틸디나리는 놀란 듯이 헬레나의 얼굴을 쳐다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여기는 귀족이건 평민이건 상관없습니다. 모두 똑같이 기다리고 있으니, 순서를 기다려 주셔야 합니다. 너무 심하고 급한 증상의 경우에는 먼저 진찰할 수도 있지만 ......"
"나, 분명 그 예외에 해당돼. 얼굴에 심한 화상을 입었거든. 어쨌든 빨리 진찰을 받고 싶어."
다급한 표정의 헬레나를 보고, 틸디나리는 옆에 있던 조수에게 말을 건네고서 헬레나를 돌아보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화상 상태를 먼저 확인하겠습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헬레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서 틸디나리를 따라 진료실로 들어갔다.
"붕대를 조금 풀어드릴 텐데. 괜찮으세요?"
"상관없어."
틸디나리는 붕대 안쪽에서 들여다본 헬레나의 피부 상태를 보고 얼굴을 찡그렸다.
"확실히, 이건 정말 심한 화상이네요. ...... 약을 바른 것 같지만, 화상을 입은 부위에서 2차 감염 등을 일으키면 위험합니다. 이 화상은 즉시 회복 마법으로 치료해 드리겠습니다."
틸디나리가 권하는 의자에 앉은 헬레나는 그의 말에 얼굴이 환하게 빛났다.
틸디나리는 한동안 말없이 헬레나의 얼굴을 바라보다가 서랍에서 한 통의 봉투를 꺼냈다.
"헬레나 씨라고 하셨죠? 조금 이야기가 달라집니다만....... 여쭤보고 싶은데, 이 편지를 쓴 분이 당신의 어머니인가요? 확인해 주실 수 있을까요?"
(어머니가 ......?)
의아해하며 헬레나가 틸디나리가 건네준 봉투를 들여다보니, 확실히 그 안에 적힌 주소는 어머니인 벨라가 쓴 편지였다. 슈타인 가문의 이름도 모르는 누군가에게 보낸 것 같았다.
"그래, 이건 확실히 어머니의 글씨야. 봐, 이 글자의 튀어나온 부분, 어머니의 버릇인걸 ...... 확실히 이것은 어머니의 필체야."
"그렇군요. 확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싱긋 미소 짓는 틸디나리에게, 헬레나도 붕대 안쪽에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결국 내 화상 치료를 위해 슈타인 가문에 편지를 써주신 거네)
티르디날리는 헬레나의 얼굴과 목 부위의 상태를 한 번 더 확인한 후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게 있습니다. 화상을 입은 피부를 치료하는 것이라면 치료해 드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의 화상을 입으면 흉터가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원래의 얼굴로 되돌릴 수 있는 것은 안타깝게도 불가능합니다."
"그, 그런 ....... 그러면 의미가 없잖아. 당신, 회복 마법을 잘 쓰는 사람이잖아? 그럼 이 정도의 화상을 치료하는 것 정도는 ......."
헬레나의 말에 고개를 저은 틸디나리의 모습에, 헬레나는 그 표정을 절망감으로 물들였다.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신다면 회복 마법으로 치료하는 것은 중단하셔도 괜찮습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아, 아니, 부탁할게. 적어도 이 흉측한 피부만이라도 ......"
헬레나의 말에, 틸디나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
헬레나가 크룸로프 가문의 저택으로 돌아와 자신의 방 거울 앞에 앉아 얼굴에 감겨있던 붕대를 풀려고 할 때였다.
방문을 두드리며 "우라누스 님께서 오셨습니다." 라는 시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헬레나는 풀던 붕대를 서둘러 다시 묶은 후, 어서 들이라고 말하며 돌아섰다. 열린 방의 문 너머에는 위로의 꽃다발을 든 우라누스의 모습이 있었다.
우라누스는 헬레나를 향해 한 걸음 내디뎠다.
"헬레나, 화상 상태는 괜찮아? ...... 내 검이 마물의 급소를 관통했다면 너를 이런 꼴로 만들지 않았을 텐데 ......"
"아뇨, 우라누스 님. 그때 당신이 도와주신 덕분에 제 목숨이 있는 것인걸요."
"...... 그렇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