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68 하이엘프의 마을 전편
    2021년 02월 13일 19시 33분 3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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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 ncode.syosetu.com/n2651eh/68/

     

     

     

     

     ".........................."

     모두의 시선이 따갑습니다.

     오랜 기간 교류를 끊고 있었던 하이엘프의 마을에 도착해, 그들이 가져간, 백년 전에 사망한 마왕의 유품이라는 마도구를 빌려달라고 부탁하러 간 것이었는데, 그 입구의 봉인과 거기서 새어나오는 마력을 먹고 언덕만큼 성장한 슬라임의 처리가 귀찮아서, 무심코 제 10계급마법으로 봉인의 문 채로 날려버리고 만 것입니다.

     뭐 어쩔 수 없네요. 웬만한 마법이 듣지 않았던 기가슬라임이 나빴습니다.

     안내역으로 따라온 보리스 일해이 아연실색한 표정으로 얼어붙고 만 것을 보니, 지금 사이에 뻥 뚫린 구멍으로 저만 들어가야겠습니다.

     

     "ㅡㅡ기, 기다려!"

     "........."

     먼저 자아를 되찾은 바르바스가 저의 등에 기다리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멈추면 성가셔질 것 같으니 기다리지 않습니다.

     "자, 잠깐! 기다려라!"

     타닥타닥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자, 등 뒤에서 당황한 듯한 바르바스의 목소리가 따라왔습니다.

     "기, 기다려주십쇼, 캐롤 공."

     "..............."

     뭐가 다급해졌는지, 지금까지 '너', '계집' 이라고 부르던 호칭이 바뀌었기 때문에, 싫지만 다리를 멈추고 돌아봤습니다.

     ".......뭔데?"

     "그 주문은 뭐였습니까!? 저도 50년 이상 마법을 연구해왔지만, 저런 마법은 처음 봤습니다!"

     "............"

     역시 귀찮게 합니다.

     "그 파괴력.......혹시, 제 8계급......아니, 고문서에 나온다는 용조차도 일격으로 쓰러트린다고 하는, 전설에 있는 제 9급 마법일 가능성도!"

     "제 10계급."

     "오오, 역시ㅡㅡ제 10계급!? 제 10계급마법이라니!? 신화의 시대에 쓰였던 잃어버린 마법인데! 그게 실존한다면."

     "시끄러."

     꽈악.

     "꽥."

     바르바스의 목을 비틀어서 강제로 조용히 만들었습니다. 점점 흥분되어서, 이대로 간다면 홱 꺾일 가능성이 있으니 강제로 정지시켰습니다.

     "......후우."

     지면에 누워 경련하고 있는 바르바스의 옆에서 저는 후련한 느낌으로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런 때는 포차라도 만지면서 기분을 진정시키고 싶었지만, 조용히 지켜보고 있어야 했을 포차는, 마법이 작렬한 순간 여기저기에서 튀어나온 대형동물을 쫓아 뛰어가버리고 말았습니다. 조금 지나면 사냥한 동물을 물고 자랑스럽게 돌아오겠죠.

     

     "바, 바르바스공!!"

     그 때, 이제야 정신을 차린 보리스가 소리쳤습니다.

     "괜찮아. 칼등치기."

     "칼등치기이!? 닭모가지를 따려는 듯이 목을 비틀고 있지 않았습니까!?"

     범행현장을 목격당한 모양입니다.

     어쩔 수 없으니 포션으로 MP를 회복하고 나서 제 6계급마법인 [재생] 을 사용했습니다. 딱히 (아직) 죽지는 않았지만, 이 [재생] 은 단순히 되살리는 마법이 아니라, 아직 바로 죽지 않도록 치명적인 상처의 치유와 결손부위의 재생까지 해줍니다. 버그인지도 모르겠지만, 죽지 않아도 사용되기 때문에 게임에선 본래의 용도가 아닌, 디버프가 붙는 부상에 자주 사용했습니다.

     

     " [리저렉션] 이라니! 신관들이 타락해서, 이 마법을 다루는 자는 이제 없다고 생각했는데!"

     부활하자마자 바르바스가 다시 흥분하여 소란을 피웠습니다.

     그러고 보니 궁중마술사였네요. 이런 마법오타쿠와 어울리게 되면 일이 진행되지 않으니, 전 그대로 봉인의 문이 있던 바위산의 동굴로 들어가자.

     "기다려주시오 캐롤 공! 제 10계급의 마법에 대해서, 크악."

     "응?"

     개구리가 찌부러진 듯한 목소리에 돌아보니, 동굴 입구에 바르바스가 코를 누르며 뒷걸음질 치고 있었습니다. 그 뒤를 따라온 보리스 일행도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튕겨났습니다.

     "이, 이건 대체......."

     "봉인,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네."

     "왜 캐롤 공은 괜찮은 건가!"

     "........글쎄?"

     "그런......"

     

     잘 모르겠지만 저만 들어갈 수 있는 모양입니다, 저도 솔직히 영문을 몰라서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자, 하이엘프의 마법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한 듯한 바르바스는 무릎과 양손을 땅에 대었습니다.

     "보리스, 포차와 촌락의 모두에게 설명해줄래?"

     "예, 알겠습니다. ......부디 몸 조심하십시오."

     "응. 부탁해."

