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덧없어 보이는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엠마가 그 메이드에게 말을 걸어 이웃나라로 도망칠 수 있는지 알아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웃 나라에 연줄이 있는 것 같아서 오늘 이렇게 말을 걸어본 것이다.
나는 조금씩 개인 자산을 이웃 나라로 옮기기 시작했는데, 헛수고가 아니었던 모양이다.
이렇게 엠마의 협조를 얻어 이웃나라로 이동할 수단을 확정했다. 그 사이에 자산도 옮기고, 이웃 나라에서의 생활 기반도 마련해 두었다.
그렇게 준비를 마친 후 나는 이웃나라로 탈출하기 위해 엠마와 함께 한 편의 연극을 하기로 했다. 왕도에서도 손꼽히는 극단에서 여배우를 한 명 고용해, 내 흉내를 내어 주위의 시선을 그쪽으로 돌리면 내가 탈출하기로 했다.
그날 엠마와 몇몇 시녀들을 데리고 외출한 나는, 어느 카페에서 그 여배우와 몰래 만나 나와 같은 머리 색깔의 가발을 쓰고 나와 비슷한 눈과 코로 화장을 한 그녀와 교체했다. 그녀에게는 이후로 도서관과 장미원을 돌아다니게 했다. 물론 지인들을 만나면 한 방에 들통나겠지만, 나와 모르는 사람을 속이기에는 충분했다. 그 사이에 나는 이웃 나라에서 온 메이드와 소박한 마차를 타고 왕도를 떠났다.
그곳에서 이웃나라까지는 긴 이동을 했지만, 딱히 추격자 등에게 잡히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다. 전하도, 아버지도 내가 자발적으로 레이라를 학대하고 있다고 생각했기에 설마 내가 도망칠 줄은 몰랐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나는 행방을 감추는 데 성공했고, 크리스티나 노츠그랜드는 홀연히 사라지게 되었다.
이웃 나라에 건너가 몇 달 동안 익숙지 않은 일도 있었지만, 크리스티나의 언어 능력을 살려 나는 번역가 일을 얻어 조용히 하루하루를 보냈다.
나는 더 이상 귀족 계급은 아니었지만, 번역을 의뢰하는 것은 어느 정도 권력을 가진 자들이기 때문에 조국의 소문은 조금씩 들려오고 있었다.
소문에 따르면, 내가 남긴 선물이 잘 작용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 두고 온 선물이라는 것은, 그날 내가 실종된 날에 준비한 것이었다.
그날 나의 대역에게는 내가 그들이 주장하는 학대 행위를 실행했다는 것만 제외한 모든 것을 말해두었다. 그리고 엠마에게는, 그녀는 모든 것을 알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해도 괜찮다고 말해두었다.
여배우에게는 귀족 후원자가 붙는다. 그녀들 역시 귀족들의 파워 밸런스에 대한 정보를 항상 원했을 것이다. 그런 데다가 이런 가십이라니, 그녀가 관심을 안 가질리가 없다. 하지만 그녀는 나한테서 들은 이야기만 믿지 않을 것이고, 엠마에게 은근슬쩍 물어볼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평소 엠마는 모시는 주인의 이야기 같은 건 절대 하지 않지만, 그 여배우에게는 어떤 이야기를 해도 괜찮다고 미리 말해두었다. 엠마도 어딘가에서 자신의 주인에게 일어난 비극을 누군가에게 호소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다가 모든 것을 알고 있고,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배우가 옆에 있다. 나의 주문에 따라 그녀들은 마차라는 밀실로 이동했다. 엠마는 분명 그동안의 일을 눈물을 흘리며 이야기했을 것이다. 엠마가 믿었던 크리스티나에 대해, 성녀에게 약혼남을 빼앗기고 거짓 학대로 악녀가 되어버린 불쌍한 주인에 대해.
지금의 성녀는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지 않다. 분명 그 배우는 엠마의 이야기를 진실에 가까운 이야기로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해서 시중에 나라는 비극의 히로인에 대한 이야기가 퍼지도록 만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