     

     

     케니스타 왕성의 지하에 있는 중범죄자용 특별감옥.

     가로세로 30미터나 되는 석조의 감옥에는 바닥 한 면에 마술봉인과 정령봉인을 새긴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고, 그 위에서 발목까지 물이 흐르고 있는 그 중앙에는 손과 발에 정령봉인의 족쇄가 채워진 데 더해 목의 밑을 마력봉인의 부적으로 묶인 프레아가 붙잡혀있었다.

     

     그 앞에 놓여진 다리가 달린 쟁반에 있는 독이 든 식사는 첫날에 주어진 것으로서, 이미 썩어서 악취를 풍기고 있었다.

     프레아 구속에서 3개월 이상 지났지만, 치료를 해주는 일은 없었고, 식사도 첫날의 독이 든 걸로 한번 뿐. 바닥의 물 탓에 누울 수도 없었고, 쬐죄죄한 드레스인 채여도 프레아의 눈동자만은 맹렬한 불을 활활 태우고 있었다.

     

     정령을 봉인당했어도, 불의 정령은 계약자인 프레아의 내부에 있다.

     지금은 그 불의 정령이 자신의 마력을 생명력으로 바꾸어 프레아에게 주고 있었기 때문에 프레아는 아직 살아있었지만, 정령의 마력이 다하게 되면 프레아의 명운도 다하게 된다.

     시선만으로 위협하는 프레아를 본 병사들도 두려워서 누구도 다가가지 못했던 지하감옥에, 1개월 만의 방문자가 있었다.

     

     끼익......

     두 호위를 데리고 방문한 자의 발걸음 때문에 튀어오른 물이 프레아의 볼에 튀어 조용히 흘러내렸다.

     "여어, 프레아. 잘 지냈어?"

     그 인물은 프라다 공작가의 후계자, 프레아의 오빠인 카시미르였다.

     3개월 이상이나 지하의 물감옥에서 묶여있는 여동생에게, 마치 아침인사라도 하는 듯한 상쾌한 미소로 말을 건 카시미르는, 프레아의 모습의 다정한 눈길을 보냈다.

     "역시 이제 목소리도 안 나오려나? 여전히 네 눈동자는 멋져. 정령만 없으면 손발을 끊고 기르고 싶을 정도라고."

     카시미르는 물에 잠긴 족쇄와 부러진 창의 끝을 흘끗 보았다. 프레아가 지하감옥에 봉인된 첫날, 몇 번이나 처형이 시도되었다고 하지만, 한 번도 프레아를 꿰뚫지 못했다.

     "하지만 안심해도 돼. 프레아를 위해 고대의 문헌에서 찾아낸, 정령을 제물로 쓴 철의 단두대가 이제야 며칠 전에 완성되었어. 친구인 정령을 대금화 100닢에 흔쾌히 제공해준 아리스 양에게 감사해야겠어."

     

     정령은 물리공격내성이 있다. 그게 대정령쯤 되면 모든 물리공격은 듣지 않게 되며, 그 효과는 완전히는 아니지만 계약자인 프레아에게도 부여된다.

     마법속성이라면 상처입힐 수도 있지만, 마법으로 처형할 경우엔 봉인이 먼저 부서질 위험이 있었기 때문에, 누구도 프레아를 죽일 수 없었다.

     

     "네 처형은 내일 졸업파티야. 잘됐네. 동급생과 함께 졸업할 수 있으니까. 제안해준 아리스 양한테, 나도 감사를 전해둬야겠어. 장소는 학교의 안뜰이고 일반 손님도 볼 수 있게 했으니 기대되네."

     카시미르는 실제 여동생의 처형결정을 상쾌한 미소를 지으며 유쾌한 듯 늘어놓았다. 그 이상한 정신에 질린, 도착적 취미가 많은 귀족 기사들도 약간 물러섰다.

     하지만 카시미르는 정말 유쾌했는지, 그런 기사들의 모습에도 아랑곳 않고, 무대배우같은 과장된 몸짓으로 여동생을 꾸짖으려는 듯 프레아의 귓가에 살짝 얼굴을 갖다댔다.

