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9
    2024년 01월 27일 17시 52분 14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728x90



    그런 사실도 모르는 사니아스 전하는, 내가 죄책감을 견디지 못해 실종되었다는 이야기를 했던 모양이다. 그러면서 그 여자와의 불륜을, 가혹한 악녀의 학대를 견뎌낸 씩씩한 성녀와 왕자의 러브스토리로 시중에 퍼뜨리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중에는 이미 내 이야기가 여배우들에 의해 널리 퍼져 있었다.

    같은 평민이 전하는 이야기와 위에서 퍼뜨리는 이야기. 그리고 평판이 좋지 않은 성녀. 어느 쪽이 더 유리할지는 뻔한 일이었다.



    그리고 또 하나, 나는 그날 여배우에게 성녀가 있는 교회에서 엠마 일행과 헤어져 성녀를 만나러 가 달라고 부탁했다. 명분상으로는 성녀를 찾아간 흔적이 있으면 그때까지 내가 실종되지 않았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해 두었다. 나는 성녀에게 미움을 받고 있기 때문에 만날 수 없겠지만 흔적만 남기면 되며. 거기서 몰래 변장을 풀고 돌아가도 좋다고 말해 주었다.



    내 예상대로 갑자기 찾아온 '크리스티나'를 레이라는 만나려고 하지 않았다고 한다. 당황해하며 교회 사람들에게 돌려보내라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여배우는 내 말대로 몰래 변장을 풀고 일을 끝냈다는 듯 돌아간 것 같다.



    크리스티나가 사라진 날, 엠마를 비롯한 시녀들이 아가씨의 모습이 교회에서 보이지 않는다고 아버지에게 호소했던 것은 그날 밤이었다. '조용히 기도하고 싶으니 너희들은 여기서 기다려'라는 말을 남기고 크리스티나가 교회에 들어가는 모습은 문지기가 목격했다고 한다. 교회 안에서도 그녀와 같은 여성을 본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목격했다고 한다. 하지만 성녀를 찾아간 후 그녀의 흔적은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물론 호위병을 듬뿍 데리고 다니는 레이라에게는 완벽한 알리바이가 있었다. 하지만 크리스티나와 레이라 사이에 불화가 있다는 것은 귀족이라면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게다가 교회는 그녀의 영역이고, 그녀의 손발이 되어 움직일 사람은 얼마든지 있다.



    그런 상황이 귀족들 사이에 서서히 퍼지면서, 레이라가 크리스티나를 실종시켰다면 크리스티나는 살해당한 것이 아니냐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 어쨌든 그녀는 크리스티나의 실종으로 인해 왕자의 약혼녀가 되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그녀가 사라짐으로써 이득을 본 사람이었다.



    표면적으로는 모두가 새로운 약혼녀가 된 레이라를 축하했지만, 그 이면에는 항상 의심의 눈초리가 따랐다. 귀족들에게도 의아한 눈초리를 받았고, 평민들에게도 생각보다 축복받지 못한 약혼이었지만, 오랫동안 약혼녀였던 후작영애를 바꾸면서 한 약혼이었기 때문에 이제 와서 더 이상 약혼자를 바꿀 수는 없을 것 같은지, 두 사람은 미묘한 취급을 당하고 있는 듯하다.





    결국 내가 여러 가지를 했음에도 크리스티나는 사니아스 전하의 약혼녀도 후작영애도 아니게 되었다. 전하와 레이라는 약혼했고, 전하의 측근들도 약혼을 파기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이것만 보면 그들의 일방적인 승리처럼 보이지만, 그들은 주위로부터, 약혼녀로부터의 신뢰를 크게 잃었다. 지금은 아직은 그냥 지나칠 수 있는 작은 파탄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큰 왜곡이 될 것이다.



    한 여자의 발버둥 치고는 좋은 전과가 아닐까 싶다.





    그날 이후 지금까지 '크리스티나'는 부재한 채로 남아 있다. 이 나라에서 크리스티나를 좋아하는 남자를 몇 명 만났지만, 나는 그들의 마음에 대답하지 않았다.



    못된 짓이지만, 크리스티나도 나도 과거의 따스한 추억을 차마 버리지 못하여, 후련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가슴이 아릿한 아픔을 떠안고 있다.



    크리스티나가 돌아오면, 그녀와 이야기할 수 있다면 이 악취미한 실연에 대해 그녀와 이야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나는 새로운 생활에 익숙해지기 위해 일상에 몰두했다.

     

     

    <끝>

     

    728x90

    '연애(판타지) > 악역영애는 전생하여 악역영애가 되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8  (0) 2024.01.27
    7  (0) 2024.01.27
    6  (0) 2024.01.27
    5  (0) 2024.01.27
    4  (0) 2024.01.2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