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8 온화한 햇살 속에서(5)
    2024년 01월 11일 11시 30분 05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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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 번째는 지금까지의 당신과 어머니의 언행입니다. 물론, 설령 불륜의 결과로 태어난 아이라 할지라도 아이 자신은 죄가 없기에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당신과 어머니의 지금까지의 언행은 너무 심합니다. 본래 이 집을 이어받아야 할 이리스 씨에게 당신은 언니는커녕 시녀처럼 냉정하게 대했고, 그 약혼남까지 빼앗아 버렸지요. 어머니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무리 피가 섞이지 않았다지만 이리스 씨를 대하는 태도가 너무 가혹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최근까지도, 당신은 남의 약혼남을 빼앗는 일을 반복하고 있던 것 같군요.

    당신의 성장 배경을 알고, 당신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언행을 알게 된 이상, 그런 사람들에게 전통 있는 크룸로프 가문을 물려주어서는 안 되며, 정당한 후계자로 돌려주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약간 고개를 숙이며 입을 꾹 다문 헬레나를 향해, 틸디나리는 쓸쓸하게 웃었다.



    "...... 이 두 가지가 주된 이유이지만, 마지막으로. 당신은 지금까지 그 외모의 아름다움에 오만해져서, 그 외의 노력이나 진심으로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을 소홀히 해 왔던 것 아닙니까? 그런 당신이 그 미모를 잃은 이후에는 당신의 곁에 있던 남자들도 모두 떠나간 것 같군요. 그것은 분명 지금까지 당신 자신과 마찬가지로, 당신 주변에는 외모나 권력 등의 눈에 보이는 것에만 매료된 사람들만 모여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앞으로 당신이 어머니와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당신에게 달렸습니다.

    ...... 만약 당신이 그 빛 마법의 능력을 갈고닦아 타인의 아픔을 치유하고 약자에게 손을 내밀 수 있는 그런 존재가 될 수 있다면. 외모를 보고 쉽게 손바닥 뒤집는 사람들보다는,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진 사람들과 훨씬 더 풍요로운 관계를 맺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참견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래도 당신은 제가 사랑했던 형의 단 하나뿐인 딸이니까요....... 이 집의 존재에 기대어 잃어버린 미모를 한탄하며 어두운 나날을 보내는 것보다는, 당신이 새로운 발걸음을 내디뎠으면 하는 것이 제 바람이기도 합니다."



    헬레나는 틸디나리의 말에 어깨를 부르르 떨며 두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깊은 절망에 빠진 헬레나의 표정은, 그 자리에 있던 누구도 참견할 수 없을 정도였다.



    ***

    "어머, 아가씨! 정말, 배가 커지셨네요......"



    마차를 타고 마베릭과 레노와 함께 크룸로프 가문까지 온 이리스의 모습을 보고, 환하게 웃으며 이리스의 배를 쓰다듬는 몰리에게 이리스도 환하게 웃어주며 말했다.



    "후후, 요즘 배에서 기운차게 움직이고 있어. 곧 만날 수 있겠지. 정말 기대 돼."

    "나으리도 마님도, 하늘에서 기뻐하며 지켜보고 계실 거예요."

    "그래, 분명 그러실 거야."



    이리스는 몰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마베릭의 팔을 부드럽게 휘감고서 부지 끝자락의 높은 곳에 있는, 부모님이 잠들어 있는 무덤 앞까지 천천히 걸어갔다. 레노가 이리스의 팔에서 슬쩍 건네받은 온화한 색조의 꽃들을 이리스의 부모의 이름이 새겨진 하얀 묘비 앞에 바친다.



    이리스와 함께 묘비를 향해 손을 맞잡은 몰리의 눈가에 옅은 눈물이 맺혔다.



    "......나으리께서 돌아가신 후, 그 벨라 님은 아내임에도 단 한 번도 남편의 무덤에 꽃 한 송이도 바치러 오지 않았어요. 저는 그런 벨라 님과, 그리고 이리스 아가씨를 함부로 대했던 헬레나 님에게 이 크룸로프 가문을 빼앗기나 싶어서 너무 억울하고 분해서 견딜 수가 없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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