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파혼(2)2024년 01월 06일 18시 51분 48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작성자: 비오라트728x90
이리스는 입을 꾹 다물며 고개를 숙였다. 헬레나와 켄돌의 거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것은 눈치챘지만, 그녀가 지금 반지를 손에 쥐고 있다는 것은 자신과의 약혼을 파기하기 전부터 그는 헬레나에게 줄 약혼반지를 미리 준비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이리스가 켄돌과 약혼을 했을 때 그는 언젠가 돈을 모아서 너에게 반지를 선물하겠다는 말을 했었지만, 당시의 이리스에게는 자신을 사랑하고 필요로 하는 그의 마음만으로도 충분했다. 켄돌의 마음이 멀어지는 것을 반쯤 포기하면서도 약혼이라는 형태만이 마지막 희망의 끈이었던 이리스에게, 이미 그에게 배신당했다는 사실은 자신을 매우 비참하게 만들었다. 이리스는 무릎 위에 올려놓은 두 손을 무심코 꽉 쥐며 입술을 깨물었다.
벨라가 일리스에게 추격타를 날리는 것처럼 고한다.
"켄돌 님이 이 가문의 대를 잇기 위해 데릴사위가 되어 주실 거야.
너, 설마 전 약혼남이 살게 될 이 집에 머물 생각은 아니겠지?"
"...... 네. 이 집에서 나갈게요, 계모님."
"너에도 상식이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야.
짐을 정리하면 바로 출발할 마차를 준비해 줄게. 알았지?"
벨라는 겨우 얻어낸 이리스의 대답에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딸인 헬레나의 어깨를 기쁜 듯이 안아주며 이리스의 방을 나갔다. '쾅' 하고 문이 닫히는 큰 소리가 작은 이리스의 방에 울려 퍼진다.
"곤란하게 되었어 ......"이리스에게는 시어머니 앞에서 거부권 따위는 없었다. 순간적으로 집을 나가겠다고 시어머니에게 대답했지만, 딱히 갈 곳이 정해진 것도 아닌 이리스는 곤란해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
이리스가 살고 있는 티나리아 왕국에서는, 왕족 이외의 주민은 귀족과 평민으로 나뉘며 귀족 계급은 크게 마법사와 기사로 구분된다.
티나리아 왕국에서 마법사와 기사는 귀중한 군사력이다. 외교적 측면을 고려해 군사력을 갖춰야 할 필요성은 물론, 마물의 출몰도 적지 않은 이 왕국에서는 국가의 평화와 안전이 마법사와 기사의 힘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마법이나 검술 등의 능력은 유전적인 요소가 크기 때문에 마법사와 기사의 가문에는 국가 수호에 기여한 대가로 그 공로에 상응하는 귀족의 지위가 주어지며,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는 능력을 중요하게 여겼다.
티나리아 왕국의 마법사단과 기사단은 각각 5개의 대대로 나뉘어 있으며, 각 대대를 지휘하는 대장이 있다. 이리스의 아버지는 티나리아 왕국 제2마법사단 단장을 지낸 인물로, 화염 마법을 능수능란하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의 장녀로 태어난 이리스 역시 당연히 마법의 능력을 기대받았다. 마법사의 피를 이어받은 자손이라면 보통 마법의 5가지 속성인 빛, 불, 바람, 물, 흙 중 하나를 물려받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법사와 기사가 결혼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고, 또 간혹 부모와 다른 속성의 마법을 사용할 수 있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하는데, 어머니도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불을 다루는 마법사였기 때문에 이리스는 아마도 불의 속성을 지녔을 것으로 예상되었다. 그러나 이리스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녀의 마법 속성을 측정하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마법사들은 안타깝게도 고개를 저었다....... 이리스에게 불의 속성은커녕 다른 네 가지 속성 중 하나도 측정되지 않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부모님은 이리스를 소중히 여기며 자상하게 키웠다. 이리스는 지금도 다정한 어머니의 목소리를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병약했던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고 후처로 벨라가 아버지에게 시집오면서 이리스의 삶은 달라졌다. 원래는 마법사단의 업무로 집을 자주 비우는 아버지가 이리스가 외롭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재혼이었지만, 벨라는 마법의 속성을 갖지 않은 이리스에게 냉랭하게 대했다. 그것은 벨라의 딸이자 이리스의 여동생인 헬레나가 곧 태어나자 더욱 심해졌다. 벨라는 남편이 돌아왔을 때만 이리스를 딸로서 대했지만, 남편이 없는 동안에는 이리스에게 시녀와 다를 바 없는 일을 강요했다. 그런 벨라에게 불만을 토로한 베테랑 시녀장은 해고당하여, 다른 시녀와 집사들도 벨라에게 강하게 대들지 못하고 있다.
......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때문에 이리스는 요리부터 청소, 빨래, 다림질, 침구류에 이르기까지 집안일 전반을 그 주변 시녀들 못지않게, 아니 그보다 더 능숙하게 해낼 수 있었다. 처음에는 '아가씨에게 그런 일을 시키다니'라며 곤란해했던 시녀들도, 마법도 못 쓰니 미래를 위해 조금이라도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는 이리스의 말에 따라 조금씩 일을 가르치자, 흡수력이 빠르고 부지런한 이리스는 순식간에 귀중한 전력이 되었다. 간혹 동네에 마물이 출몰할 때면 집으로 실려 온 부상자를 치료하기도 했고, 인근 숲에서 제철 산나물이나 희귀한 약초를 찾는 방법도 시녀 동료들과 집사들에게서 배웠다.
이리스가 켄돌을 처음 만난 것은, 그러한 시녀의 일에도 어느 정도 익숙해졌을 때였다. 집의 뒷산으로 산나물을 캐러 나갔을 때, 이리스는 좁은 길목에서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는 켄돌의 모습을 발견했다.728x90'연애(판타지) > 의붓여동생에게 약혼남을 빼앗긴 낙제 영애는, 천재마술사에게 사랑받는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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