     그냥 단순히 바위산을 파놓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동굴의 안은 이상할 정도로 마력이 넘쳐나고 있어서, 고갈 직전이었던 저의 MP가 쭉쭉 회복되었습니다.

     제대로 된 통로는 아닌 것 같아보여서,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지 몰랐기 때문에 그 사이의 일은 보리스에게 맡겨둡니다.

     

     자.....다시 방해가 들어오기 전에 안으로 나아가죠. 처음엔 바위로 된 동굴이었지만 빛이 닿지 않는 안까지 나아가자, 천장과 벽이 어디에 있는지 모르게 되어서, 밟고 있는 지면의 감촉도 땅인지 돌인지, 평평한지 튀어나온 건지도 모르게 되었습니다.

     전 플레이어 캐릭터이기 때문에, 새카만 던전이어도 만월의 밤 정도로는 어둠을 꿰뚫어볼 수 있었지만, 그 저의 눈으로도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어둠이 짙은 것이 아니라 자신의 손발은 잘 보였기 때문에, 이 통로가 정상이 아닌 거겠죠.

     ".........."

     그 후로 얼마 동안 나아가ㅡㅡ시간의 감각조차 애매한 공간을 몇 분.....아니면 며칠을 안으로 나아가자, 갑자기 눈앞에 빛에 넘치는 세계가 펼쳐졌습니다.

     

     ".............................아?"

     

     눈앞을 컬러풀한 철의 덩어리가 기세좋게 지나갑니다. 올려다보니 늘어선 사각형의 탑 사이로 보이는 약간 희미하고 좁은 하늘. 주위를 둘러보니 여러 복장을 한 남녀노소가 다른 사람의 일 따윈 신경쓰지 않고 잰걸음으로 지나갔습니다.

     자동차. 고층빌딩. 샐러리맨. 학생. 아스팔트의 지면......

     "................지구?"

     

     .........정말로 잘 모르겠네요.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제가 얼마 없는 친구들과 귀가길에 왔던 적도 있었던, 지구의 어떤 번화가였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어, 혹시 지구에 돌아왔나' 라고 말할 정도로 세상물정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

     그야말로 마법소녀같은 코스프레를 한 저를 봐도 누구도 주목하지 않으니, 상황이 너무 수상해서 오히려 제가 싸늘해지고 맙니다. 문제는 어떤 상황인가 하는 거네요.

     단순한 환상인가, 일시적으로 지구의 광경을 비추고 있는 것인가, 일부만을 이쪽에 구성한 것인가, 애초에 이 사람들은 진짜 인간인건가.

     정보가 부족하네요..... 일단 시험해보고 싶은 일이 하나 있습니다.

     "아저씨, 크림야키소바 하나요."

     "예, 180엔이요."

     이쪽의 돈을 갖고 있지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네요, 이상한 물질로 구성되어 있을지도 모르니, 먹는 건 위험한 것입니다. 젠장~

     하지만 일단 대화는 가능하다고 알게 됐네요. 환상이 아닌 건지, 아니면 고도의 마법이 쓰이고 있는 건지.....

     

     저의 신체능력은 이대로 쓸 수 있습니다. 전차에 올라탈 돈은 없지만, 전차보다도 빠르게 이동할 수 있으니 문제없습니다.

     .......그립네요. 아무 생각 없이 훌훌 걸어다니거나, 가방에서 꺼내든 가라아게빵에 설탕을 뿌려 먹으며 걸어다니고 있자, 비둘기가 다가오길래 빵을 2킬로그램 정도 줬습니다.

     그대로 구경하며 걸어다니고 있자 저녁이 되었고, 전 지금 있는 장소가 옛 실가의 바로 옆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왕 이리된 거 내 방에서 뭔가 갖고 올까 해서 집으로 향하자, 갑자기 집의 문에 열리고, 전의 가족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아버지, 어머니, 오빠, 여동생...... 제가 없어진 일로 이제야 이상적인 가족이 된 그들은, 절 보자 미소를 가득 띄우며 안겨들 듯이 양손을 벌렸습니다.

     

     """"어서 오렴""""

     

     " [Fire Storm] "

     

     제 7계급마법 [화염폭풍] 이 절 중심으로 휘몰아쳤고, 직경 100미터 정도의 범위를 집도 인물도 통채로 불태웠습니다.

     등줄기가 서늘했습니다. 닭살이 돋았습니다. 저 쓰레기가족이 저런 대사를 말할 리 없지 않잖아요. 만일 저들이 진짜라고 해도, 저런 대사를 말한다면 무심코 같은 짓을 할지도 모릅니다.

     ".....아."

     눈앞의 광경이 불태워지자 하늘에 노이즈가 생기고, 생물은 전부 색을 잃고 녹아내렸습니다. 슬라임같은 마법생물인 걸까요. 어쩌면 바깥의 슬라임도 여기에서 도망친 걸지도 모르겠네요.

     

     "꽤나 화려하게 저질렀네. 당신 누구야?"

     

     하늘도 벽도 천장도 전부 없어져서 안개가 낀 듯한 공간에 그런 소리가 울리며, 한 여성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새하얗고 고운 머릿결. 투명할 정도의 하얀 피부. 선명하게 붉은 눈동자, 그리고 평범한 엘프보다 약간 기다란 귀.

     처음으로 만난 하이엘프는, 약간 경박하고 예쁜 언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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