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개를 끄덕이는 마베릭에게 등을 떠밀려서 마지못해 내민 이리스의 손바닥 위에, 노신사는 보석 하나를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그것은 진한 녹색의 투명한 에메랄드였는데, 다른 보석들에 비해 조금 작은 크기였다. 이리스가 손바닥 위의 에메랄드를 바라보는 모습을 마베릭이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나도, 왠지 모르게 그 에메랄드가 신경 쓰여서 쳐다보고 있었어. 이리스의 눈동자 색과도 잘 어울려."
"마베릭 님도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아주 아름다운 에메랄드네요. 다른 보석들도 모두 아름답지만, 왠지 모르게 이쪽이 눈에 들어왔어요."
노신사는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에메랄드를 흥미롭게 바라보고 있는 이리스에게 말을 걸었다.
"이리스 님, 그 돌을 얹은 부분의 손바닥이 따스하게 느껴지지 않습니까?"
"말씀하신 대로예요....... 신기하네요, 마치 살아 있는 듯이 부드러운 힘을 나누어 주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이것은 애정이 많고, 특히 치유력이 높은 돌이지요. 부부의 애정과 유대를 강화하고 치유의 효능이 있다고 알려진 에메랄드지만, 모든 사람이 이리스 님과 같은 느낌을 받느냐 하면 그렇지 않습니다. 파장이 맞을 수도 있고 안 맞을 수도 있으니까요."
마베릭이 이리스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이리스, 어때? 네가 마음에 든다면 이 에메랄드를 네 약혼반지로 만들어 주고 싶은데."
"저기, 정말 괜찮으시겠어요? 이렇게 비싼 보석을......?"
"물론이지. 이리스에게 잘 어울리고 마음에 드는 보석을 찾았다니 나도 기뻐....... 그럼, 이 에메랄드를 이리스에게 약혼반지로 만들도록."
마베릭의 시선을 받은 노신사는 고개를 숙여 승낙을 표시했다.
"알겠습니다. 이 에메랄드를 장식할 반지의 디자인도 곧 준비해 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렇게 해 주면 고맙겠어. 빨리 이리스의 손가락에 이 에메랄드 약혼반지를 끼워주고 싶으니까."
"마베릭 님, 멋진 보석을 함께 선택해 주시고, 그리고 따뜻한 배려를 해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행복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마베릭과 이리스를 노신사는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고, 이어서 이리스에게 보내기로 결정된 에메랄드를 따스한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
"이리스, 너의 왼손을 내밀어 줄래? 너에게 줄 약혼반지가 완성되었어."
마베릭은 미소를 지으며 이리스가 내민 왼손을 받아서는, 그 가녀린 약지에 벨벳 상자에서 꺼낸 에메랄드 반지를 부드럽게 끼워 넣었다.
맑은 녹색 에메랄드가 반짝이는 반지를 바라보던 이리스의 뺨이 행복하게 홍조를 띤다.
"정말 아름다워요....... 마베릭 님, 이렇게 멋진 약혼반지를 선물해 주셔서 정말 감사해요."
"잘 어울려. 나도 네가 내 약혼녀임을 증명할 수 있게 되어 기뻐."
마베릭은 미소를 지으며 이리스의 이마에 가볍게 입맞춤을 했다.
"마베릭 님과 결혼한 후에도 평생 소중히 여길게요."
"그래, 마음에 들어 해서 다행이야. 그 에메랄드도 이리스를 만나서 기뻐하는 것 같다고 그 보석상도 말했어."
"그래요?...... 그러고 보면 확실히 이 에메랄드에서 부드럽고 따스한 힘이 느껴지는 것 같네요."
마베릭은 행복하게 웃는 이리스의 얼굴을 보며, 완성된 약혼반지를 받았을 때 보석상 노신사가 했던 말을 떠올렸다.
[...... 이 돌도 드디어 좋은 주인을 만나게 되어서 다행입니다. 그동안 이 에메랄드를 원하는 사람이 몇 명 있었는데, 돌이 좀 고집스러워야 말이죠. 자신을 꾸미기 위해서만 이 돌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가고 싶어 하지 않았거든요. 이리스 님은 자기 자신보다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순수하고 따스한 마음씨를 가진 분인 것 같습니다. 이 돌도 이리스 님을 만나서 기뻐하는 것 같으니, 앞으로 이리스 님과 함께하며 지켜봐 주게 되겠지요. 이리스 님도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느꼈을지도 모르겠군요.]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다고 소문난, 눈썰미는 확실하지만 때로는 고집스러운 보석상이 웃으며 건네준 에메랄드 약혼반지. 그것을 마베릭이 이리스의 왼손 약지에 끼웠을 때, 마베릭에게도 그 에메랄드는 왠지 모르게 그 빛을 더욱 발하며 행복하게 반짝이는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