     "좋은 걸 알려주지. 미확정 정보지만, 아버님은 돌아가신 모양이야."

     그 말에 카시미르를 시선만으로 쫓고 있던 프레아의 한쪽 눈썹이 미세하게 올라갔다.

     "네가 죽이고 싶었지? 후후....나도 그랬어. 왕비도 아마 돌아오지 않겠지. 벨트 공도 아벨도 없어져서, 케니스타는 혼란스러워. 그리고 난 프라다 공작과 상급귀족회의를 장악해서, 이 나라의 영웅으로ㅡㅡ끄악."

     

     그 순간, 프레아가 카시미르의 목을 물어뜯어버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부릅뜬 카시미르가 비틀거리며 뒷걸음치다가 주저앉자, 프레아는 육편을 퉷 하고 내뱉고는, 피투성이인 새빨간 입술을 혀로 핥으면서 약간 얼굴을 찌푸렸다.

     

     ".......맛없어. 오라버니, 건강에 신경쓰지 않나보네요? 신경쓰는게 좋아요."

     

     갑작스런 일에 옆에 서 있던 기사들도 이해가 따라오지 못했고, 옆으로 쓰러진 카시미르의 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나와 프레아를 더럽히자, 흐른 피가 바닥의 마법진을 가리기 시작하자 프레아를 묶고 있던 피에 더럽혀진 부적이 불타오르기 시작했다.

     

     "마, 마법사, 프레아를 붙잡아라!"

     "카시미르님을 빨리."

     정신을 되찾은 기사들이 대기하고 있던 궁정마술사들에게 외쳤고, 이미 죽은 카시미르를 불타기 시작한 프레아의 옆에서 떼어놓았다.

     불타오른 부적이 투둑투둑 떨어졌고, 바닥의 물이 증발되기 시작할 때, 서둘러 달려온 궁정마술사들이 정령봉인의 마술을 몇 겹이나 걸어서 프레아를 억눌렀다.

     그 후, 프레아에겐 배 이상의 부적에 의한 정령봉인과 마력봉인이 이루어졌고, 내일의 처형까지 마술사와 기사들에 의한 엄중한 경계를 받게 되었다.

     

     "후후. 죽는 모습이 멋졌사와요. 오라버니."

     

       ***

     

     왕도에선 태자가 상점에서 식량을 징수하려고 근위대를 움직인 일 때문에, 일부 기사와 병사가 군대에서 이탈한 위험한 사태가 일어났지만, 그 상인에게서 뇌물을 받은 국왕이 근위대를 물리쳤기 때문에 피가 흐르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상처 뿐인 공적이라고 해야 할까, 그 일이 원인이 되어 왕도에선 무법자가 귀족 거리의 상점을 습격하는 사건은 사라져서 표면상으론 진정을 되찾았다.

     국왕은 자신의 위엄을 유지하기 위해 그 상인들에게 마술학교 졸업파티의 물자를 공급하도록 요구했고, 상인들은 그 대신으로 왕도에 들어오는 짐마차의 검열없는 통행을 요구하여, 왕실 전속상인들의 허가증을 주었다.

     

     그런 와중에 예고대로 마술학교 졸업파티와, 왕도를 파괴하여 백성을 고통스럽게 한 프레아의 공개처형이 열렸다.

     

     국민의 불만을 돌리기 위해 그 해소를 목적으로 한 이 모임은, 구국의 사랑받는 아이 아리스의 요쳥에 의해, 처형 시에는 입장료를 내면 평민들도 구경할 수 있도록 배려해주었다.

     정원에서 이루어지는 입식형의 파티에는 관계자 뿐만 아닌 국왕을 포함한 왕족과 왕도의 귀족 모두가 출석하였고, 거기에 움츠러든 졸업생과 재학생들 중, 태자 쥬리오, 재상의 아들 이안, 필두궁정마술사의 아들 마론, 대주교의 손자인 루카라고 하는 수려한 얼굴의 미소년들을 주위에 세운 아리스가 귀여운 얼굴로 루카와 마론에게서 받아든 이번 달의 '친구비' 를 주머니에 넣고 있었다.

