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라트의 번역공방
  • 29 작은 파란(1)
    2024년 01월 04일 16시 55분 06초에 업로드 된 글입니다.
    작성자: 비오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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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크리지 백작가의 집 앞에 멋들어진 마차 한 대가 멈춰 서자, 오크리지 백작이 대저택의 문에서 서둘러 달려 나왔다.



    "에디스, 빨리 와! ...... 음, 당신은 ......?"



     마차 문을 열었을 때. 에디스 옆에 앉아 있는 라이오넬의 얼굴을 본 오크리지 백작은 당황을 감출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라이오넬은 차분한 표정으로 에디스의 양아버지인 오크리지 백작을 바라보았다.



    "...... 양녀의 약혼자의 얼굴이 기억나지 않습니까?"

    "......! 이거 실례했습니다, 라이오넬 님."



     깜짝 놀란 오크리지 백작이 멋쩍게 웃음을 터뜨렸다.



    "자자, 이쪽으로 오십쇼. ...... 에디스는 그랑벨 후작가에서 잘 지내고 있습니까?"

    "에디스는 이제 그랑벨 후작가에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입니다. ...... 제 몸이 이만큼 회복된 것도 모두 에디스 덕분이죠."



     라이오넬의 말에 오크리지 백작이 눈을 크게 뜨며 말했다.



    "설마, 그런 일이 ....... 아니, 그럴 리는 ......."



     오크리지 백작은 입안에서 그렇게 혼잣말처럼 작게 중얼거리며 라이오넬과 에디스를 응접실로 안내했다. 라이오넬은 에디스의 팔을 조금 빌리긴 했지만 혼자서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의 놀라운 회복에 오크리지 백작은 깜짝 놀랐다.



     응접실의 소파에 라이오넬과 에디스가 앉아 있을 때, 두 사람을 응접실로 안내한 후 잠시 방을 나갔던 오크리지 백작이 에디스의 양어머니인 오크리지 백작부인을 데리고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탐색하는 듯한 눈빛으로 라이오넬과 에디스를 바라보던 그녀는, 남편을 힐끗 쳐다보며 은근히 속삭이듯 말을 건네더니 그대로 미소를 머금은 얼굴로 라이오넬에게 물었다.



    "몸이 많이 좋아진 것 같아서 다행이네요."

    "예. 이 또한 에디스가 내 곁에 있어 주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오크리지 백작 부부는 라이오넬의 말에 서로 눈짓을 교환하였고, 백작은 라이오넬을 바라보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 오늘은 라이오넬 님도 오셨으니 꼭 부탁을 하나 드리고 싶습니다. ...... 오크리지 백작가에 대한 지원금을 좀 더 늘려 주실 수 있을까요?"

    "의부님!"



     참다못한 에디스가 시아버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무슨 말씀이세요? 그랑벨 후작가에서는 빚을 탕감해 주었고, 이미 충분히 많은 지원도 받고 있잖아요? 그것을 또다시 늘려달라니......"

    "에디스는 입 다물고 있어."



     시아버지는 에디스를 노려보며 말을 이어갔다.



    "그리고 너한테는 나중에 부탁할 일이 있다. 네가 가문을 나간 후 몇 가지 문제가 생겼거든."



     에디스는 역시 그랬구나 하는 생각에 양아버지를 바라보며 눈살을 찌푸렸다.



    "문제, 요? ...... 양부님께 드린 인수인계 서류는 확실히 읽어보셨나요?"

    "그, 그건 말이지....... 직접 본인에게 물어보는 편이, 아니, 본인이 하는 것이 더 빠를 것 같아서 ......."



     오크리지 백작이 어정쩡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에디스의 양어머니가 냉정하게 에디스에게 말했다.



    "에디스. 그게 키워준 양아버지를 향해 하는 말인가요? 부끄러운 줄 알아야죠. 당신이 일을 그만두는 식으로 어중간하게 집을 나간 것이 잘못이잖아요."



     에디스가 양어머니를 향해 입을 열려고 할 때, 응접실 문이 열리면서 의붓언니 달리아가 한껏 치장한 모습으로 들어왔다. 다리아는 지난번 만났을 때와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회복된 라이오넬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고, 눈을 크게 뜬 뒤 탐욕스럽게 웃었다.



    "어머, 라이오넬 님. 아버님으로부터 라이오넬 님도 오셨다는 소식을 듣고 다시 한번 인사를 드리러 왔어요. 그리고 방금 전 방 안에서 새어 나오는 목소리를 들었는데, 저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요."



     에디스는 달리아의 미소에 좋지 않은 예감을 느끼며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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