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디나리는 눈앞에서 기뻐하는 세 사람의 모습을 보고, 미소 지으며 말을 이어갔다.
"임신 중에는 사람마다 증상은 다르지만, 입덧으로 인해 음식 냄새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너무 무리하지 마시고, 그리고 뱃속의 아기를 위해 충분한 영양과 휴식을 취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네, 감사합니다."
"...... 그런데. 또 다른 일이지만, 가능하다면 조금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그렇군요 ...... 마베릭 님, 가능하면 이후에 잠시 시간을 내주실 수 있을까요?"
갑자기 진지한 표정을 짓는 틸디나리의 모습에, 마베릭은 조금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저로 충분하다면야."
"그럼 이리스 씨와 레노 군은 먼저 대기실로 돌아가서 기다려 주실까요. 이리스 씨, 임신을 축하드립니다. 건강한 아기를 낳으세요."
틸디나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레노와 함께 먼저 대기실로 돌아간 이리스는, 잠시 후 틸디나리와 대화를 마치고 진료실에서 나온 마베릭에게 조심스레 말을 걸었다.
"저기, 제가 듣지 않는 것이 좋은 이야기였을까요? 뱃속의 아기와 무슨 관계가 있는 건가요 ......?"
"아니, 그런 게 아니야. 이리스의 임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야기야. 나쁜 이야기는 아니라고 보는데 ...... 그래. 이리스의 몸상태가 좀 더 안정되면 내가 이리스에게 설명해 줄게. 그런데 이리스의 친정인 크룸로프 가문에서 믿을 만한 사람은 있어? ...... 이리스가 결혼식에 초대했던 몰리라는 시녀장은 괜찮은 것 같던데......."
"네, 몰리는 어머님께서 돌아가신 후, 마치 어머니를 대신하는 것처럼 저를 감싸주고 귀여워해주셨어요. 몰리는 믿을만한 사람이고, 저는 그녀를 진심으로 신뢰하고 있어요."
"알았어. 다음에 그녀를 찾아가 보려고 해...... 이리스는 아무 걱정하지 말고 안심하고 있어."
"맞아! 나도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형에게 맡기면 분명 괜찮을 테니까. 이리스는 자기 몸과 뱃속의 아기를 소중히 하면 돼. 아아, 기뻐....... 두 명의 아기를 빨리 만나고 싶네 ......!"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고 발을 동동 구르는 레노를, 마베릭과 이리스가 미소를 지으며 바라보았다.
＊＊＊
헬레나는 몸상태가 좋지 않다며 마법학교를 쉬고 집에 틀어박혀 지내고 있었다.
자신의 미모를 자랑스러워하던 헬레나는 그것을 잃어버린 후부터 외출을 두려워하게 되었다. 흉측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볼까 봐 학교의 친구들을 절대 만나고 싶지 않았고, 어머니인 벨라에게조차도 붕대가 벗겨진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당연히 집안의 시녀와 집사들에게도 얼굴을 드러내는 일은 절대 하지 않았다.
얼마나 흘렀는지 알 수 없는 시간, 빗장을 닫은 채로 방의 침대 위에 멍하니 누워있던 헬레나에게 어머니 벨라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른하게 침대 위에 몸을 일으킨 헬레나의 눈앞에서, 방문이 활짝 열렸다.
희미한 방 안에서도 선명하게 보일 정도로 얼굴의 핏기가 가신 벨라가, 어이없다는 듯이 머리를 감싸고 있다.
"이제 다 끝났어. 아아, 어떻게 이런 일이....... 헬레나, 너, 틸디나리에게 갔었지?"
떨리는 목소리와 유령 같은 얼굴로 헬레나에게 다가가는 벨라의 모습에, 헬레나는 당황했다.
"그야, 그의 회복 마법은 이 나라에서 최고라고 소문이 자자하니까요. 누구든 가장 잘하는 사람에게서 진료를 받고 싶어 하지 않겠어요? 물론, 어머니 말씀대로 다른 분에게 진찰을 받는 것이 좋았을지도 모르지만......"
벨라의 기세에 당황하는 헬레나를 앞에 두고, 벨라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이 흘러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