     

     그와 같은 시각의 왕성에서는, 마론의 아버지인 필두궁정마술사와 궁정마술사단, 근위기사대가 감시하고 있는 프레아가, 지하실에서 끌려나왔다.

     왕성의 앞에는 역적 프레아를 한번 보려고 많은 사람이 가득 와 있었다.

     미운 듯이 바라보는 자, 귀족영애의 몰락한 모습을 비웃으려는 듯 바라보는 자. 두려운 듯 바라보는자. 일부 동정의 눈동자로 보는 자.

     말에 이끌려 화물칸의 위에 선 상태로 동여매어진 프레아는 고개를 숙이지 않고 당당하게 가슴을 폈고, 그 모습에선 왕의 품격조차 느껴졌다.

     

     "빨리 죽어라, 역적!"

     "네년 탓에 작물이 시들었다, 이 마녀야!"

     "네 탓에 몇 명이 죽었다고 생각하는 거냐!"

     

     큰길을 따라 학교로 향하는 중, 군중의 사이에서 욕설이 날아들었고, 맞은 돌이 프레아의 이마에 닿았다.

     프레아가 던진 쪽으로 푸른 눈을 조용히 향하자, 군중들이 겁먹은 얼굴로 돌을 던진 남자에게서 떨어졌고, 남겨진 한 남자가 당황한 듯 얼굴이 새파래졌다.

     "당신, 기억했어요."

     그냥 중얼거린 말이 한순간 조용해진 군중에게 닿자, 천천히 시선을 돌린 프레아에게 군중들은 당황하며 욕설을 내뱉었던 남자들에게서 도망쳤다.

     이 안에는 프레아에게 죄를 뒤집어 씌우는 프락치가 섞여있을 것이다. 그들을 보고 유쾌한 듯 크게 웃는 프레아를 본 사람들은 떨었고, 죄인의 쓸데없는 발언을 멈추지 못하여 짧은 채찍을 든 기사도 카시미르의 무참한 죽음을 떠올리고는, 두려움 탓에 마지막까지 들어올린 채찍을 휘두를 수 없었다.

     

     프레아가 마술학교에 도착하자 다른 문에서 일반관람객의 입장이 시작되었다.

     그 중에는 암표상같은 짓을 해서 입장권을 고가로 팔아치운 한 금발의 소녀가 있었다고 하지만 확실하진 않다.

     프레아를 세운 화물칸이 무대 위로 끌어올려지자, 새로운 기사단장과 무뚝뚝한 얼굴의 필두궁정마술사, 왕도 교회의 대주교와 대군 카미유를 데리고 국왕이 단상에 올라갔고, 그 다음으로 태자 쥬리오와 이안, 마론, 루카와 마지막으로 달려온 듯 숨을 몰아쉬는, 사랑받는 아이 아리스가 올라갔다.

     "쥬리오, 시작해라."

     "예, 폐하."

     쥬리오는 위엄있는 왕의 말에 고개를 숙인 후, 땀범벅이 된 아리스의 손을 잡고 황홀한 미소와 함께 에스코트하여 앞으로 나섰다.

     

     "프레아여. 당신과는 어린 시절부터 약혼녀로서 대해왔지만, 이 악행은 용서받을 것이 아닙니다 당신의 명운도 여기까지입니다. 나, 케니스타 왕국 태자 쥬리오는 프레아와의 약혼을 정식으로 파기하고, 여기에 구국의 성녀, 사랑받는 아이 아리스라논요구르와 정식으로 혼인할 것을 고한다!"

     

     쥬리오가 그렇게 선언하며 아리스의 손을 잡고 앞으로 나서자 귀족들에게서 쏟아지는 듯한 박수소리가 나왔고, 손을 흔드는 아리스에게 대부분의 민중도 환성을 올렸다.

     "자, 아리스. 태자비가 된 당신의 첫 일입니다."

     "예, 맡겨주세요."

