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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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01월 06일 17시 56분 37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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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녀의 말에 입을 다물었다. 얼마 전 동기인 조나스가 애원한 약혼을 받아들인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언젠가 결혼을 할 거라면 일을 이해하는 동료가 더 낫지 않겠느냐는, 좋아한다는 감정보다 현실적인 선택으로 받아들인 것이었다.

     이제부터 좋아해 주면 된다는 조나스의 말에 끌려서 맺은 약혼을, 그녀는 다 안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다.



    "이성이 아닌 당신 자신의 감정에 몸을 맡기시기를 권해요. 신의 손바닥 위에서 굴러가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을 테니 안심하세요."

    "네......"



     그녀는 당황하는 나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당신은 마음이 따스한 분이시네요. 그런 당신을 잘 이해하고 누구보다 든든한 친구가 되어 줄 사람이 나타날 것입니다. 앞으로 신의 장난이라 할 수 있을 만큼 예상치 못한 운명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중요한 것을 하나만 알려드리죠. 행운을 불러오는 열쇠는 바로......."



     점술이 끝나고 합류한 릴리는, 레비라는 점쟁이에게서 들은 내용을 신이 나서 이야기하다가 마지막에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내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레비 님께서 제자의 점술은 잘 맞았다고 당신에게 전해 달라고 하셨어."

    "그래......?"



     그런 점술의 여운에 젖어들 틈도 없이, 그 후 나를 덮친 것은 격랑의 나날들이었다.



     마술사단에 입단한 지 3년째가 되는 우리 동기들은 갓 입단한 신입생들의 교육을 맡게 되었다. 올해의 신입들은 꽤나 특이한 사람들이 많았다. 모두들 저마다의 특성이 있는 가운데, 조나스는 유독 아이다에게만 유독 너그러웠으며 다른 신입들의 지도는 뒷전인 채 아이다의 곁에 딱 달라붙어 있었다.

     자신의 마법 훈련과 남들의 지도는 전혀 다른 부분이다. 왠지 쓸데없는 곳에 노력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지만, 나는 익숙하지 않은 신입들을 지도하느라 애를 썼다.

     신의 손바닥 위에서 굴러다니기는커녕, 마구 구르고 있는 것처럼 지치고 너덜너덜해진 나를 잘 보살펴 준 것은 조나스가 아니라 낙오자로 낙인찍힌 실릴이었다.

     ...... 그의 조금 늦게 시작한 마법 연습에 어울려주거나 격려해 주었던 것도 있어서, 그는 나를 걱정해 준 것일지도 모른다. 그의 마술 연습을 함께하면 왠지 모르게 몸도 마음도 가벼워지는 것 같다. 그는 마술 연습에 진지하게 임하는 것처럼 보였고, 나는 그의 실력이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남아서 그에게 마술을 가르치고 있으면 그는 몇 번이나 정말 미안한 듯이 사과를 했지만, 굳이 사과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에 대해 잘 모르는 것이 몇 가지 있었다.



     신입 중에서는 두드러진 아이다를, 그는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귀엽고 뛰어난 그녀에 대해서 말을 걸어보아도, 반가워하기는커녕 왠지 모르게 언짢아하는 모습이었다. 궁금해서 묻자,



    "...... 전, 그 여자를 싫어해요."



    라는 퉁명스러운 한 마디만 돌아왔다.



     그리고, 실습을 위해 몬스터가 있는 숲이나 습지 등에 가면 어느새 그가 사라져 버리는 경우가 있었다.

     게다가 약한 몬스터만 있어야 할 연습장에서 사라진 그를 찾아 헤매다가 찾아낸 그의 곁에서 발견한 것은, 다름 아닌 위험천만한 1급 마물의 시체였다.

     한 번은 당황해서 그의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니고 있을 때, 내 눈앞에 대형 화룡이 나타났다. 그때는 온몸의 핏기가 가셨지만, 어느새 나타난 실릴이 나를 몸으로 감싸주는가 싶더니 눈앞의 번개가 화룡에 떨어지면서 무사히 살아났다.



    "죄송해요, 디아나 선배. 위험에 빠뜨리게 해서."

    "아니, 괜찮아. 보호해 줘서 고마워. 방금 것은......?"

    "아 그거요? 화룡한테 번개가 떨어지다니, 정말 운이 좋았네요."



     짙은 구름으로 뒤덮인 어두운 하늘을 올려다보며 허허 웃는 그의 말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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