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2 자그마한 빛(2)
    2024년 01월 10일 09시 29분 41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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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리스, 떨고 있는 것 같네? ...... 너의 눈동자에 떠 있는, 나를 무서워하는 듯한 그 빛깔은 차마 못 보겠어. 그건 그렇고 ...... 넌 정말 예뻐졌네, 이리스. 분하지만, 그 매버릭 덕분인가 봐."

    "......"



    켄돌은 입을 다물고 있는 이리스의 턱에서 부드럽게 손을 떼었다.

    켄돌은 이리스가 누워있는 소파의 바로 옆으로 의자를 끌어당겨 앉아서 그녀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먼저, 내가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은....... 내, 이 오른팔의 상처가 보이지? 예전에 마물 토벌 원정에 나갔을 때 키메라에게 당한 상처야. 이 상처가 좀처럼 낫지 않아서 말이야. 네가 이 상처를 치료해 주었으면 좋겠어."



    이리스는 창백한 얼굴에 당황한 표정을 띄웠다.



    "켄돌 님, 당신도 잘 아시다시피 저는 마법을 사용할 수 없어요. 그래서 빛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헬레나처럼 회복 마법으로 켄돌 님을 치료할 수 없어요."

    "...... 하지만 자네는 빈센트의 회복을 빠르게 해 줬다고 하던데? 마베릭의 바람 마법의 위력도 훨씬 더 강화시켰고. 그것과 같은 일을 해 주면 돼."

    "...... 말씀하시는 게 무슨 말씀인지 전혀 모르겠어요. 저는 아무것도 한 기억이 없고, 애초에 저한테 그런 힘은......."



    켄돌은 살짝 짜증이 섞인 표정을 짓더니 이리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말이야, 이리스. 너와 화해하고 싶어. 네가 내 곁으로 돌아왔으면 좋겠어. 그러니 나를 너무 화나게 하지 말아 줄래?"



    말투는 차분했지만, 눈동자에 어두운 색이 일렁이는 켄돌의 모습에 이리스는 더욱 떨었다.



    "너에게 그런 신비한 힘이 있다는 건 알고 있어. 그다지 겁주고 싶지는 않지만, ...... 그래."



    다시 한번 이리스의 턱을 만진 켄돌은, 그대로 손가락을 아래로 미끄러지듯 내려가 목을 지나서 원피스의 가장 윗 단추에 손을 얹더니 그 단추를 손가락으로 만지작거리기 시작했다.



    이리스의 등줄기에 소름이 돋는다.



    "내가 너와 약혼을 파기하지 않았다면 언젠가는 같은 일이 벌어졌을 테니까. 괜찮지?...... 뭐, 순서라는 게 있으니까. 네가 계속 저항했을 때만 이걸 벗길 거야. 알겠지?"



    이리스는 눈물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켄돌의 눈빛이 차갑게 식고, 버튼에 걸친 손끝에 힘이 들어간다.



    (싫어, 그만해 ......)



    이리스가 몸을 움츠리며 무심코 눈을 감았을 때, 켄달의 놀란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 뭐야 ......!"



    이리스가 조금씩 눈을 떴을 때, 뒤로 물러난 켄돌과 자신의 몸 사이에 작은 불꽃이 떠 있었다. 불꽃은 작았지만, 희미한 방 안을 눈부시게 밝은 빛으로 비추고 있었다.



    한동안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던 켄돌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하, 하하, 하하하......! 너는 네 부모님처럼 불을 다룰 수 있단 말이야? 네가 화염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줄은 몰랐어. 이리스, 넌 아직도 내게 많은 것을 숨기고 있는 것 같구나!"

    "아니요, 켄돌 님. 저는 이런 마법 같은 건 쓸 수 없어요."

    "...... 모른 체 하는 것도 그만해줄래?"



    검을 뽑은 켄돌이 불꽃을 향해 검을 휘두르자, 불꽃은 금세 흩어지더니 빛을 잃었다.



    하지만 이리스는 그 흩어진 불꽃이 사라지기 직전, 꽃잎 같은 모양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어쩌면, 이 불꽃은 ......)



    켄돌은 검을 내려놓고 다시 이리스를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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