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6 거울 안쪽에(3)
    2024년 01월 10일 21시 31분 00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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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초조한 표정의 우라누스에게, 헬레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뭔가 착각하고 계신 건 아닌가요? 미안하지만, 저는 당신과 결혼할 생각은 없어요...... 어머, 벌써 이런 시간이네. 해가 지고 있으니 이제 그만 가보도록 할게요."

    "잠깐만 얘기 좀 들어봐, 헬레나 ......"



    헬레나는 우라누스의 말을 끝까지 듣지 않고 그에게 등을 돌렸다.



    헬레나는 저녁이 다가오고 있는 학교 건물 밖으로 나가고 나서야, 방금 우라누스를 내쫓은 것을 조금 후회했다.



    (적어도 그의 마차를 타고 내 집까지 데려다주게 할 것을 그랬나...... 뭐, 하지만 이미 거절해 버린 것은 어쩔 수 없겠지)



    주변을 둘러봐도 마차를 태워줄 것 같은 지인의 마차는 보이지 않는다.

    헬레나는 포기하고 근처의 큰길까지 걸어가서 마차를 타기로 했다.

    저녁 무렵에 검게 물든 길가의 어두운 숲이 섬뜩하게 느껴지는 가운데, 헬레나는 발걸음을 재촉한다. 얼마 전, 이 숲에서 마물 퇴치가 이루어졌던 것을 떠올리며, 분명 괜찮을 거라고 불안한 마음에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있었다.



    그때. 바로 옆 풀숲 그늘에서 불길하게 으르렁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헬레나는 깜짝 놀라 벌벌 떨었다.



    (이건 개가 울부짖는 소리?...... 아니, 이건 ......)



    풀을 헤치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두 개의 금빛 눈동자가 나타났다.

    헬레나는 비명을 지르며 공포에 질려 몸을 떨었다.



    (이건, 마물 ......! 하급 마물이지만, 불을 뿜어내는 거야......)



    만약 헬레나가 진지하게 빛마법을 익혔다면, 이 정도의 마물을 퇴치하는 것 정도는 별일 아니었을 것이다.

    하지만 여자는 남자가 지켜주는 존재라며 마법공부를 소홀히 해온 헬레나에게, 이 마물과의 만남은 생명의 위협을 의미했다.



    야생견보다 한층 더 큰, 어둠에 녹아내릴 것 같은 새까만 털을 가진 괴물과 이미 마주친 눈을 피하지 않으며, 헬레나는 천천히 뒤로 물러났다.



    (어, 어떻게 해야 ......)



    순간, 마물이 잠시 움찔하며 움직임을 멈춘 느낌이 있었다.

    헬레나도 마차를 끄는 말발굽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헬레나, 괜찮아!?"

    "우라누스 님!"



    헬레나를 쫓아온 것 같은 우라누스의 목소리에, 헬레나는 안도의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헬레나가 우라누스가 탄 마차를 뒤돌아봤을 때, 마물이 풀숲에서 크게 뛰쳐나왔다.



    놀라서 다시 마물을 바라본 헬레나의 얼굴 바로 앞에는, 이미 마물의 사나운 황금빛 눈동자와 날카로운 송곳니가 다가오고 있었다.



    "꺄악. 도와주세요, 우라누스 님 ......!"

    "헬레나!"



    마차에서 뛰어내린 우라누스가 혼신의 힘을 다해 검을 마물을 향해 던졌다.



    우라누스의 검이 마물을 명중시켰지만, 마물의 급소를 살짝 빗나갔다. 곧바로 절명하지 않은 마물은 절규의 비명과 함께 입에서 불꽃을 내뿜었다.

    이미 헬레나의 머리에 닿을 듯 가까이 다가온 마물의 입에서 힘차게 내뱉어진 불길에, 헬레나의 얼굴은 화염에 휩싸였다.



    헬레나는 악몽 같은 열과 고통 속에서 그대로 의식을 잃었다.



    ***

    헬레나가 깨어난 곳은 희미한 병실 침대 위였다.



    (여기는 ......?)



    가늘게 눈을 뜬 헬레나를 보고, 침대 옆에서 헬레나의 상태를 지켜보던 벨라가 눈물을 흘리며 말을 건넸다.



    "헬레나, 깨어났구나 ......"



    헬레나의 시야에 벨라가 잡히자. 그녀가 눈물을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헬레나는 상체를 들어 올리려 했지만 얼굴에 찌르는 듯한 통증을 느끼고 무심코 신음소리를 냈다.



    "어머니? ...... 여기가 어디예요?"

    "여긴 병원이란다. 이 근처에서 가장 큰 곳이지."

    "저 .......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죠?"



    헬레나가 어렴풋이 기억을 더듬자, 벨라가 말문이 막힌 듯 눈을 감았다.



    "헬레나, 넌 마물의 습격을 받아 마물이 뱉어낸 불길에 얼굴이 타버렸단다. 우라누스 님도 도중까지 계셨지만, 먼저 돌아가셨지. 상황은 우라누스 님한테서 들었어. 만약 그때 우라누스 님이 제때 오지 않았다면, 너는 마족의 습격을 받아 죽었을지도 몰라.......그래도 목숨이 있는 것이 어디야 ......"



    헬레나는 자신의 얼굴에 손을 살며시 가져다 댔다. 얼굴의 대부분을 감싸고 있는 붕대에 손끝이 닿자, 불길한 예감에 등골이 오싹해졌다.



    "어머니. ...... 손거울 좀 빌려주실래요?"



    벨라는 난처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



    "헬레나, 그만두렴. 지금은 약으로 화상을 치료하고 있을 뿐이지만, 회복 마법을 잘하는 마법사에게 부탁하면 분명......"



    헬레나는 말끝을 흐리는 어머니의 짐에 손을 뻗어, 그 안에서 손거울을 억지로 꺼냈다.



    손거울 너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본 헬레나의 떨리는 손에서 손거울이 스르륵 미끄러져 떨어졌다. 그대로 바닥에 떨어진 손거울은, 산산조각이 나며 주변으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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