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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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06일 19시 34분 3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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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리스는 쓰러진 청년에게 다가가 손목을 살짝 만졌다. ...... 아직 따뜻하고 맥박이 있다.



    이리스가 만진 손을 알아차렸는지, 청년은 낮게 신음소리를 냈다.



    "으, 으으......"

    "괜찮으세요!? 머리는 괜찮아 보이지만, 의식은 있으세요?"

    "예 ....... 어깨를, 마물에게 당해서 ......."



    확실히 어깨에는 상처가 있으며 피가 흐르고 있다. 이리스는 고개를 끄덕이고서, 가냘픈 청년의 몸 아래로 팔을 감아 일으켜 세운 다음 그의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둘러 아직 발걸음이 불안한 그를 부축하며 걸어갔다.



    "이 근처에 제 집이 있으니 조금만 참으세요."

    "......"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를 반쯤 질질 끌고 가면서, 이리스는 그를 집까지 데려갔다.



    ***

    "저기, 저를 도와주셔서 고맙습니다.

    ...... 저는 켄돌이라고 합니다. 이 나라의 제4기사단 소속입니다."



    이리스가 재빠르게 청년의 어깨를 소독하고 붕대를 감아주자, 선이 가느다란 청년이 수줍은 듯 입을 열었다.

    아직 천진난만함이 남아있는 얼굴에 깃든 겸손한 태도가 더욱 풋풋함을 느끼게 한다. 이리스와 나이도 비슷해 보인다.

    이리스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뇨, 무사해서 다행이에요, 켄돌 님. 저는 이리스라고 합니다.

    ...... 아직 젊어 보이시는데, 혹시 기사단에 입단한 지 얼마 안 되셨나요?

    혹시 기분이 상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맞습니다. 저는 아직 신입이라서요.

    이번 몬스터 토벌에서도 갑자기 몬스터의 습격을 받아 기사단에서 이탈하게 되었습니다. 몬스터의 송곳니가 제 어깨를 베었을 때는, 이제 죽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지요.

    이리스 씨라고 하셨나요. 당신이 저를 구해주지 않았다면 저는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제 생명의 은인입니다."



    켄돌이 감사의 마음이 담긴 반짝이는 연갈색 눈동자로 이리스를 바라보자, 이리스는 부끄러워서 얼른 눈을 깔았다.



    "아니요. 별로 대단한 일을 한 것도 아니니까요.

    ...... 그래도 켄돌 님이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그때 방 문을 가볍게 두드리는 소리가 나더니, 문 저편에서 시녀 몰리의 얼굴이 보였다.



    "아가씨.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으세요?"

    "아니, 지금은 괜찮아."

    "어? 아가...... 씨?"



    켄달은 몰리의 말에 놀란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이리스를 쳐다보며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다.



    이리스는 그런 켄돌을 보며 살짝 웃었다. 움직이기 편하도록 시녀복을 입고 있으니 당연히 켄돌도 이 집의 시녀로 착각한 모양이다.



    "저를 시녀로 착각하신 거죠?

    ...... 저, 일단은 이 가문의 딸이랍니다."

    "왜, 당신은 왜 그런 옷을 입었습니까?"

    "아버지는 마술사이신데, 저는 마법의 속성이 없어서요. 앞으로도 마법으로 나라에 도움이 될 수도 없으니, 이렇게 몸을 움직이는 것이 성미에 맞는 것 같아서요."



    마법의 속성이 인정되지 않는 마법사의 자식이 태어나는 경우는 극히 드물지만, 그 입지가 매우 위험한 것은 이 왕국에서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조금 시선을 떨어뜨린 이리스에게, 켄돌은 격려하는 듯한 미소를 지었다.



    "...... 그래도 저는 그 덕분에 발견되어 다행입니다. 고맙습니다."

    "아니요. 이쪽이야말로 배려에 감사드려요."



    켄달은 잠시 시선을 딴 곳으로 돌리며, 무심한 듯이 볼을 긁적였다.



    "저는 기사이지만 재능이 별로 없는 것 같아서요. 솔직히 말해, 소속된 부대에서도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 아버지는 예전에 다치기 전에는 나름대로 기대를 받던 기사였는데, 저한테는 그 능력이 이어지지 않은 것 같아서 잼병입니다. 어머니가 평민인 것도 한몫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그래서......라고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당신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습니다."



    눈썹을 내린 켄돌에게, 이리스는 빙그레 미소를 지어주었다.



    "켄돌 님은 참 자상한 분이시군요. 자기가 다치셨음에도 불구하고 저를 배려해 주시다니.

    켄돌 님의 빠른 쾌유를 기원할게요."



    이리스의 따스한 미소에, 켄돌의 가슴은 서서히 뜨거워졌다.



    켄돌이 스스로 걸을 수 있을 만큼 회복될 때까지, 이리스는 약초를 넣은 죽을 가져다주거나 붕대를 갈아주는 식으로 열심히 돌봐주었다. 켄돌은 이리스의 얼굴을 보면 기다렸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그녀가 하는 모든 일을 매우 기꺼워했다. 그동안 계모 아래에서 그렇게 감사받을 기회가 많지 않았던 이리스에게는, 그런 켄돌의 태도가, 그리고 그가 잘 회복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진심으로 기뻤다.



    드디어 켄돌이 기사단에 복귀하게 되었을 때, 그는 이리스를 뺨을 붉게 물들이며 바라보다가 양손으로 이리스의 두 손을 꼭 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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