     아리스는 앞으로 나와서는 무표정하고 가만히 바라보는 프레아에게, 명랑하고 밝은 아이처럼 미소를 보내며, 조금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프레아 씨가 나빴어요. 고집만 부렸으니까요. 친구를 처형하는 건 내키지 않지만, 포기하세요. ㅡㅡ자, 프레아 씨를 처형대로."

     ""예.""

     아리스의 말에 몇 명의 기사가 나서서, 프레아를 죽이기 위해 만들어진 단두대로 그녀를 떠밀었다.

     "아, 잠깐만요. 고개를 숙이면 모두 볼 수 없잖아요? 프레아 씨의 얼굴이 올라가도록 위를 향해 눕혀주세요."

     탁 하고 손을 치고서, 좋은 일을 떠올린 것처럼 말하는 아리스의 말에, 기사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단두대에 죄인의 얼굴을 밑으로 향하는 것은 깔끔히 자르기 위함도 있지만, 다가오는 죽음의 공포를 느끼지 못하게 하는 최후의 자비이기도 하다. 그걸 즐기기 위해 위로 향하라는 아리스의 발언에, 카미유와 일부 사람들은 그 이상함을 느끼고 숨을 삼켰다.

     

     단두대에 묶인 죄인에게서 집행의 방해가 되는 언어봉인의 족쇄가 벗겨지자, 말할 수 있게 된 프레아에게 국왕이 말을 걸었다.

     "역적이며, 오빠를 죽인 프레아여. 남길 말이 있다면 들어주겠다. 목숨 구걸은 듣지 않겠지만."

     국왕의 말에 프레아는 시선을 흘끗 주고서, 목숨 구걸은 커녕 기분나쁘게 웃었다.

     "어머, 친절하기도 하셔라. 그런데 모습이 안 보이는 왕비는 어디있나요? 제가 경애하는 아버님의 모습도 안 보이네요......혹시 몇 번이나 파병한 끝에, 마왕에게 살해당한 걸까요?"

     ".........처형을 시작하라."

     듣고 싶었던 원망의 말이 아닌, 프레아가 내뱉은 '마왕' 이라는 단어에 관중이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국왕은 즉시 처형을 명했다.

     "예~ 그럼 시작해주세요."

     아리스의 말에 처형인이 단두대의 칼날을 지탱하는 커다란 밧줄로 향하여, 커다란 도끼를 들어올렸다.

     

     ".........."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 속에서 어떻게든 감형을 할 수 없을까 하고 움직이고 있던 카미유였지만 그건 이루어지지 않았고, 그냥 죽게 될 프레아에게서 시선을 돌리자, 하늘에 드리워진 구름 속에 빛나는 길처럼 생긴 흰 선이 뻗어있는 것을 눈치챘다.

     '........저건?'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들어라, 이 나라의 아이들아, 사랑하는 어리석은 자들아! 내가 죽으면 멸망은 면할 수 없을 것이야. 아하하하하하하하핫!"

     

     프레아의 조소하는 듯한 웃음소리가 울려퍼지는 중에, 처형인의 도끼가 밧줄을 끓었고, 수십 킬로는 될 쇠날이 프레아의 목으로 떨어져서ㅡㅡ

     

     챙!!!

     그 순간 하늘에서 내리쬐는 빛처럼 하얀 인영이 뛰어들어서, 쇠날이 프레아의 목에 닿기 직전에 쫙 편 손끝이 옆에서 칼날을 꿰뚫는 형태로 받아내었다.

     둥실 뻗은 우아한 흰 드레스.

     인형처럼 단정한 이목구비에 비치는 금색 눈동자.

     허리까지 뻗은 선명한 칠흑의 머리카락에서 나온 특징적인 긴 귀.

     누구나 숨쉬는 것을 잊을 것 같은 정숙 속에서......그 15~6세라고 생각되는 아름다운 엘프 종의 소녀에게, 그 드레스를 어떤 여성에게 선물했던 카미유는 눈을 부릅떳고, 그 소녀는 아름다운 손끝으로 쇠날을 관통한 채로 자신을 올려다보는 프레아에게, 미소짓는 듯 눈을 가늘게 하였다.

     

     "미안, 지각이야?"

     "후후. 이미 파티는 시작되었사와요. .......캐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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