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7 헬레나의 절규(1)
    2024년 01월 11일 09시 16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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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 거짓말. 그런, 그런 ......!"



    절규하는 헬레나의 눈동자가 거울의 안쪽에서 본 것은, 헬레나가 잡아당긴 붕대 사이로 보이는 무서울 정도로 검붉게 그을려진 피부였다. 헬레나가 자랑했던 도자기처럼 매끈한 하얀 피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남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던 커다란 눈동자 역시, 피부가 타들어간 데다 눈가가 이상하게 경련을 일으키며 굳어 있었다. 붕대 사이로 살짝 보이는 부분조차 그런 상태이니 얼굴의 다른 부분도 마찬가지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싫어, 싫어. 이런 거 ......"



    헬레나의 눈에서 큰 눈물이 뚝뚝 흘러내린다.

    벨라는 헬레나의 어깨에 부드럽게 손을 얹었다.



    "헬레나 ......"



    벨라의 목소리에, 헬레나는 깜짝 놀라며 벨라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어머니. ...... 회복 마법을 잘 쓰는 사람이라면 치료할 수 있다고 하셨죠?"

    "...... 그래, 맞아. 분명 회복 마법을 사용하면 화상의 흉터도 지금보다 나아질 수 있지 않을까."


     

    헬레나에게 대답하는 베라의 머릿속에, 의사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회복 마법으로 호전될 가능성이 있다는 말은 거짓이 아니지만, 그 말은 헬레나를 절망에서 구하기 위한 위로의 의미가 강했다. 헬레나의 화상 상태는 매우 심각해 이미 원래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였다. 원래의 얼굴로 되돌리기는커녕 사람의 얼굴로 볼 수 있도록 치료하는 것조차 마법의 힘에 의지해도 어렵다며, 헬레나의 얼굴 치료를 담당한 의사는 말끝을 흐리며 말했다.



    "아마 ...... 빛 마법으로 유명한 슈타인 가문에 당대 최고의 회복 마법을 구사하는 틸디나리 님이라는 마법사가 있다고 들었어요. 어쩌면 그분이라면 제 얼굴을 고쳐주실지도......"



    벨라는 헬레나의 입에서 나온 이름에,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얼굴을 찡그리다가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헬레나. ...... 그는 그만두렴. 이 나라에는 다른 훌륭한 빛마법을 사용하는 사람이 있단다. 다른 사람을 찾아보자. 알겠지?"



    헬레나는 벨라의 목소리가 살짝 떨리는 것을 알아차렸지만, 속에서 솟아오르는 짜증을 감출 수 없었다.



    "어머니, 당신의 딸인 제가, 미모로 유명한 제 얼굴이 이 지경이 되었는데도 왜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최고의 치료를 받고 싶은 것은 당연한 것이 아닌가요?"

    "네가 뭐라 말하든, 그건 인정하지 않아. ...... 알았지?"



    벨라는 방금 전과는 달리 차가운 말투로 단호하게 말하고서, 잠시만 바깥바람을 쐬러 가겠다며 무거운 발걸음으로 헬레나의 병실을 빠져나갔다.



    "어머니 ......?"



    헬레나는 그런 어머니의 뒷모습을 보며, 불안감이 가슴을 어둡게 뒤덮는 것을 느꼈다.



    ***

    (여기가 틸디나리 님의 치유원. 왜 평민들이 이렇게나 많아? 왜 귀족인 내가 이런 곳에서 평민들과 함께 기다려야 하는 걸까 ......)



    헬레나는 붕대를 감은 얼굴을 스톨로 가린 채, 틸디나리의 치유원을 방문하고 있었다.



    (어머니는 그렇게 말씀하셨지만..... 가능한 한 좋은 치료를 받고 싶은 게 무슨 문제인 거람? 하지만 당대 최고의 마술사가 운영하는 치유원이라고 해서 좀 더 우아한 곳을 떠올렸는데...)



    헬레나는 소박한 치유원을 씁쓸하게 둘러보다가, 마침 평민으로 보이는 한 노인을 따뜻한 미소를 지으며 내보내고 있던 청년에게 말을 걸었다.



    "조금 여쭙고 싶은 게 있는데요. 틸디나리 님은 어디 계신가요?"

    "...... 네, 저입니다만..."

    "뭐라고요?"



    헬레나는 생각보다 어린 틸디나리의 모습에 당황하여 아무렇게나 그를 쳐다보았다.



    "나, 귀족이야. 클룸로프 가문의 헬레나야. 이런 평민들과 섞여 오래 기다릴 수는 없어. 부탁이니, 순서를 먼저 돌려줄 수 없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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