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6 거울 안쪽에(1)
    2024년 01월 10일 21시 28분 39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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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녀왔어!"



    저택에 울려 퍼지는 밝은 레노의 목소리에, 이리스는 웃으며 현관까지 레노를 데리러 나갔다.



    "레노 님, 어서 오세요. 이제 학교에는 익숙해졌나요?"

    "응, 그래. 많이 익숙해졌어. 이리스가 집에서 여러 공부를 가르쳐 준 덕분에 특별히 곤란한 일도 없었고."

    "후후, 그건 레노 님이 똑똑하셔서 그런 거예요. 레노 님은 모래가 물을 빨아들이는 것처럼 새로운 지식을 빠르게 흡수하시니까요. 저도 가르친 보람이 있었어요. 혹시 모르는 게 있으면 제가 도와드릴게요."

    "고마워! 이리스가 그렇게 말해주니 정말 든든해."



    이리스는 그 나이에 걸맞는 소년다운 쾌활함이 느껴지는 레노의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레노가 이 나라의 학교에 편입해 다니기 시작한 지 어느 정도 시간이 흘렀다. 레노의 특수한 능력은 이 나라에서 인정하는 마법의 5가지 속성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레노가 지금 다니고 있는 곳은 이리스가 예전에 다녔던, 마법의 속성을 가지지 않은 자들이 다니는 학교다.

    이리스는 그리움을 느끼며 교복을 입은 레노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었다.



    "자, 이제 간식이라도 먹을까요?"

    "오예! 오늘의 간식은 뭐야?"

    "오늘은 치즈케이크를 구웠어요. 지금 차와 함께 가져다 드릴게요."

    "와, 고마워. 이리스의 치즈케이크, 정말 좋아해! 이리스는 요리도 잘하고 과자 만드는 것도 잘해. 형이랑 결혼하고 나서도 이리스의 일상은 예전과 크게 다르지 않지? 이리스가 만든 간식을 지금도 먹을 수 있어서 기뻐."

    "저도 몸을 움직이는 것이 성미에 맞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제가 만든 것을 레노 님이 기뻐해 주시는 것도 정말 기쁘고요. 그럼 방에서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케이크와 차를 준비하기 위해 부엌으로 가려고 레노에게 등을 돌리려는 이리스에게, 레노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 아, 그러고 보니"

    "네, 무슨 일이라도?"



    돌아보는 이리스에게, 레노는 계속 말했다.



    "저기, 오늘은 마법 특강이 있었어. 각 마법의 속성에 대해 그 마법의 사용자가 선생님으로 와서 그 마법의 일반적인 효과 같은 것을 마법을 못 쓰는 사람들을 위해 가르쳐 주는 수업인데, 오늘은 빛마법의 젊은 남자 선생님이 오셨어. 그분은 예전에 이리스에게 도움을 많이 받았다며, 이리스에게 안부 전해 달라고 하더라."

    "빛마법 선생님이 ......? 도대체 누구실까 ......?"



    고개를 갸웃거리는 이리스를 보고, 레노는 잠시 생각에 잠기며 시선을 허공에 띄웠다.



    "음, 뭔가 혀 깨물 것 같은, 조금 긴 이름의 .......아, 그래, 틸디나리 선생님이었다. 이리스, 기억나?"

    "아! 틸디나리 님이시군요. 그가 빛의 마법을 사용하실 줄은 몰랐지만, 예전에 클룸로프 가문에 오신 적이 있어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어요. 잠깐이었지만, 딱히 무엇을 도와드렸다는 기억은 없지만요 ......"

    "그랬었구나. 저도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이리스의 친절한 배려에 구원을 받았다고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셨어."



    이리스는 예전에 틸디나리를 만났을 때를 떠올렸다.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클룸로프 가문을 찾아온 아직 어린 청년 티르디날리에게서, 벨라를 소개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것은 바로 이리스였다.

    이리스가 계모 벨라를 불렀을 때, 그녀는 왠지 피곤한 얼굴로 그에게 무언가를 윽박지르며 당장 저택에서 나가라고 강한 어조로 말했다.



    이리스는 외부인에게 무난하게 대했던 계모가 엄청난 기세로 틸디나리를 쫓아내려고 하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이 파랗고 왠지 몸이 좋지 않아 보이는 틸디나리의 모습이 딱했던 이리스는, 그를 조용히 불러내어 뒷문으로 몰래 집으로 초대해 계모의 무례함을 사과하고 안색이 돌아올 때까지 쉬었다 가라고 차 한 잔을 권했다.



    결국 그의 방문 목적은 이리스가 알 수 없었고 그다지 들을 만한 분위기는 아니었지만, 이리스와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아 보이는 온화하고 인자한 청년이었던 그는 나쁜 사람으로 보이지는 않았다. 이리스는 간단한 담백한 잡담 외에도, 그가 물어보는 대로 클룸로프 가문의 이야기ㅡㅡ벨라가 계모라는 것, 여동생이 있다는 것 등을 드문드문 이야기했다.



    벨라가 이리스의 계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이리스가 시녀복을 입고 일한다는 사실에 놀란 듯했지만, 곰곰이 이리스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그녀의 배려에 정중히 감사를 표한 뒤 크룸로프 가문의 저택을 빠져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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