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스. 너는 이 집안의 수양딸이 아니더냐? ...... 평민의 피가 흐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 집에 들여줬는데, 이런 식으로 가문을 나가서 우리와 인연을 끊어버려도 정말 괜찮겠느냐?"
(...... 나를 이 집에서 쫓아내려고 한 것은 원래 당신들이었는데)
아버지가 태어났고 자신을 거둬들인 할아버지가 있었던 오크리지 백작 가문을 떠나기 전까지는 열심히 버텨온 에디스였지만, 그녀의 마음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에디스는 양아버지를 향해 조용히 입을 열었다.
"네. 제가 머물고 싶은 곳은 라이오넬 님의 곁이니까요. ...... 원래 할아버지의 뜻에 따라 입양된 것이니, 이제 저의 입양은 없던 걸로 하셔도 괜찮아요. 그동안 정말 신세 졌습니다."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 에디스는, 다시 고개를 들어 양아버지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이 오크리지 백작 가문을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해 필요한 것은 우선 수입의 범위 내에서 생활하는 것을 습관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약 사업에 관해서는 제가 남긴 인수인계 서류를 잘 살펴보세요. 중요한 것은 다 거기에 기재되어 있으니까요. ...... 그리고 가급적이면 종업원들도 가족처럼 소중히 여겨주세요. 그래야 모두가 오크리지 백작가의 힘이 되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자, 잠깐만. 에디스 ......!"
라이오넬은 에디스를 오크리지 백작으로부터 보호하려는 듯, 백작과 에디스 사이에 몸을 끼워 넣으며 에디스의 손을 잡고 소파에서 일어섰다.
"저희의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이만 실례하겠습니다."
오크리지 백작가의 현관으로 향하는 동안, 에디스는 더 이상 이 집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로라의 모습을 찾고 있었다. 그때, 가볍게 발자국 소리가 에디스의 귓가에 들려왔다.
"에디스 님!"
서둘러 달려오는 로라를 보고, 에디스는 기쁜 미소를 지었다.
"로라, 다행이다! 마침 널 만나고 싶어서 찾고 있었어!"
"저도 에디스 님이 오신다는 소식을 듣고 급히 달려왔어요. 건강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로라는 에디스 옆에 서서 건강을 되찾고 있는 라이오넬의 모습을 보고, 안색을 빛내며 그에게 깊이 고개를 숙였다.
"라이오넬 님, 에디스 님을 잘 부탁드립니다. 아가씨는 정말 배려심이 깊고 훌륭한 분이시니까요."
라이오넬은 로라의 말에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물론 잘 알고 있어. 내가 이렇게 회복할 수 있었던 것도 에디스가 곁에 있어줬기 때문이니까."
"어머, 역시 그랬었나요. ...... 에디스 님은 제 할머니를 도와주신 은인이기도 해요. 에디스 님이라면 분명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 믿었는데...... 다행이다......"
눈시울을 붉힌 로라에게, 에디스는 물었다.
"로라, 너도 잘 지내고 있었어?"
"네. ...... 에디스 님이 그랑벨 후작가로 가시고 나서 이 오크리지 백작가는 가업의 일로 크게 혼란스러웠고, 저도 에디스 님이 떠나고 나서 외로웠지만 어떻게든 잘 지내고 있어요...... 사실은 저, 사촌동생과 결혼이 결정되어 곧 친정으로 돌아갈 예정이에요."
"어머! 축하해, 로라."
에디스는 얼굴에 환한 미소를 지었다. 부끄러움 때문에 볼이 붉어진 로라는 에디스를 쳐다보았다.
"이 가문의 일을 그만두기 전에 마지막으로 에디스 님을 직접 뵙고 싶었는데, 오늘 오랜만에 뵙게 되어 기쁘네요."
"나도 그래, 로라. 오래오래 행복해야 해?"
"감사해요. 저도 에디스 님과 라이오넬 님의 행복을 기원하겠습니다."
마음이 따스해지는 것을 느끼며, 에디스는 로라에게 손을 흔들며 헤어졌다. 오크리지 백작가의 현관문을 빠져나온 에디스는 저택을 올려다보며 생각했다.
(......이제 이 가문에 미련은 없어)
"자, 갈까. 에디스."
"네, 라이오넬 님. 아까는 저를 감싸고 지켜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무슨 말을. 네가 나에게 해준 것에 비하면 별거 아니야."
라이오넬과 에디스는 기다리고 있던 그랜벨 후작가의 마차에 올라타서 오크리지 백작가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